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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7633
    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39
    조회수 : 5562
    IP : 211.253.***.18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6/05/03 17:57:12
    http://todayhumor.com/?panic_87633 모바일
    [단편] 엿보기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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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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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 및 동명의 만화를 모티브로 쓴 글입니다. 픽션과 논픽션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구멍이 있네?”

     

    낡은 빌라, 지은 지 20년은 족히 넘었을 건물이다. 말이 방이지 창고에 가까운 골방, 벽에는 먼지 쌓인 세간들이 어지러이 쌓여 있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아직도 봄이 왔음을 모르는 지 바닥은 지난겨울의 냉기를 옹골차게 품었다. 그 사이 사람하나 겨우 누울까 싶은 비좁은 공간, 얇은 담요 위 그 곳에 6살 영훈이 있었다.

     

    아니 6살이나 된 애가 왜 바지에 오줌을 지려!”

     

    바닥의 냉기는 외려 따듯했다. 오줌 지린 영훈에게 새 엄마가 언성을 높였다. 영훈의 이가 두려움에 딱딱딱부딪히기 시작했다.

     

    [심리적 요인으로 종종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함, 가정에서 주의와 관심이 필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써 보낸 가정통신문, 새 엄마는 늘 나름의 방식으로 그 조언을 따랐다. 샤워기를 틀고 머리부터 발 끝 까지... 차가운 냉수가 영훈의 머리를 쪼갤 듯 부어졌다.

     

    으휴! 이 찌린내! 참아! 정신력이 문제야 넌! 군인들이나 운동선수들도 다 이렇게 해! 하여튼 또 싸기만 해! 아예 욕조에 물 받아서 쳐 넣을테니까!”

    어쭈 울어? 정신 안 차릴래? 6살이 애기야? 자꾸 똥 오줌 못 가릴래?”

     

    몸에 배인 지린내는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물은 계속 영훈의 몸을 타고 흘렀다. 영훈이 딱딱거리며 떨리는 이를 악 물었다. 고통스럽더라도 절대 울거나 소리 내선 안 된다. 입을 닫고, 눈물은 얼린다. 그렇지 않으면 훈육의 시간은 배로 늘어난다. 영훈이 새 엄마를 통해 배운 단 하나의 교훈이다. 춥고, 힘들지만 영훈은 참아낸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일이다. 물은 차갑지만, 영훈에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추운 날도 있었다.

     

    엄마가 딱 1년만 돈 벌고, 너 꼭 데리러 올게! 알았지 영훈아?’ 그 말만 남기고 멀어지던 엄마의 뒷모습, 영훈은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한다. 추운 겨울, 엄마 보낸 아이를 품어 안은 건 한 겨울 칼바람이었다.

    이혼 후 얼마 안 돼 재혼한 아버지의 집 앞, 초인종을 눌렀지만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새 엄마가 문을 열어 준 건, 4시간 쯤 뒤인 7, 영훈의 아버지가 퇴근하기 직전의 일이다. 영훈에게 그 날은 몸도 마음도 추웠던 날로 기억됐다.

    그 바람 속 추위가 영훈에게 말해 준 건 그것 뿐이었다.

    ‘1년만...’

    새 엄마가 찢어버린 12월의 달력 위 작은 동그라미가 그 날이다. 이제 2... 갈 길은 멀지만, 시간은 한 걸음씩 걸었다.

     

    이 새끼는 애비가 왔는데 나와 보지도 않냐! ! 어이구 우리 큰 딸은 아빠 오니까 이렇게 나와서 반기네! 어이구 이뻐라!”

     

    아버지가 골방 속 영훈에게 화를 냈다. ‘골방 밖으로 나오면 혼날 줄 알아!’ 들은 대로 말하기엔 아버지 등 뒤에 선 새엄마의 해코지가 무섭다. 대소변은 못 가려도 영훈은 똘똘한 아이였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어휴! 즈그 애미나 애새끼나! 하나같이 어두워서는... 애교도 없고! 그러니 사랑을 못 받지... 수희야 아빠가 과자 사왔다.”

    에이 무슨 과자야! 치킨이나 사오지!”

    다음엔 치킨 사올게... 지나가다 요 앞 슈퍼에서 그냥 샀어!”

     

    올해 중학생이 된 의붓누나 수희가 실망스러운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하지만 영훈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다행히 오늘은 영훈의 몫도 있었다. 기뻐하며 받아 들지만 아버지가 욕실로 들어간 사이 새 엄마가 노려본다.

     

    왜 이런 걸 사와! 가뜩이나 편식 심한 애 한테...”

    에이 그냥 사왔어! 어쩌다 한 번 사오는 건데 뭐 어때!”

    안 돼! 영훈이 너 먹지 마! 아까도 밥 남겼잖아! 편식하는 애는 과자 먹을 자격 없어!”

