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도깨비, 파란 도깨비...
옛날 옛날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시절 아직 한반도는 칠흙같은 어둠속에 있었다. 그 곳에는 생명의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지만, 얼마후에는 태양이 떠오르리라. 그리고 태양이 떠오르면 잠자던 생명은 다시 일어나고 생기있는 땅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분명 이 한반도는 그러한 기운을 가진 땅이다.
추운 북쪽나라에 사는 빨간 도깨비는 한반도가 탐이 났다. 추운 북쪽나라는 너무 추워서 도깨비는 춥지않은 곳을 찾고 있었다.
파란 도깨비는 바다건너 넓은 땅을 갖고 있었고, 또 그 땅은 파란도깨비에게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먹을 것도 풍부했지만, 이 도깨비는 당최 욕심이 너무 많았다.
이 파란 도깨비 역시 한반도가 탐이 났다. 이제 어둠이 겆힌 이 땅은 새로운 개척지가 될 것이 틀림없으리라. 또 빨간도깨비와 결판도 내야하던 참이다.
이 도깨비들은 힘이 장사라 맨손으로 산을 파내고 강으로 만들거나, 강을 산으로 메우는 일 쯤은 일도 아니었다.
빨간도깨비는 한반도로 남으로 남으로 산을 건너고 강을 건너 내려왔다. 파란도깨비는 바다를 건너고 또 건너서 한반도로 왔다.
결국 그 둘은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치게 되었다. 한반도는 하나고 서로 나누어 갖기에는 너무 작았다.
서로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잠시동안 그들은 서로에 대해 경계했다.
저 녀석은 어느정도의 힘을 갖고 있을까.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어떤것으로 승부해야 할까.
둘은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는 빨간도깨비가 먼저 줄다리기를 제의했다.
그러자 파란도깨비가 동의하며 그럼 동아줄은 어디서 구할까하다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백두산에서부터 남쪽 끝까지 연결되어 있는 태백산맥을 이용하기로 말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서로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그 둘의 힘은 막강했고 또 막상 막하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비가오고 눈이오고, 또 계절이 바뀌고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고있었고, 도깨비들은 더 더욱 거세게 서로가 한반도를 갖고자 하는 욕심에 힘차게 당겨나갔다. 영차 영차 영차 영차!! 땅이 밀려 올라가는 것을 느꼈고 망가지는 것을 알았지만 서로는 양보를 몰랐다. 결코 한발짝도 물러섬이 없었다. 많은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태백산맥은 그 도깨비들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툭! 끊어지고 말았다. 파란도깨비와 빨간 도깨비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런데 말이다. 이 끊어진 태백산맥 중앙에서 새빨간 피가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이 뜨거운 피가 뭉글뭉글 새어나오다, 결국 콸콸 쏱아져 흘러내리고 그 피는 강을 만들고 그 중앙에 호수를 만들고 있었다.
도깨비들은 주저앉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 피는 결코 도깨비들의 피도 아니요, 바로 태백산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피의 호수에서 어린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아마 한 수백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태어난 그 아이들은 이내 그 새빨간 피 사이로 헤엄치고 물장구치고 장난을 치며 서로 즐거운 듯이 웃으며 놀고 있다. 그러고 놀기를 얼마후 그 아이들이 그 피를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또 마시고 마셨다. 그 아이들은 그 빨간 피를 모두 마셔버렸다. 그 곳에는 단 한방울의 피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서로 서로 어께동무를 하더니 엉겨 붙기 시작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엉겨 붙고 붙어 태백산맥은 다시금 그 아이들의 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태백산맥의 메워진 곳이 벌떡벌떡 숨을 쉬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을 지켜보던 두 도깨비들은 혀를 쯧쯧 차며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 한 15년전쯤 읽은 동화가 불현듯 생각나 생각에 의존하여 적어봅니다.-
- 아마 이현주(맞나?)라는 작가분께서 쓰신걸로 기억합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