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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이야기입니다.
우리 남편은 트럭 운전수라, 한달에 반 정도는 집을 비웁니다.
그 무렵 큰딸이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나는 육아와 아르바이트, 가사와 집보기에 치여 매일 잠도 다 자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조금 노이로제 비슷한 상태가 되어, 여러모로 초조해하고 있었죠.
그 무렵 살던 집은 1LDK의 낡은 아파트로, 층간소음도 심해 그것 또한 수면 부족의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방음이 되지 않다보니 딸이 울면 이웃 사람들이 불평할 때도 잦아, 밤에 아이가 울면 그대로 밖으로 나가 한참을 어르다 들어오곤 했죠.
그러던 어느날, 그날 따라 딸이 심하게 보챘습니다.
새벽 1시 무렵이었지만 나는 아파트를 나와 어두운 골목에서 딸을 안고 어르고 있었습니다.
30분 정도 지나자, 딸은 울음을 그치고 잠들어 나는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아기를 침실 안쪽 침대에 누이고, 나는 지쳐 거실 의자에 앉았습니다.
피로와 외로움이 몰려와,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불도 켜지 않고, 우유를 따른 잔을 손에 든채, 그저 멀리서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로등 불빛만 비치는 어두운 방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끼익끼익하고 금속을 마찰시키는 것 같은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큰길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에 섞인 잡음 같은 걸로만 여겼죠.
하지만 소리는 계속 들려왔습니다.
나는 혹시 쥐나 벌레가 있는건가 싶어,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습니다.
소리는 아무래도 금방 내가 들어온 현관문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뭘까 싶었지만, 일어날 기력도 없어 그냥 문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끼익끼익하는 소리가 잠시 이어지더니, 현관 자물쇠가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빈집털이범이구나!
아까 내가 집으로 들어오는 걸 본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기랑 나, 둘만 있다는 걸 알고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심장이 미친듯 뛰기 시작했습니다.
손에 든 잔에서 우유가 넘쳐흐를만큼 손이 벌벌 떨렸습니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나는 그저 천천히 돌아가는 자물쇠를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안돼.
뭐라도 해야해.
초조한 마음과는 달리, 지친 몸은 움직이질 않고 나는 멍하니 돌아가는 자물쇠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철컥하고 소리가 나고, 자물쇠가 완전히 수평으로 돌아섰습니다.
당황해 시선을 돌려 체인 쪽을 보자, 다행히 체인이 걸려 있었습니다.
나는 겨우 숨을 내쉬었습니다.
지금 일어나 불을 켜면 놀라 도망갈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몸은 굳어 일어서지도 못하고, 그저 벌벌 떨며 문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러자 손잡이가 서서히 돌아가고, 문이 천천히 열렸습니다.
바깥 등불이 어두운 방에 가늘게 비쳐 들어왔습니다.
나는 과호흡 때문에 흐트러진 숨을 입을 눌러 참으며, 덜덜 떨리는 몸을 움켜안고 제발 체인이 걸려있는 걸 알아차리기만을 빌었습니다.
문이 천천히 열리다 체인 때문에 멈췄습니다.
부탁이니까 돌아가 주세요.
여기 들어와도 돈이 될 건 아무것도 없어요.
나는 마음 속으로, 얼굴 모를 침입자에게 애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 소원을 듣기라도 한 듯, 팽팽한 체인을 확인하고 문이 서서히 닫혔습니다.
지금이야.
달려가서 빨리 문을 잠그자.
나는 굳어버린 하반신을 들어올리려,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또 문이 슥 열렸습니다.
아, 포기하지 않았구나.
나는 가벼운 절망을 느끼며, 여전히 굳어있는 채로 그저 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열린 문틈새로 둔하게 빛나는, 큰 펜치 같은게 들어옵니다.
안돼.
이러다가는 살해당해버려.
그래, 아이를 지켜야지...
설령 나는 죽는다하더라도, 우리 딸만은 어떻게든...
나는 속에 쌓인 두려움과, 평소 억눌려 있던 감정을 해방하듯 큰 소리로 소리쳤습니다.
나 자신은 어찌되든 상관 없지만, 딸만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마 제대로 된 말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유가 든 잔을 문을 향해 힘껏 내던졌습니다.
잔은 우연히 펜치에 부딪혀 깨졌고, 우유가 사방에 흩날렸습니다.
펜치는 밖에 있는 사람 손에서 떨어진 듯, 현관에 반쯤 고개를 들이민 채 천천히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문 너머에서 누군가 당황해 달려가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은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그 후, 나는 현관 안으로 들어와 있던 펜치를 밖에 내던지고, 문 손잡이를 잡은 채 벌벌 떨었습니다.
옆집 대학생이 내 고함에 놀라 상태를 보러 온 듯 했지만, 노크도 않고 돌아가는 모습이 문틈새로 보였습니다.
설령 그가 노크를 해도 내겐 대답할 여유가 없었겠지만요.
나는 깨진 잔에 다리가 베였는데도, 그저 손잡이만 잡고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1시간은 그러고 있었을까요.
평정은 되찾을 수 없었지만, 떨림은 좀 잦아들었습니다.
나는 혹시 범인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빈집털이범이 들이칠뻔 했다고 신고하자, 몇분 지나지 않아 싸이렌이 울리고 경찰차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경찰관을 보자 눈물이 멈추지 않아, 오열했습니다.
큰소리를 내서 울면 아이가 불안해 할까봐, 소리도 내지 못한채 그저 울었습니다.
펜치와 공구 몇개가 문밖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경찰 쪽에서는 증거자료로 수거해 갔습니다.
이후 그 자료가 도움이 되어 범인을 체포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범인은 빈집털이 상습범으로, 전과 중에는 강간과 살인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영혼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이게 내가 살면서 겪은 가장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출처 | http://vkepitaph.tistory.com/9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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