    괜찮아! 아빠가 사온 거니까 그거 먹고, 낼부터 엄마가 주는 대로 먹어! 알았지?”

    ...”

     

    아버지가 샤워를 하려 욕실 문을 닫자. 새 엄마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먹지 마!’

     

    고개 숙인 영훈, 과자봉지를 든 손이 아래로 축 쳐진다. 새엄마가 재차 입모양으로 말했다.

     

    꺼져!’

     

    골방의 싸늘한 냉기가 다시금 영훈을 반겼다. 엉덩이가 시리다. 하지만 찬물세례에도 익숙해진 영훈이다. 이불 하나 깔고 앉으니 견딜 만은 하다. 곁에는 먹지도 못할 과자 봉지가 바스락 거린다. 문 밖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애들은 저녁 먹었어?”

    시간이 몇 신데... 벌써 먹였죠! 수희, 영훈이 다 먹었어요. 당신만 먹으면 돼!”

    그래 고맙다. 친 자식도 아닌데 잘 챙겨줘서... 지 엄마 닮아서 어둡긴 해도, 뭐 어쩌겠냐. 내 새낀데... 니가 좀 잘 돌봐 줘라! 나는 바빠서 들여다 볼 새도 없고...”

    걱정도 팔자요 내가 어련히 잘 할까. 밥이나 먹어요. 친 아들 마냥 잘 해주고 있으니까!”

    고마워

     

    영훈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찬밥 덩이에 물 말아서, 쉰 김치와 콩자반이 일주일째다. 새 엄마가 데려온 14살 의붓 누나 수희는 햄이 없으면 밥을 못 먹지만, 영훈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나마 오늘은 좀 낫다. 배는 헛헛해도 마음만은 부자다. 과자 봉지가 곁에서 바스락 거렸기 때문이다.

     

    하나만... 먹으면 좋겠다.’

     

    어린 마음이 감당 못할 뒷일은 생각 않고 과자를 집어 든다. 허나 말로 들은 훈계는 머리에 남고 몸으로 들은 훈육은 뼈에 새겨진다. 어디선가 불어온 골방 우풍이 얇은 정강이 뼈를 스치어 과자를 놓게 만든다.

     

    먹어! 맛있겠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놀란 영훈이 주위를 돌아본다. 여자 목소리다. 하지만 새 엄마도, 누나 수희도 아니다.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다. 허나 아무리 돌아봐도 방 안에 있는 것은 영훈 혼자, 수수께끼 같은 기이함에 영훈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다시금 목소리가 들렸다.

     

    바보 나 여깄지롱...”

     

    또래 정도 되는 여자 아이의 목소리, 그제야 영훈은 일주일 전 쯤 쌓여있는 잡동사니 사이에 벽에 난 작은 구멍을 떠올렸다.

     

    너 설마... 거기야?”

     

    위태로이 쌓인 세간더미 사이로 영훈이 다가섰다. 벽에 난 작은 구멍,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누군가의 눈동자가 마주친다.


    엿구2.jpg

     

    으아! 뭐야! 너 왜 보고 있어! 옆집이구나!”

     

    갑작스레 마주친 눈동자가 무서워 뒤로 벌렁 나자빠지는 영훈, 하지만 그 모습이 재미난 지 구멍 너머 목소리는 깔깔대며 웃는다.

     

    하하하 남자애가 놀라긴... 너 몇 살이니?”

    ... 여섯 살!”

    나도 여섯 살인데... 반갑다! 동갑이네! 친구하자!”

     

    아이는 성격이 명랑한 듯 웃으며 이야기했다. 떨떠름한 영훈이 머뭇대자 웃으며 제 소행을 고백까지 한다.

     

    나 사실 계속 너 지켜봤어! 몰랐지? 거기 구멍이 있었던 거!”

    ... 계속 봤다고? 남에 집 엿보고 그러면 안 돼!”

    그러게! 안 그래도 이젠 그만 보려던 참이야! 너 진짜 재미없거든! 히히히 아무튼 반갑다. 그리고 그 과자 먹어! 먹기 싫으면 나를 주던가! 히히!”

    ! 안 돼! 이거 먹으면 혼나!”

    누구? 너네 새 엄마? 바보... 남자애가 왜 그렇게 겁이 많니? 됐다 얘! 관둬!”

     

    아이는 토라진 듯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안해진 영훈은 다시금 고개를 숙여 구멍을 바라봤다. 하지만 반대쪽 아이가 구멍을 막은 듯 벽지 사이 구멍은 온통 새까맣다. 하지만 영훈에겐 딱히 친해지고 싶은 생각도 기분을 풀어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 찬물세례 덕분이다. 기운이 없고 몸은 으슬으슬 떨린다. 영훈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열 때문일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좁은 방, 몸을 뒤척이니 그 발길질에 애먼 과자봉지만 채인다. 바스락, 바스락, 차라리 잠이나 오면 좋을 것을... 한 밤의 시장함이 안 그래도 먹은 것 없는 영훈의 위를 자극한다.

