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친했던 오빠한테 좀 전에 자냐고 문자왔는데 그냥 무시했어요..
항상 저한테 먼저 연락해주는 오빠인데... 참 고마운데..
전 맨날 이런 식이예요. 절대 먼저 연락 안하구요... 연락 오더라도 왠만큼 편한 상대가 아니면 못본 척하기도 하고
카톡이나 문자가 오면, 헐 이걸 어쩌지ㅜㅜ 부담스러워 어색해 이걸 어쩌지... 이러면서 대답을 미루다가 2시간씩
늦게 대답하기도 하고...
가벼운 대인기피증이라고 해야하나... 알 수 없는 저항감이 자꾸... 그냥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생각ㅠㅠ
심지어 인정받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더더욱 피하게 되요..
친한 몇명외에는 사람 안 만나고 거의 집에만 있는 제가 한심하고;;; 이렇게 히키코모리같은 사람이란거 들키기 싫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랑은 더 어색해지고 자꾸 나를 숨기고싶은 마음때문인지...
어릴때, 가정환경이 좀 엉망진창이었고 학창시절에 중2부터 고2때까지 계속 따돌림당하고 친구가 별로 없었던 일들 때문에
마음이 얼어붙은 것처럼, 인간관계는 무조건 형식적이었고... 그러면서도 버림받는 건 무서웠어요.
제가 연락 안하면 다른 사람들도 저한테 먼저 연락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간관계가 좁아요ㅎㅎㅎ
근데 그런 것들이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서, 저한테 새롭게 다가오는 건강한 사람들이 많은데
자꾸만 그런 사람들을 밀어내는 제가 답답해요.. 그게 너무 안타깝고.. 인연을 소중히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나에 대해서 잘 알게되면 그 사람들이 날 안 좋아할까봐 그게 무서운 것 같아요.
제 맘을 모르는 친구들은 제가 무심하다면서 화도 내고요ㅜㅜ 그런데 해줄 말이 없어요... 뭐라고 해야할지ㅜㅜ
얼마전에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자존감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제가 딱 자존감이 낮은 사람 케이스에 속하더라구요.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없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 눈치를 보고 미움받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엔 사람 눈도 똑바로 못 쳐다보고... 속으로 노심초사하면서 금새 미움받아버릴 것 같은 무서움에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 비위를 맞추고... 기가 약해서 쉽게 압도당하는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도... 그런 일들이 너무 제겐 진빠지고 소모적인 일이었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막상 관심을 받으면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도망가고싶고... 제발 나한테 신경꺼달라고 속으로 빌고...
술자리나 모임같은 자리에서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하는
생각이 들고, 마음이 너무 공허하고... 술에 취하면 사람들 있을땐 멀쩡하다가, 집에 와서 혼자 엉엉 울고ㅎㅎㅎ
누군가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말이라도 하면, 하루종일 신경쓰고...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나, 나한테 왜 그러지??
사소한 일에도 의미부여하고 걱정하고;; 나는 밉상이다, 라는 피해의식...
그러면서도 밝은 척, 센 척은 혼자 다하고 저 스스로도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단점들을 없애고난 다음엔, 다 괜찮아진 줄 알았어요. 근데 마음 속의 그 결핍은 뭘해도
사라지지가 않는 것 같아요. 이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대하지만, 안녕 잘가 하고서 뒤돌아서면 또 다시 사람들을 밀어내게 되요ㅜㅜ
저는 있는 그대로의 저를 사랑할 수가 없어요. 항상 어딘가 남들보다 모자라고 초라한 제가 있어요.
제 안에 있는 '완벽한 나'라는 상이 있는데, 그거랑 다른 제 자신이 사실은 싫은 걸지도... 아니야, 난 괜찮아 괜찮아해도
결국 내심 제 자신이 맘에 안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완벽한 내가 되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수 없다고
그 사람들은 이런 나는 좋아하지 않을 거고 난 미움받는게 두렵고... 지금의 나로는 안되는 거예요, 아무것도...
그래서 모쏠은 아니지만... 연애도 하기가 어렵고ㅎㅎ 3개월이상 긴 연애는 해본 적이 없어요.
학교다닐땐, 너무 많이 미움을 받았어요. 부모한테도 미움을 받았고, 모두가 절 싫어하고 관심도 없었어요.
처음엔 다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꼬여버리더니 모든게 엉망진창이 되더라구요.
머리에 하얗게 새치가 나서, 자고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베게에 하얀 머리카락들이 뿌려져있었는데
정작 그때는 제 자신이 힘들다고 생각을 안했어요. 새치가 났던건 살면서 그때 한번뿐인데 사실 그때일들은 잘 기억이 안나구요.
아무튼 애정결핍이 꽤 있었단 건 기억하지만 그런거야 어릴때니까 지금은 컸고 강해졌으니까...
제 삶에서 크게 비중두지 않았던 일이, 살아가는 동안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 몰랐어요.
이젠 저한테 주어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뭔가 고쳐야되는 건 아는데, 겉으로만 고칠 수는 있겠죠... 사람들 많이 만나려고 노력하고... 그러려고 하면 그럴 순 있지만
그건 제겐 소모적인 일이고 이젠 겉으로 고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저는 그런 괜찮은 사람들을 사귈 자격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요.
대화하거나 함께 놀때... 나랑 있는게 재밌을까? 또 나한테 연락해줄까? 대화하다가 잠깐 정적이라도 찾아오면, 지루하진 않을까
뭐라도 말해야될거 같고... 나같은 애랑 만나줘서 참 고맙고 감사해... 라는 생각도 해요. 근데 그런 제 자신이 좀 기분 나쁘더라구요;;;
그렇다고 제가, 완전 자존심도 없고 그런 성격은 아닌데.. 오히려 아무도 제가 자존감 낮은 거 눈치 못 챌 정도예요ㅎㅎ
하지만 속으론 이러고 있다는 사실.... 학교다닐때 왕따였던 것도 주변에선 모른다는 거ㅜㅜ 말을 안하니까...뭐..ㅜㅜ
하... 뭐라는 거지ㅎㅎㅎ 아무튼 전 이런 저를 바꾸고 싶어요...
저항감없이 어색하지 않게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자꾸 툭툭 끊어지는 인연을 오래 지속하고 싶어요...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싶어요ㅜㅜ
자존감 낮은 분들 같이 힘내요.. 우리 존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