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얼굴을 기억하냐고요?"
"음...글쎄요. 생각나지 않아요. 코, 입매, 웃을 때 보조개가 들어가는 건 기억이 나는데.. 전체적인 모습을 조합해보면
흠..딱히 이 얼굴이다. 하는 건 잘 모르겠네요."
나는 그녀가 처음에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의 상담 끝에 그녀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판단되는 진단이 내려졌다.
"아 그렇군요 알겠어요. 동생의 사진을 가져오라 이거죠?"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동생의 사진을 가지고 왔다.
"그렇죠? 잘 모르겠죠? 저만 그러는게 아니라니까요."
"아 우습게도 동생은 단체 사진을 볼때 자기 얼굴은 잘 찾더라구요.
아마 본인 한테는 해당 사항 없는 것 같아요."
"음…. 처음부터 다시 얘기하자면
동생은 미숙아로 태어났어요. 어머니께서 고생이 많았죠.
몇 시간의 산고 끝에 결국에 수술로 태어났는데
그게 잘못됐나 봐요. 동생의 얼굴에 흉터가 생겼죠.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그 상처는 아물었지만, 동생은
유독 그 상처에 신경을 쓰더라고요."
사진에 보이는 동생의 입매 부분을 보자 확실히 사진에도 희미해 보이는 상처가 있었다.
"네 그렇다니깐요. 뭐 왕따라 비슷 한 것도 당연히
당했겠죠. 저는 뭐 당사자들을 이해해요. "
"친가족도 얼굴을 못 알아보는데, 그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동생의 얼굴을 알아보겠어요?"
"네? 저는 아무 문제 없냐고요? 저는 뭐 교우 관계가 좋고, 항상 반장도 해왔고
무엇보다 선생님들은 저를 신뢰하셨어요. 그래서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반장이라고 불렸죠. 제 자랑이에요. 동생과 달리 저는 노력파이니깐요. 무엇을 하던지 인정받으려 애쓰죠."
"뭐 아무튼 동생 때문에 이사도 많이 다녔어요. 괜히 안 좋은 소문 나서 좋을것 없잖아요?"
"휴…. 말도 마세요.
엄마도 콤플렉스가 심하셨죠. 자기 자식도 못 알아보는 부모라니,
어떨 때는 바로 옆에 있었는데 못 알아보고 미아 신고까지 했던 적이 있더라니까요.
"우리 가족끼리는 동생을 알아보기 위해 무언의 약속을 해요.
팔을 유심히 보는 거죠. 동생의 왼쪽 팔꿈치에는 커다란 점이 있거든요.
그걸로 동생을 알아보는 거예요."
"아 왜 그렇게 하냐고요?"
동생은 우리가 못 알아보는걸 몰라요.
자신이 왕따 당한 것도 성격이 문제 인 거라 생각하죠.
가족의 배려지만 은근 스트레스 받는 일이죠."
일주일이 흐르자, 그녀가 다시 찾아왔다.
"이제 다시 찾아올 일은 없을 거 같네요. 사실 얼마전 동생이 자살했거든요."
"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얼굴도 기억 못 하는 동생이 자살하니, 슬프다기보다는
시원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냉혹하다고요?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도 몰라요. 동생은 괴물이었어요. 괴물!"
그녀는 알지 못했다. 내가 상담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는 것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