     

    꼬르륵

     

    머리론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어느새 몸은 일어서 있다. 시선은 외면하지만 손은 이미 과자 봉지를 집어 든다.

     

    먹어 이 멍청아! 일단 먹고 보는 거지! 배고프면서 쫄기는...”

    너 안 잤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먹고 싶으면 먹으라고 이 바부 멍충아! 너 먹고 싶잖아!”

     

    꼬르륵

     

    영훈의 배에서 또 소리가 났다. 잠깐 과자 봉지만 보았을 뿐인데, 침이 꼴깍 넘어간다. 입 안에 넣고 바사삭 깨물면 고소함이 한 가득, 상상만으로 입맛을 다신다. 영훈의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단순히 열 때문만은 아니었다. 6살 아이가 끓어오르는 욕구를 이겨내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다. 순식간에 봉지가 뜯어지고, 내용물보다 더 큰 플라스틱 박스가 드러난다.

     

    ... 하나만...”

     

    플라스틱 박스 안에 예쁘게 담긴 쿠키가 영훈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목졸목 박혀 있는 초코칩이 멋스럽다. 다시 한 번 꼴각 침이 삼켜지고, 다짐은 무의미해졌다. 입에 넣자 입 안 가득 퍼지는 단맛에 절제는 무의미하다.

     

    맛있지? 그러게 진작부터 먹으라니깐! 이 답답아!”

    으응...”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잊었던 죄의식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하나를 먹으나 두 개를 먹으나 혼나는 건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손을 움직였다. 두 개, 세 개, 네 개, 과자는 꾸역꾸역 헛헛한 빈속으로 넘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은 것은 이제 겨우 두 개, ‘조금 아껴 먹을 걸 그랬나?’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끄트머리가 바스라져 조금 작은 것 하나, 고사리 같은 손이 그걸 집어 들었다. 그리곤 제 입이 아닌 벽을 향해 갔다.

     

    하나 먹을래?”

     

    혼자 먹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 아이로 하여금 손을 뻗게 만들었다. 앞에는 잡동사니가 쌓여있어 팔을 쭉 뻗어야 겨우 구멍 언저리에 도달한다. 어둠 속 찢어진 벽지 사이, 쭉 뻗은 손이 간질이듯 구멍 앞에서 흔들렸다. 그러자 벽 너머의 손이 재빨리 그것을 채 간다.

     

    고마워...”

     

    와그작와그작 소리와 함께 아이가 말했다. 무언가 조금은 친해진 기분, 영훈이 물었다.

     

    이름이 뭐야?”

    은솔이... 채은솔

    난 영훈이, 이영훈. 근데 언제부터 본 거야?”

    비밀...”

    그런게 어딨어! 그럼 나 옷 갈아입는 거나 자는 거나 다 봤겠네?”

    히히히 비밀이라니까!”

    ! 이제는 저쪽에 숨어서 갈아입어야겠다.”

    됐거든? 너 벗은 거 안 궁금하거든? 싫으면 뭐라도 가져다 구멍을 막든가!”

    맞다! 그럼 되겠네... 너 똑똑하구나?”

    아니... 네가 멍청한 거야! 근데 너 재밌다. 우리 종종 얘기하자. 지금처럼... 나 사실 친구가 별로 없어.”

    그래... 좋아... 나도 친구 별로 없어...”

     

    처음엔 벽에 난 구멍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는 사실이 꺼림칙했던 영훈이었지만, 이야기를 조금 나누니 마음이 조금 편해진 듯 얼굴이 밝다. 새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 기쁜 표정이었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건만 영훈은 은솔과 친해진 듯 편하게 말했다.

     

    잘자...”

    너두...”

     

     

    다음 날 오후, 집에 있는 것이 불편한 영훈은 점심을 먹자마자 동네 오락실을 전전했다. 돈은 없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누군가 동전을 흘리고 가기도 했지만 일단 오락실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서 좋고, 또한 춥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영훈이 저녁 늦게야 겨우 집에 돌아간 어느 날,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새 엄마가 무섭게 소리쳤다.

     

    너지? 너잖아! 이 도둑놈에 새끼야!”

     

    영문을 몰라 멍한 영훈, 무어라 묻기도 전에 느닷없이 따귀세례가 퍼부어졌다. 영훈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얻어맞았고, 새엄마는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고 나서야 이야기했다.

     

    니가 내 지갑 손 댔지? 만원짜리가 10장이나 비어! 10! 남의 지갑에 손대는 도둑놈의 새끼는 손모가지를 잘라버려야 돼!”

