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당사자와는 건너건너 아는 관계로 일면식도 없습니다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퍼왔습니다.
간단하게 줄여서 말씀드리자면, 당사자이신 분은 휠체어를 사용하시는 장애인이시고,
합정역 직원들로부터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았습니다. 자주 이용하시는 역이기 때문에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네요.
다른 인간에게 이런 짓거리를 퍼부을 수 있는 것들이라면,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에서는 자유롭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일 알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많이 알려주시고, 공유해 주세요. 아래는 글의 본문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아직도 머리가 멍하고 어제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저는 어제 저녁 6시 16분경 2호선 합정역에서 당산 방면 차를 타기 위해 합정역에 전화해 안전발판을 요청했습니다.
안전발판을 요청하여 7-1칸에서 만나기로 하고 당산 방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내려가니 퇴근길의 사람들이 승강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저는 역직원이나 공익요원을 찾지 못 했습니다.
인파를 헤치고 2-2칸까지 쭉 거슬러 내려가는데 갑자기 누가 제 앞을 막아서더라구요.
"그거 불지 마세요"
저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깜짝 놀랐고, 네?하고 반문했습니다.
"그거 불지 마시라구요"
제가 휠체어용 경적 대신 사용하고 있는 장난감나팔-조금 큰 호루라기?-를 가리키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지하철역 승강장은 시끄럽고 사람이 많이 오가다 보니 휠체어 경적은 들리지도 않습니다.
저는 발성이 약하고, 목 근육이 약해서 오래 말하면 목을 가누기가 힘들어지기에 사람들에게 일일히 비켜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장난감 나팔은 제가 선택한 저의 보조기구였던 것입니다.
"왜 사용하지 말라는 건가요?"
"시끄럽게 하지 마시고 조용히 하세요. 소란피우고 계시잖아요 지금."
"아니 안전발판만 가져오시면 될 문제를 왜 저한테 이러세요?"
저는 이들이 지하철 보안관인줄 몰랐고, 안전발판을 설치하러 나온 직원인줄 알았습니다. 복장이 흡사하니까요..
"조용히 하시고 그거 불지 마세요. 다른사람들에게 피해주고 있잖아요 지금"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장애인의 보조기구 사용을 정당한 사유없이 제한할 수 없습니다.
저는 목근육이 약해 말을 오래 하기 어렵고 시각장애가 있어 인파가 많은 곳에서 위험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럼 직원들한테 부탁해서 도와달라고 하면 되지 왜 그걸 붑니까"
"합정역에 전화해서 요청했는데 엇갈렸고 혼자 이동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뭐 요청한다고 항상 해주도 않고 안전발판 설치해달라고 하면 딱 그것만 해주지 동행안내는 요청해도 잘 안해줘요"
"그러니까 직원 도움 청했으면 될 일을"
"직원 못 만났구요, 저 혼자 이동하면서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사용한 보조기구이고, 공공장소 소음제한 데시벨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보조기구 사용을 제한하실 수 없고, 제한하려면 법적근거를 대시든지 영장을 가져오세요."
"지금 제한하는 게 아니라 부탁하고 있는 거잖아요"
"아. 네 그럼 그 부탁 거부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저는 휠체어를 이동해 차량에 탑승하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보안관들이 휠체어 사이에 발을 밀어넣어 껴넣고는 "아프잖아요 발 밟지마세요" 라며 막아서더군요.
"철도안전법을 위반했다"며 지하철을 못 타게 하더니 철도안전법 위반, 지하철보안관 지시위반이라고 지하철 못 태운다고 하더군요.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장애인인데 여기 합정역2호선에서 지하철보안관들이 장애인보조기구 사용을 못 하게 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고 있으니 확인해달라고요.
잠시 뒤 경찰이 왔습니다. 경찰에 상황설명을 했고 지하철보안관들도 상황설명을 했구요.
거짓말로 일관하더군요. 저를 보호해주려고 도와주려고 했는데 제가 막무가내였다고요.
경찰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저는 듣지 못했습니다. 못 듣게 하더군요) 제가 철도안전법 위반을 한 게 맞고 지하철 탈 수 없다고,
위로 올라가서 조사받자면서 신분증을 요구합니다. 저는 신분증 없다, 조사 받아야 할 이유 없다라고 거부했고요.
그랬더니 저에게 "자기법만 장애인법만 주장하지 마시고 다른 법도 좀 지켜라"
"자기식대로 자기 맘에 드는 법만 주장하지 마라"고 하며 강제퇴거를 시키려 합니다.
그러면서 "장애인차별 그러는데 그렇게 큰소리 내면 승객들 놀라지 않겠냐. 저 중에도 장애인 있을 수 있다.
