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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8179
    작성자 : 히라링
    추천 : 17
    조회수 : 2137
    IP : 114.205.***.184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6/05/30 02:33:15
    http://todayhumor.com/?panic_88179 모바일
    숨어있는 소녀
    옵션
    • 창작글
    내가 일곱살때까지는 어떤 산골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 살았다. 지금은 없어지고 워낙 어릴때여서 마을의이름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조금 전에는, 나는 어떤 이상한 능력이 하나 생겼는데 볼수없는것을 보는 능력이었다. 그렇다고 귀신같은걸 본다는게 아니라 어딘가에 무엇이 있다 라고 볼수없어도 시각적인 느낌으로 알수있었다. 예를들어, 책장 밑에 볼수없는 아주 좁은 어두운 틈에 바퀴벌레가 있다 라고 알수있고 그 정보를 시각적으로 느낄수있었다.

     나는 이 능력을 곤충채집이나 산속에 누군가 버리고 간 것들을 찾아내는데 썼고 마을 아이들이 그런 나를 우상적으로 바라보았기에 이 능력에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않았다. 하지만 능력을 조절하지못해 온집안의 바퀴벌레와 쥐를 보면서 잠들어야 하는것만은 괴로웠다.

    그래도 나는 마을 아이들의 영웅적인 존재가 되었다. 마을 아이들이래봤자 앞집에 순배, 옆집에 박순이, 건너건너 집에 덕순이 덕대 정도 였지만 그당시의 나는 신나서 영웅놀이를 즐기고있었다.

    일주일쯤 되었을까, 넘어가는 해를 보며 마을을 순찰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때 내가 봐서는 안될 무언가를 본것같았다. 그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정황상 내가 본것은 틀림이없다. 건너건너집에 사는 덕순이가 우리집앞에 서있었다. 덕순이라고만 막연히 보였다. 하지만 덕순이 주변은 온통 점이 찍힌것처럼 온통 까맸다. 그 어두움은 기괴한 모양이기도 했고 심지어 커져만갔다.

    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어린날의 나는 영웅놀이에 심취하였었지만 공포에 질려 꽁지가 빠지게 그곳에서 달아났다. 덕순이 몸에서 피어난 어두운 점이 내 발밑까지 다가왔을 때였다. 나는 황급히 마을 입구까지 달렸고 입구에 서있는 정승뒤로 숨어버렸다.

    까만것은 장승뒤로 숨은 내게 다가오지 못했다. 안심하기도 잠시 마을사람들이 기괴하게 비명지르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왔다. 사람들은 목이 꺾여나가고 팔 관절이 반대로 뒤틀리고 내장은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그자리에서 토하고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돌아오자 덕순이는 화난듯이 날 노려보고있었다. 장승때문에 다가오지 못하는 것을 깨닫고는 장승을 안고 놓지않았다. 죽어버린 마을 사람들에대한 슬픔과 날 노려보는 미지의 무언가와 함께 며칠간을 장승을 안고 버텼다.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난지 모르게 정신차렸을때는 입원실이었다. 한 행인이 나를 구해줬다는데 쑥대밭이 된 마을 입구에 내가 혼자 정승을 안고 쓰러져있었다고 했다. 여자아이에 대해 물어보자 모른다고했다. 나는 의아했지만 이제는 잊고살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날 구해주신분이 나의 딱한 사정을 알고 나를 입양해주었다.

    이것들은 15년전의 이야기이다. 나는 언제 덕순이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작은 위험이라고 생각만 되어도 하지않는 불안감 가득하게 살아왔다. 양아버지는 이제 잊으라고 괜찮다고 격려해주셨지만 절대 잊을수없었다.

    그리고 오늘, 양아버지는 입양할 아이라고 일곱살짜리 여자아이를 데려왔다. 이름은 덕순이. 내앞에서 웃어보인 덕순이의 몸에서 검은것들이 순식간에 날 덮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장승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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