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에 올렸던 마카롱 포스팅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마카롱 실패원인을 분석한 포스팅을 들고 왔어요. 저의 경험과 여러 인터넷 자료들, 그리고 서적을 참고해서 총 정리한 포스트입니다. 타 카페에서 제가 쓴 글을 퍼온거라 시간상 존댓말로 옮기지 못했어요. 마카롱을 만드는 과정에 따라 실패할 위험이 있는 사항들을 체크할 수 있게 적었어요. 모든 사항을 잘 지켰는데도 실패하는 사람을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1. 재료들은 신선하고 불량품은 없어?
불량재료를 쓰면 당연히 좋은 마카롱을 만들 수 없겠지? 만약 아몬드 가루가 오래되었다면 얼룩진 마카롱이 될 수 있어. 예를 들어 기름기가 많은 아몬드가루를 사용하면 유분이 머랭의 거품이 다 죽어서 반죽이 질어질 수 있거든. 전에 재료가 신선한지, 오래되지는 않았는지 체크해봐.
2. 배합은 레시피대로 했니?
너무 달다고 설탕을 가감하거나, 고소한 맛을 증대시키려고 아몬드가루를 늘리는 등 레시피를 임의로 변경하면 마카롱이 실패할 수 있어. 가루류와 액체류의 비율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는데, 개인의 기호대로 레시피를 변경하면 실패할 수 있어. 내가 사실 그랬거든.. 너무 달아서 설탕량을 줄였더니 반죽이 엉망이 됐어..ㅠ
3. 가루류는 2~3번 이상 체에 잘 쳤니?
아몬드 가루와 슈가파우더는 얇은 체로 3번정도 쳐서 뭉침없이 고운 가루가 되게 해야해. 또는 푸드프로세서로 갈아도 무방해. 만약 이 과정을 소홀히 했다면 곳곳에 가루가 뭉쳐서 얼룩덜룩한 마카롱이 될 수 있어.ㅠㅠ
이 사진처럼 큰 덩어리가 없이 이런정도로 곱게 체치면 돼.
4. 머랭은 확실히 잘 올렸니?
중력의 힘을 거의 받지 않아 매우 단단한 머랭이 100퍼센트의 머랭이라고 하면, 마카롱을 만들 때는 70~80%로 머랭을 올리는게 좋아. 흔히 머랭을 차갑게하면 잘 된다는 말은 생크림과 오해한 것이야. 금방 꺼낸 탱글탱글한 흰자로는 머랭을 만드는데 적합하지 않고, 흐물하게 풀어진 흰자가 적합해. 또 상온에서 놔둔 흰자로 머랭을 올릴 시 단단하게 올릴 수 있어. 셰프들은 흰자를 일주일정도 따로 냉장고에 놔둬서 조직이 풀어지게 하는데, 그럴필요까진 없고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 흰자 노른자를 분리시켜서 냉기가 없어질 정도만 놔두면 돼. 시크릿에서는 핸드믹서를 처음 돌릴 때 고속으로 3분간 돌려라고 나와있어. 어느정도 모양이 잡히면 설탕을 배분해서 넣어주면 돼. 완성된 머랭은 윤기나고 뿔이 휘어서는 모습이야. 머랭을 확실히 올리지 않게 되면 납작한 마카롱이 될 수 있어.
머랭은 이정도 올리면 돼.
5. 너무 많이 혹은 너무 덜 섞지는 않았니?
머랭을 적당히 죽여줘서 마카롱 반죽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마카로나쥬'라고 해. 마카롱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 너무 덜 섞게되면 크랙이 가거나 깨진 마카롱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많이 섞으면 납작하고 삐에없이 구멍난 마카롱이 될 수 있어. 매끈하고 무거운 반죽이 천천히 끊김없이 흘러내리면 반죽을 멈춰줘.
6. 빠르게 잘 짰니?
반죽은 곧바로 짜는게 좋아. 반죽을 그대로 놔두면 머랭이 풀어지게 돼. 또는 천천히 짜면 손의 온도에 의해 머랭이 섞죽게 되서 납작한 마카롱이 될 수 있어. 나도 대량으로 마카롱을 만들 때 마지막으로 짜는 판은 처음짜는 마카롱보다 납작하고 예쁘지 않은 모양이 많았어. 최대한 빨리 짜줘. 그리고 꼬끄를 짜준 판을 테이블에 가볍게 몇 번 쳐줘. 모양도 발라지고 기포가 빠져서 마카롱이 구멍이 나는 것을 방지해줘. 에르메씨가 말하길 유산지를 쓰고 있다면 남은 반죽으로 판에 종이를 고정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래.