심장 안 좋은 사람 당신 때문에 놀라서 심장마비 오면 어떡할거냐. 당신이 죽이는거다" 라고 말하며
"자기법만 주장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제가 다른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구요..
회의에 늦을 것 같고, 보내줄 것 같지는 않고, 몸은 안 좋고..
안전발판 없이라도 지하철 탑승하려 하니 못 타게 하고, 합정역에 다시 전화해 공익요원 내려왔는데도 못 타게 하더군요.
몸이 안 좋아서 빨리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다고 말해도 못 가게 했고, 전동휠체어를 뒤에서 잡아당겼습니다.
한 번은 전동휠체어를 맘대로 조정하여 갑자기 뒤로 움직이면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졌고 바로 일어나지 못하자
몸이 심하게 경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저들은 일으켜 주려고는 하지 않고
"발작하는 거 아냐? 119 불러 그냥" 하더군요. 경직과 발작은 다른거고 엄연히 본인들이 갑자기 휠체어를 움직여서 생긴 일인데 말이죠..
모욕감에 눈물이 나려 하더군요.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을 수 없어 여러 사람들에게 전화를 시도하다
응급안전알림이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마포IL센터에 전화를 걸어 국장님께 상황설명을 했습니다.
경찰과도 통화를 했는데 계속 자기네는 도와주려 했는데 제가 막무가내였다는 거짓말을 하더군요.
한참 국장님과 통화한 끝에 저를 보내주기로 얘기가 됩니다.
이 때에도 끝까지 트집을 잡더군요.
"이 시간에는 지하철 안에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타려고 그러냐. 가다가 발작하면 어떡하냐. 사람 많은데 타면 더 위험하지 않겠냐"
그러니 위에서 천천히 조사받고 가란 겁니다...
필요없다고 했습니다. 모욕감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욕지기가 일었습니다.
마치 제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는 식의 말투..
안전발판이 설치되고 탑승하는데도 제 뒤에 대고 "그거 이제 불지 마세요!"
이때가 저녁 7시 7분 경이었습니다. 무려 한 시간을 역에서 소비한 것이었죠..
차가 출발하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기자단분들에게 톡을 했고 기자단 친구가 마중을 나와줬습니다.그렇게 상황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무서웠고 화가 났고 무력했고.. 슬펐습니다.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호루라기를 분 게 철도안전법 위반이라니..합정역은 집근처이고 매일 최소 한 번 이상 이용하는 역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합정역을 계속 이용하는 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고, 그 때는 강제퇴거, 체포, 연행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활동보조 사각지대와, 이동권 사각지대에서 제 나름으로 제 몸을 보호해 온 것 뿐입니다.
저는 그간 철도를 이용해오면서 여러 일들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지나갈게요, 길 좀 비켜주세요' 라는 말 앞에 쏟아져나오는 욕설, 성희롱, '비도 오는데 왜 나와서..' 같은 말들..
합정역에서는 합정역은 안전발판이 필요 없는 역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승하차 때마다 단차와 폭 때문에 몸이 덜컹하며 부딪치며 내리거나, 틈 사이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이런 상황들마다 지하철보안관, 역 직원, 공익요원이 도와준 적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오로지 자력으로 신고하고 도움을 청했고, 스크린도어가 닫힌다며 경고음으로 위협할 때 제 몸으로 닫히는 열차문을 막아서며
휠체어를 내려준 것은 다른 승객들이었고 시민들이었습니다. 공공이 지켜줘야 할 안전의 부재에서 저는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 발버둥마저 '철도안전법 위반' 이라는 죄목하에 처벌될 위기에 있습니다.저는, 그저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휠체어의 경적을 아무리 울려도 자기가 부딪쳐놓고 욕을 하는 사람들,
제 발쯤은 제 손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밟고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제 몸을 보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게 그렇게 잘못인가요? 제 몸을 지키고자 한 게 잘못인가요?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권을 요구한 것이 잘못인가요?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저는 서울시의 한 시민이며, 대중교통을 사용해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가 있습니다.
제가 지하철과 승강장에서 성희롱, 성추행을 당할 때 그 어디에도 없던 지하철보안관이,
휠체어가 틈 사이에 빠져 열차가 출발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문이 닫히고 문 사이에서 짜부려져 들어갈 때 그 어디에도 없던 지하철 보안관이,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제 권리를 제한하고 처벌하겠다고 한다면,
저의 권리는 권리가 아니라고, 저의 안전은 안전도 아니라고, 저의 목숨은 목숨도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렇습니까, 정녕?아직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테러'라고 밖에 할 수 없을만한 이 일련의 일들이 무서울 뿐입니다...
방법을 함께 찾아나가야겠지요..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부당한 억압이며, 장애인차별이라는 것을, 함께 알려나가고 싸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함께 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