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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졸리냐?”
초소밖에서 멍하니 있던 내 귀에 초소안에 있던 김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닙니다.”
김병장은 작게 혀를 차고는 말을 이었다.
“안 졸리기는.... 졸리면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
그 말에 난 흥미를 느끼곤 귀를 기울였다.
“옛날에 여기 최전방 소초에서 있었던 이야기야.”
분위기를 보니 흔하디 흔한 군대 괴담을 들려줄 모양이다.
시시할게 뻔했지만 딱히 할 것도 없었기에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너도 알다시피 GOP란데가 원래 기운이 좀 이상하잖냐.
귀신 봤다는 이야기도 많고.....
여기도 귀신이 하나 나타나거든?
근데 흔하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귀신이 아니야.”
난 조용히 김병장의 다음말을 기다렸다.
“옛날에 이런일이 있었대.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길에 인솔간부가 인원수를 세었는데 뭔가 이상한거지.
복귀할 인원은 자신까지 10명이어야 하는데 세보니 11명인거야.
그럴 경우에 보통은 무전을 쳐서 전체 인원을 체크 해보는게 정상이지만
당시는 북한군이 아군 복장을 하고 섞이는 경우가 많이 있었대.
간부는 여기 있는 인원중 하나가 북한군일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그 간부가 어떻게 했는 줄 알아?”
전혀 말이 되지 않았지만 제법 흥미 있는 이야기였다.
김병장은 좀 더 극적인 상황을 원하는 듯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복귀자들이 서있는 그 자리에 수류탄을 까 넣었어.
‘펑’ 하고 다 죽어버렸지. 한명도 빠짐없이 말이야.
그런데 상황이 끝나고 시체를 수습하는데 시체는 딱 9구 인거야.
애초에 북한군 따위는 없었던 거지. 그중 섞여있던 한명이 귀신이었던 거야.”
김병장은 자신의 이야기에 도취된 듯 이어서 말했다.
“완벽한 사람 모습이기 때문에 그 귀신을 거울 귀신이라고 불렀었어.
소초에 실제로 있는 병사의 모습은 물론이고 목소리까지 똑같이 따라하는 그런 귀신이야.
거짓말 같지? 아니야. 그 거울 귀신 이란 거 나도 한번 봤거든.”
“김병장님이 실제로 봤단 말씀이십니까?”
실제로 봤다는 말에 난 초소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초소안에는 김병장의 뒷모습이 보였다.
“당연하지. 지금부터 이야기 할 테니까 잘 들어봐.”
“내가 막 전방에 올라왔을 때였어.
근무 마치고 화장실에 갔는데 내 동기가 한쪽 구석에 멍하니 벽을 보고 있더라고.
그래서 뭐하냐고 했더니 스윽 하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거야.
분명 그 동기였지만 분위기가 이상했어. 눈이 죽어있다고 할까?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난 그냥 얘가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같이 라면이나 먹자고 했지.
그놈은 알았다면서 먼저 가있으라고 하더라.
취사장에서 라면에 물을 받아놓고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오는 거야.
그래서 직접 찾으러 갔지. 근데 소초를 다 뒤져도 없더라고.
이상하다 싶어서 상황실로 가서 물어봤어.
그때 상황병이 뭐라고 했는줄 알아?”
김병장은 잠시 침묵을 하고는 나지막히 말했다.
“걔 지금 근무 나가있다더라. 그녀석이 우리 다음 근무조였던 거야.
다른 투입된 초소가 달라서 난 걔가 소초에 없다는걸 몰랐던 거지.”
이야기를 다 들은 난 김병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진짜입니까?”
김병장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진짜라니까. 너도 조심해.
목소리뿐만 아니라 얼굴이며 복장이며 말투까지 완전히 똑같아서 전혀 구분이 안가거든.
다른점이 있다면 묘하게 눈이 죽어있는 느낌이라는거?
난 고개를 끄덕이곤 김병장을 계속 응시했다.
한번쯤 돌아볼법 한테 김병장은 그저 앞만보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귀신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내 질문에 김병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아무것도. 직접적으로 사람을 해치는 놈은 아니거든. 그냥 장난을 좋아할 뿐이지.”
“그렇습니까?”
“뭐. 일단은 말이야.”
김병장은 대답을 하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김병장의 눈이 어색했다. 초점없이 흐리멍텅한 눈... 죽어있는 눈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뭐야. 너 선임보고 웃냐?”
억지로 눈에 힘을 줘서 흐리멍텅하게 만들었던 김병장은 나를 따라 낄낄거리며
눈에 힘을 풀고는 원래 눈으로 돌아왔다.
시야를 회복한 김병장은 그제야 내 아래에 쓰러져있는 나와 똑같이 생긴 병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병장은 몹시 당황한 듯 나와 바닥에 쓰러진 녀석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난 김병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다른건 다 그렇다 치고, 내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건 어디서 들은 거야?”
난 쓰러진 녀석에게 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김병장에게 다가가 목을 비틀어 버렸다.
김병장이 바닥에 쓰러지자 난 김병장으로 모습을 바꾸곤 초소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안타깝지만 몇 번을 해봐도 이 죽어있는 눈만은 변하지 않았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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