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워온 침대를 들여놓은 바로 그 다음날.. 이모 친구분께서는 전산 사무일을 하시던 터라 늦게까지 야근을 하거나 회식을 하는 날이 잦으셨고 정시 퇴근을 하시면 늘 썰렁한 집안엔 자정까지 이모 혼자 계셨다고 합니다.
서울 올라오고 방을 잡은 처음 몇 달 동안은 이게 적응이 되지도 않고 무서워서 집안에 불이란 불은 다 켜놓고 일부러 큰소리로 혼잣말을 하며
강도나 공포스러움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셨지만 점점 익숙해 지시면서 어차피 친구분은 오늘도 늦겠거니 하며 집안에 모든 불을 다 끄고 그냥 잠자리에 드셨다고 합니다.
오래간만에 딱딱한 바닥이 아닌 침대 위에 누워셔 그러셨는지 또 그 날 유난히 피곤하고 잠이 더 잘 오셨답니다.
그렇게 한참 잠을 자고 있는데 가위에 눌린 것 말고 사람이 깊은 잠이나 단잠을 자다가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눈이 확 떠지는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잠결에 실눈이 떠지는 것도, 가위가 풀려 정신을 차린 것도 아닌 잘자다가 한순간에 그냥 눈이 팍 떠지시더랍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방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그 틈 새로 부엌겸 거실 쪽이 눈에 확 들어왔는데, 창문 밖의 가로등 불빛과 오랜기간 어두운 곳에서 잠이 들어있었던 탓인지 불을 환하게 켜논 것 마냥 상당히 잘 보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문 틈 새로 뭔가 희뿌연것이 희미하게 눈 깜짝 할 속도로 휙 휙 지나가는 느낌을 받으셨답니다.
친구분이 오셨나라는 생각이 첫번째로 들었고, 두번째로는 그럴 일 없겠지만 강도나 도둑이 든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드셨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바닥에 발바닥 마찰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문쪽으로 다가갔고 무슨 용기가 나셨는지 그 즉시 방의 불을 켠 채 문을 확 열어 젖히셨다네요
그리고 바로 시계를 봤는데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친구분은 물론 집안엔 그 어떤 것도 없이 그저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조금 찝찝한 마음에 방 문을 닫는것도 모자라 친구분이 오시던 말던 문까지 걸어 잠그고 그렇게 그 날 밤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보내셨다고 합니다.
아침 출근길에 친구분께서 어제 왜 방문은 걸어 잠궜냐, 너땜에 거실 마루 바닥에서 잤다 등등 핀잔 아닌 핀잔 좀 들으셨대요
그리고... 이모께서는 밤마다 위에 겪었던 일들이 계속 되풀이 되기 시작하셨습니다.
불현듯 눈이 확 떠지고 방 문틈사이로 무언가 휙 휙 하고 지나가는 그런 것들..
그런데 그 휙 휙 하고 지나가는 것들이 처음에 봤을때 보다 그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처음엔 휙 휙 하고 정말 분간할 수 조차 없이 빨리 지나갔다면 하루, 이틀, 날이 거듭될 수록 정확히 그 시간에
눈이 떠지고 문 틈새로 물체를 확인하는 건 똑같은데 그 물체의 움직임이 처음보다 현격히 속도가 느려져 시간이 더 지나면 정말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 할 수 있을 것 같은 속도였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그런 일들을 겪고부터는 앞에 기술 했듯이 방문을 꼭 닫고 잠그기까지 하는데.. 정확히 그 물체를 확인 할 정도의 틈새로 늘 열려있었습니다
상황이 계속 지속되자 이모께서는 하루 하루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공포스러워 지셨습니다.
친구분과 상의하고 꺼려지던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지만 아무런 해답도 찾을 수 없으셨답니다
그때 저도 이모를 뵌 기억이 나는데 원래는 아담하시고 통통한 체형이셨는데 정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정도로 말라계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어릴때라 그냥 몸이 좀 안 좋은 정도로만 생각하고 깊이있게 여쭤보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영향이 좀 컸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몇 달 새 신경쇠약까지 걸리신 이모는 집에 들어가기 싫다며 시골 외가댁으로 내려오는 횟수가 잦아지셨고 명절때만 뵙던 이모를 주말이나 방학때 자주 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침대를 들여온 이후부터 그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이상하게 이모나 친구분께서는 무감각하시고 다른 쪽으로만 원인을 찾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이모 친구분께서 급한 일로 몇 달간 출장을 가게 되셨고, 집을 계속해서 비워놓을 수 없는 터라 이모께서 친구분 출장기간 동안만 다시 집으로 들어가게 되셨습니다.
