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똑....’
또 그 소리다.
나는 이 소리에 온 몸의 털이 다 쭈뼛해지고 정신은 번쩍 든다.
미쳐버리겠다. 아주.
시계는 너무 당연하게도 새벽 3시 언저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 4시간 째 이렇게 방에 웅크리고 졸면서 ‘소리’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약 20분 간격, 저렇게 정확히 3번 씩 두드리고 있다.
문 열어서 확인 하면 안되냐고?
경찰에 신고 안하냐고?
당신이라면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겠다.
그러나 지금 얘기를 들어보라.
‘똑 똑 똑...’
이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밤 11시쯤이었나?
나는 혼자서 스마트폰으로 예능을 한창 보고 있었지.
참고로 나는 자취생이다.
방은 좁은 원룸이고 꾸밀 것도 없는 그저 옷과 의자, 침대, 책상...... 전형적인 자취생이다.
침대에 누워 혼자 낄낄 거릴 때 그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
그것도 세 번 박자를 맞추는 듯이.
처음에는 친구가 술 마시자고 쳐들어온 줄 알았다.
그것도 토요일 밤이니 대학가 술집도 근처겠다, 당연하지 싶었다.
“누구세요?”
목소리 높여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침묵 뿐.
나는 더 크게 “누구세요?”라고 소리치며 친구들 이름을 하나씩 나열했다.
“XX이? OO이냐? 누구야?”
또 대답이 없기에 나는 속으로 욕하며 침대에서 벗어났다.
문을 열려고 하는 찰나 또 문을 노크하는 소리.
‘똑 똑 똑......’
내 방 문은 밖을 보는 구멍이 없어 살펴볼 수도 없었다.
살짝 기분이 이상해진 나는 날카롭게 비명질렀다.
“야이씨, 누구야! 장난 치지마! 누구냐고!”
그 순간 나는 얼굴이 새하얘졌다.
‘쾅! 쾅! 쾅!’
문을 부수듯이 큰 소리로 건너편의 누군가는 문을 두드렸다.
거기서 멈춘 게 아니라 달그락달그락 문을 열려고 하였다.
나는 그 때 공포에 극에 달하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표현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다가 아무런 소리는 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침대로 복귀했다.
이불과 핸드폰을 웅크리고 떨고 있었다.
도저히 문을 열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찰에 이런 일로 전화하는 것도 무언가 경찰 입장에서는 웃길 터.
안 그래도 토요일이고 술도 조금 들어갔겠다.
학교 기숙사에 산다는 친구한테 문자했다.
‘야...... 내 방 와라. 술 마시자.’
대답은 금방 왔다.
‘뜬금없이 뭐냐...... 뭔 일 있냐?’
나는 차마 무서워서 그렇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뜬금없이 술 마시자는 것도 웃기다.
일단 핑계로 ‘요즘 인생 많이 힘들다.’라고 보냈다.
그래도 의리 있는 놈이니 이렇게 말하면 와주진 않을까.
‘나도 지금 밖에서 술 마시고 있다. 집 갈 때 한 번 들를게.’
무언가 아쉬운 대답이었다.
나는 언제쯤 오냐고 문자 보냈을 때 금방 갈 듯 하다고 답장이 왔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안도를 느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그 때였다.
‘똑 똑 똑......’
나는 몸이 또 경직되었다.
이번에는 가만히 있기로 하였다.
그런데 웬걸 건너편에서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굉장한 고음이었다.
나를 비웃는 듯했다.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신경이 곤두섰다.
여름인데도 추웠다.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나도 내가 꼴사나운 것을 안다.
옆에 누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더더욱 웅크리고 다시 한 번 친구한테 문자 보냈다.
‘아직이야?’
숨이 턱 막혔을 때 그의 답장은 산소와 같았다.
‘금방 간다. 지금 안주 좀 사고 가는 중. 그런데 뭔 일이기에 그러냐?’
나는 오면 얘기 해준다고 했고 그는 알겠다고 했다.
‘똑 똑 똑’
한 세 번째 이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어갔다.
종교를 믿지도 않는 나는 본능적으로 두 손 모아 누군가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제발. 제발. 제발.
술기운 때문에 살짝 피곤하기도 했지만 발 뻗고 잘 엄두는 안 났다.
친구한테 다시 문자 보냈다.
‘어디쯤?’
‘한 5분이면 갈 듯. 거기 OO빌라 XX호 맞지?’
나는 그렇다고 답하고 기다렸다. 이제 조금만 버티면 된다.
한 20분이 지나도 친구의 소식은 없었다.
대신 다른 것이 왔다.
‘똑 똑 똑......’
또 그 소리. 미쳐버릴 지경이다.
친구는 저렇게 문을 노크하지 않을 것이기에 당연히 나는 아직도 무서웠다.
전화를 걸었다.
‘또르르르르르르......’
신호음이 갔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어디선가 익숙한 음악이 들렸다.
아.
복도에서 나는 소리.
친구의 벨소리다.
안 받는다.
계속 신호음만이 울리고 복도에서는 음악이 울린다.
제발.
제발.
제발 받아라.
‘상대방이 받지 않아....’ 신호음이 열 번 울리고 들려오는 소리.
나는 툭 끊었다.
뭐지.
그렇다고 문을 열 용기는 안 났다.
온갖 상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대신 문자를 남기기로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설마 아니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야 너 어디야. 빨리 온다매.’
이 한 줄은 아무리 째려봐도 ‘읽지 않음’ 표시로 남았다.
나는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시 전화를 걸었다.
‘또르르르르......’ 거기에 맞춰 문 넘어 복도에서 울리는 음악 소리.
그런데 그 때였다.
신호음 세 번 정도 울렸나.
그리고 꺼졌다.
‘상대방이 바쁜 관계로......’
복도에서 희미하게 울리던 음악 소리도 금방 꺼졌다.
‘똑 똑 똑......’
이제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내 방에서 움츠러든 자세로 이렇게 새벽 3시까지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을 버텼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핸드폰에 내 친구번호로 전화가 왔다.
당연히 받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눈물을 머금었다.
그렇게 버틸 수가 없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래 X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온 동네가 떠나가라 괴성을 지르고 식칼을 찾아들어 문을 열 준비를 했다.
“이 XX!! 어디 너 죽고 나 죽어보자 그래!!!!!”
문을 확 열고 앞으로 돌진하였다.
그런데 무언가에 걸려 고꾸라져 넘어졌다.
나는 넘어지면서 칼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렇게 10초를 버둥거리고 욕하고 소리 질렀을까.
제대로 보니까 사람이 내 옆에 누워있었다.
내 친구였다.
그는 온 몸에 피가 낭자한 채 차갑게 쓰려져 있었다.
내가 걸려 넘어진 것은 이 녀석이었다.
“OO아, OO아 정신차려봐!”
나는 그의 몸을 흔들며 깨워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 때 복도 저편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나랑 눈 마주치더니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살인범이야!”
그리고선 문을 쾅 닫고 도망갔다.
그 때 깨달았다.
오른 손에 꾹 쥔 식칼.
넘어지면서 내 몸과 식칼에 묻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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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해서 정신병원이라는 곳에 몇 년 째 격리 중이다.
이 이야기를 누구한테 하더라도 난 정신 나간 놈 취급 받는다.
그래도 행복하다.
노크소리는 안 들리니.
부르면 바로 와 줄 사람들도 주변에 가득하고.
혼자만의 밤, 당신들은 어떤가?
‘똑 똑 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