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빌라(다세대주택)였고 계단식으로 한층에 두세대씩 양쪽으로 있는 그런 형식이었습니다.
총 3층 건물이었으며 저희집은 그중에 3층이었습니다.
제방은 발그림이긴 하지만 지금은 흔치않은 미닫이방문이었고 창문 또한 방문만한 크기의 커다란 창문이었습니다.
고2 겨울방학 어느날 오전부터 종합반 학원 그리고 독서실까지 들렸다가 집에 오니 10시 정도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라면 하나 후딱 해치우고 며칠전에 사두었던 책(신의지문? 하여튼 별로 믿음이 안가는 책이었음)을 펼쳐 들었죠.
두시간 정도 읽다보니 새벽 한시더군요.
이불을 깔고 누워서 더 읽을까 하다가 그냥 잠을 청하기로 결론...일단 누웠습니다.
비몽사몽...
가수면(?)상태였을겁니다.
갑자기 오싹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래서 창문이 열려 있나 고개를 돌려 확인하고 닫혀있는걸 확인한 후에 방문쪽을 보는 순간 정말이지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오싹오싹합니다.
오래된 집이라서 그런지 방음,방풍,방한 등등 제대로 돌아가는게 없기에 항상 문을 꼭 닫는 습관이 있었고 겨울이라 더더욱...
방문이 약 10cm 정도 열려 있더군요.
속으로 그래서 오싹한거였다고 생각하고 몸을 일으키는 그 순간 몸이 움직이질 않는겁니다.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말도 안나오고 아무것도...
그때까진 그런 현상만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흘러간 시간을 알수는 없지만 그냥 짐작으로 약 5분정도(?) 흘렸다고 생각됩니다.
이불이 축축할 정도로 식은 땀이 나고...그런데 그 열린 문틈 사이로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보면 안될것 같기에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안 돌아가고 결국 보고야 말았습니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얼굴...전부는 아니고 반쪽정도..눈도 하나만...
처음에는 도둑이라 생각했지만 문틈으로 보는 그 얼굴은 하얀 얼굴을 가진 여자였습니다.
저보다는 몇살(대략 서너살)위 정도로 보이는 여자였습니다.
키는 165cm 정도에 머리는 길고 피부는 하얗고 머리는 긴 생머리...그리고 반쪽만 보이는 얼굴이지만 아주 미인도 그렇다고 못생긴것도 아니고 왠지 정감이 가는 수수하면서도 천상 여자같은 그런 모습을 한 여자였습니다...아 옷은 밖에서는 입지 못하고 집에서만 입는 하얀 드레스 같은 형식의 옷이었습니다.
물론 그 작은 문틈으로 봤으면서 저리 정확하게 볼수는 없겠죠...그런데 왜 그런거 있지 않습니까..
전부는 아니지만 강하게 밀려오는 느낌으로 상대방의 모습을 전부 본듯한...그런 느낌...
하여튼 저런 모습을 한 여자인데...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왠지 제 이상형(?)이었지 않을까...ㅎㅎ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반만 보이는 얼굴로 그 어떤 표정도 없이 그저 저를 내려다 보고만 있었습니다.
제 느낌엔 왠지 저를 측은하게 여기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한테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았지만 익숙한 상황이 아니라 전 아무 힘 없이 가위에 눌린거죠.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그 여자는 보이지 않고 가위는 저절로 풀리더군요.
한숨과 동시에 머리위에 있는 자명종시계를 봤습니다.
새벽 1시30분...
그 날은 그걸로 끝났습니다.
부엌으로 가서 물 한잔 마시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가위에 눌렸다는 그 기운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