7. 잘 말렸니?
보통 책에 30분 건조나 1시간 건조라고 나와있는데 그런건 무시해도 좋아. 직접 손으로 반죽을 만져보아 묻어나오지 않을만큼이면 된거야. 삐에가 나오는 원리가 반죽이 열때문에 부푸는데 건조된 껍질때문에 다 부풀지 못하고 옆으로 튀어나온거야. 당연히 덜말리면 삐에가 나오기 힘들거야. 잘된 반죽은 날씨가 좋으면 10분이면 마르기도 하고, 날씨가 흐려도 잘 말라. 잘 마르지 않아서 오븐 저온에서 말리거나 히터로 말리면 겉껍질은 빨리 마르는데 속의 반죽은 꺼질 수 있어.
서늘한 바람이 부는 베란다에서 말리면 제일 좋아. 만약 아무리 말려도 잘 안마른다면, 그날 반죽은 실...패 ㅜㅜ
8. 적절한 오븐온도에 구웠니?
오븐의 불이 세면 마카롱 꼬끄에 크랙이 생기거나 색이 바랄 수 있어. 그리고 갑자기 온도를 냉각시키면 반죽이 가라앉아서 마카롱이 뜨게 돼. 만약 꼬끄가 시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면 몇분 더 구우면 똑 떨어질거야. 오븐온도는 집집마다 다르니 여러번 시도해서 맞는 온도를 찾는게 좋아.
9. 하루정도 숙성했어?
마카롱을 처음 샌딩하고 먹으면 뻣뻣한 식감에 맛이 없을 수 있어. 하루정도 숙성시키면 필링의 수분기가 꼬끄에 스며들어서 바삭 쫀득한 마카롱이 비로소 완성돼!
레시피는 요기
참고 서적 : Pierre Hermé MACARONS
+ 자주 받는 질문들
Q: 마카롱을 만들 때 이탈리안 머랭, 프랜치 머랭 중 어느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좋나요?
A: 마카롱을 한 두번 만드신 분들은 프랜치 머랭과 이탈리안 머랭, 이렇게 머랭을 올리는데 두 가지 방식이 있다는 걸 알거에요.
(스위스 머랭 등은 마카롱에 거의 이용되지 않으므로 제외하고)
두 가지 방법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이탈리안 머랭의 장점은 '안정성이 높아 실패 위험이 적다'는 것입니다.
머랭을 올릴 때 사용되는 흰자는 탱글탱글하고 신선한 흰자보다 조직이 흐물해진 흰자가 적합합니다.
이탈리안 머랭은 펄펄 끓는 시럽을 부워가면서 머랭을 올리기 때문에 흰자의 조직이 분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머랭이 더 튼튼하고 습도에 강하며, 반죽이 더 빨리 마르게 됩니다.
그러나 시럽을 끓이는데 따른 귀찮은 요소가 있죠
반면, 프랜치 머랭은 설탕만으로 머랭을 올리는 방식인데,
이탈리안 머랭에 비해 습도에 민감하여 실패 위험이 높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맛'입니다.
이탈리안 머랭으로 만든 마카롱의 질감은 꼬끄가 퍼석하고 갈라지는 반면에
프랜치 머랭으로 만드는 마카롱은 마카롱 특유의 식감을 그대로 살려냅니다.
정통 마카롱집인 Laduree가 프랜치 머랭만을 고집한 이유가 있을만큼요.
저의 경험에 의해서도 프랜치 머랭의 식감과 맛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실패위험이 있는 초보자들은 이탈리안 머랭 추천,
마카롱 본연의 맛을 살리고 싶은 분들은 프랜치 머랭 추천.)
Q: 마카롱은 성공했는데 삐에가 너무 얇아요
A: 삐에의 굵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보통 반죽의 농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뻑뻑한 반죽은 삐에가 높게 올라오고, 묽은 반죽은 얇은 삐에가 올라오죠.
평소보다 머랭을 조금 더 올리거나 조금 덜 섞어보세요. (뭐든지 적당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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