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자 귀찮은 질문과 조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질문은 이거다. “왜 고양이를 키우세요?”. 여기에는 쉽게 답을 내어놓을 수 있다. “키우는게 아니라 같이 사는거죠”. 그러면 슬금슬금 조언이 시작된다. “고양이랑 같이 살면 애인 못사귄대요”. 여기에도 쉽게 답을 내어놓을 수 있다. “애인을 사귀는 건 의지의 문제죠. 그리고 전 애인만큼 고양이가 좋아요”. 그런데 이런 질문에는 잠시 숨을 멈추게 된다. “그래도 인간을 키우셔야죠? 고양이는 인간을 대신할 수 없으니까요”. 거기에 이런 문장까지 붙는다면 눈꼬리가 매섭게 치켜올라가는 걸 참을 도리가 없다. “아니면 차라리 개를 키워요. 남자가 왠 고양이람.”
그러니까 세상은 이런 편견으로 가득하다. 진짜 남자라면 혼자 동물을 키워서는 안된다. 애인을 원한다면 더더욱 고양이는 안된다. 그래도 동물을 키워야한다면? 차라리 개를 키워라. 남자는 역시 개다. 헤테로섹슈얼 남자는 고양이 따윈 키우지 않는다. 자, 나는 여기에 반박할 완벽한 자료를 하나 갖고 있다. 독신남들, 심지어 게이가 아닌 헤테로섹슈얼 독신남들까지도 더이상 남성다운 애완동물의 상징이던 개 대신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는 2008년 3월자 <뉴욕타임즈>의 기사다.
이 기사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한 헤테로섹슈얼 독신남은 이렇게 말한다. “제 고양이는 새로운 연인보다 우선입니다. 현실적으로 말하는 겁니다. 새로 만나기 시작한 여자가 정말 끝내주게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면 제 고양이가 훨씬 중요해요”. 세상의 많은 여자들 듣고 계십니까? 또다른 헤테로섹슈얼 독신남은 이렇게 말한다. “남자는 개를 키워야한다고요? 마음이 약한 남자들이 오히려 개를 키우는 편입니다. 왜냐면 개는 인간을 지켜주는 동물이니까요. 말하자면, 개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겁이 많은 남자들을 위한 친구라니까요”. 세상의 많은 (고양이 키우는 남자를 무시하는) 남자들, 듣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와 데이트하는 여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한 여자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들은 예민하고 까탈스러울 것 같아요. 궁극의 초식남이랄까요”. 하지만 <뉴욕타임즈>의 인터뷰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와 사귀는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들은 아주 안정적이고 건실해요. 그들은 개와 공원을 뛰어다니면서 남들에게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는 일 따위는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렇다.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들은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종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마음 속 남성성을 다스릴 줄 아는 현명한 인간들이자, 지극히 사려깊은 반려자감이자, 어쩌면 최고의 여자 조련사들이다. 연애에 있어서라면, 여자들은 유능한 곰조련사가 되어야하고, 남자들은 현명한 고양이 조련사가 되어야하는 법이다.
이 글을 읽고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자는 왠지 꺼려진다면 캐나다 오타와에 살던 어떤 부자 독신남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라. 몇년전 외신기사들에 따르면 데이비드 하퍼라는 독신남은 79세로 생을 마치면서 1300만달러(한화로 150여억원)의 재산을 사랑하던 암코양이에게 남겼단다. 암코양이는 하퍼가 다니던 교회로부터 평생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 여기에 뼈저린 교훈이 있다. 고양이 키우는 독신남들을 피해가지 마시라. 그들은 안정적인 친구이자 사려깊은 데이트 상대인 동시에, 성실하게 모아놓은 재산을 차곡차곡 은행잔고에 쌓아놓은 건실한 배우자 후보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읽고도 여전히 고양이 키우는 남자는 까칠하고 예민하고 여성적인 초식남이라 데이트 상대로는 별로라는 편견이 바뀌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 뭐. 고양이 키우는 독신남들의 사랑과 재산은 영원히 고양이들의 차지로 남기는 수 밖에. 사실 고양이들도 그 편을 더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한 줄 요약 : 그래도 안 생겨요 ㅜㅜ
출처 : http://ohboyzine.egloos.com/m/3882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