그날밤도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처음 집에 오신 것 처럼 온 방안에 불을 다 켜놓고 TV며 각종 가전기기들도 죄다 켜놓으셨답니다.
그렇게 밤 9시 정도가 지나 어느 순간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주무시다가 또 다시 눈이 확 떠지며 정확하게 방 문틈 틈 새가 눈에 들어오셨습니다.
근데 앞서서는 어둠속에서 보셨다면 온 집안에 불이란 불은 다 켜놓은 터라 이번엔 정말이지 그 물체가 제대로 보일 것만 같아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것 밖에 없으셨답니다.
가위에 눌린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를 소름끼침과 공포,압박감에 그냥 어쩔 도리가 없이 이불만 붙잡고 그러고 있는데 사람이 밝은 곳에서 눈을 감았을때 시력검사 같은 걸 하면 손가락을 감은 눈 주위로 움직이거나 앞에서 누가 움직이면 그게 빛은 느껴져서 알아채지 않습니까?
그때 이모께선 자신도 모르게 눈이 확 띄여지셨답니다. 그리고.. 못 볼 걸 보시고 말았죠.. '그 동안 어둠 속에서 휙 휙 하고 빠르게 지나던 문 틈 새 부엌겸 거실의 의문의 물체가 밝은 불 빛 아래에서 그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어 아주 선명하게 보였는데,
하얀 소복을 입은 한 명은 목이 없고 다른 한 명은 다리가 없는 여자가 문 틈 새 앞을 쉴새없이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답니다..'
이모께선 그 자리에서 그냥 졸도해버리셨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문 두들기는 소리에 눈을 뜨셨습니다.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대낮에도 형광등이 켜져있길래 무슨 일 있나 하고 문을 두드리셨다는데 이모는 그 즉시 주인집 아주머니께 믿기 힘든 그 날 밤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으셨고 도저히 무서워서 이집서 못 살겠다며 방을 빼겠다고 거의 반 애원식으로 부탁드렸답니다.
당연히 주인집 아주머니 쪽에서는 계약 기간도 남았고 다른 문제도 아니고 그런 말도 안되는 일 때문에 방을 빼주는 건 절대 안 될 말이라며 옥신각신하셨고 이모는 침대 주워온 이야기 까지 모두 했다고 합니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분명히 그 침대를 주워온게 원인일거라며 침대를 얼른 갔다 버리라고, 남의 물건은 그래서 함부러 주워오는게 아니라며 이모를 되려 윽박지르셨고
이모도 그때서야 곰곰히 생각해보니 침대를 주워온 날 부터 그런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단걸 뒤 늦게 느꼈고 친구도 출장중이며 침대를 옮길 사람이 없으니 아주머니께 부탁해 그 날 하루 아주머니댁에서 신세를 지고 그 다음날 친구분께 연락해,
지인들을 동원해서 당장 침대를 원래 있던 위치로 갔다 놨다고 합니다. 그러고도 솔직히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너무나 무서워 친구분이 오시기도 전에 우선 고향인 외가로 내려가 계셨고,
친구분이 돌아오신 후 상의하에 친구분은 그대로 사시기로 결정하고 친구분과 나눠 냈던 얼마간의 계약금을 돌려받고 일도 그만 두신 채 그 길로 외가로 바로 내려오셨답니다...
침대를 버리긴 했지만, 도저히 그런 일을 겪은 그 집에서 살 용기가 안나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계약 잔금 문제로 오가며 우연히 지나던 침대를 버린 그 자리에 불과 며칠사이 또 누군가 침대를 가져 갔는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답니다 희안한 건 이모와 다르게 친구분께서는 침대를 옮겨왔을때 혼자 계실때도, 이모께서 외가로 내려오시고 혼자 사셨던 때도 그런 일을 겪지 않으셨다는데..
이모께서 외가댁으로 내려가시고 정확히 1년 여 동안을 혼자 거기서 사시다가 새벽 귀갓길에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셨답니다......
단순하게 보면 우연의 일치인데 이모께서는 이 이야기 하시면서 자기가 조금더 옆에 있었더라면 하면서 자책하시고 아직도 느끼지 않아도 될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 버려진 침대에 무슨 사연이 있었고 또 도대체 왜 그런 일을 겪은건지 단지 신경쇠약 때문에 헛것을 보신 건지 아니면 정말 그 침대를 들여온게 불행의 시초였는지..
그 문 틈새로 왔다갔다 했던 그 정체불명의 형체는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당시엔 워낙 경황도 없고 안 좋은 일이 겹치다 보니 그런 생각 할 겨를도 없으셨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되는데.. 쓰다 보니 두서없이 긴 글 재미가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