     

    흉흉한 얼굴로 냅다 주방에 달려가는 새 엄마, 어느새 그녀의 손엔 시퍼런 식칼이 들려있었다. 그러자 의붓누나 수희가 그래도 동생이라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새 엄마를 말렸다.

     

    아이 애 잖아! 그만해 엄마! 무서워!”

    안 돼! 이 쌍노무 새끼! 멕여주고 입혀주고 했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아! 손 내!”

    엄마! 그만해! 모르고 그랬을 거야!”

     

    칼까지 들고 난리인 엄마의 모습 때문일까? 제 엄마를 뜯어 말리는 수희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억울한 표정의 영훈이 말했다.

     

    ... 안 훔쳤어요.”

    거짓말 마! 너 아니면 누구야! ?”

    진짜에요. 나 지갑 어디다 두는지도 몰라요.”

    이게 끝까지 거짓말이네! 느그 엄마가 그렇게 시키든? 돈 훔치고! 오리발 내밀라고!”

    ...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영훈이 끝까지 부인하자 새엄마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바라보다 이내 말했다.

     

    수희야! 니가 본 거 그대로 얘기해봐!”

     

    새 엄마의 말에 당황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피는 수희, 하지만 새엄마의 표정이 심각하자 마지못해 말했다.

     

    ... 영훈이 오락실 가더라?”

    들었지! 이 개노무 새끼야! 어디서 거짓말이야! ! 돈이 어디서 나가지고 오락실을 가! 남은 돈 어쨌어? ? 남은 돈 어쨌냐고!”

    아니에요. 아니에요. ... 구경만 했어요.”

    그럼 이건 뭔데?”

     

    새 엄마가 동전 몇 개와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보인다. 영훈은 무슨 돈인지 몰라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새엄마의 커다란 손바닥은 대답을 들을 새도 없이 영훈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영훈의 작은 몸이 벌렁 나자빠졌다. 하지만 쉴 틈 없이 발길질이 뒤 따랐다. 그 모습에 누나 수희도 놀랐는지 과하게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러고 보니 수희가 입은 청바지가 낯설다.

     

    이 도둑놈에 새끼야! 내가 그럴까봐 방을 미리 뒤졌지! 골방 옷장 위에 니가 숨겨 놓은 거 아냐! 수희 말 듣고 뒤져보니까 딱 나오는데! 이래도 발뺌이야?”

     

    영훈은 안방에 간적도 없고, 골방 옷장 위는 손도 닿질 않는다.‘하고 항변하려 했지만 들이닥친 매질에 입 벌릴 틈도 없다. 그 사이 바닥에 뒹굴던 빗자루를 집어 든 새 엄마, 성난 매질에 영훈의 종아리와 허벅지가 타들어간다. 그 사이 수희는 눈치를 살피며 사라진다. 매질은 거셌고, 저녁밥은 없었다.

    그날 밤...

     

    너네 누나가 그 교복 치마 바짝 줄인 그 언니 말하는 거지? 오늘은 청바지 입고.”

     

    골방 귀퉁이에 누운 영훈에게 갑자기 은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경 꺼!”

    어찌나 시끄럽던지 다 들었어! 그 언니가 너네 누나 맞냐고!”

    그래 맞아! 근데 신경 쓰지 말라고!”

     

    영훈은 혹여 은솔이 퉁퉁부은 제 얼굴을 볼까 창피해 돌아눕는다. 맞는 것도 싫지만 퉁퉁 부은 얼굴 때문에 놀림감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은솔이 말했다.

     

    나 봤어... 그 언니가 너 없을 때 슬쩍 네 방에 들어오더라. 뭐 하러 들어왔는진 안 보였는데, 그 언니 들어온 건 맞아

     

    그제야 영훈은 깨달았다. 돈을 훔친 이가 누구고, 누가 영훈의 골방에 들어와 돈을 숨겼는지. 때 마침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 왔어!”

     

    아버지다. 영훈에겐 슬픔뿐인 이 집, 아버지는 영훈에게 유일한 희망이자 안식처였다. 영훈은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냅다 달려들었다.

     

    어어! 애가 왜 이래! 얼굴은 또 왜 이렇고!”

     

    그래도 아버지라고 영훈의 벌겋게 부은 얼굴을 보자 걱정스러운 듯 묻는다. 그러자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새 엄마가 젖은 손을 옷에 비벼 닦으며 말했다.

     

    말도 마요. 내가 오죽했으면 그랬겠어!”

    ! 뭔데?”

    당신 아들... 지갑에다 손을 댑디다.”

    돈을?”

    그런 못된 버릇은 아주 초장에 고쳐놔야 돼! 도둑놈을 키웠네! 어휴!”

    영훈아! 너 엄마 지갑에 손 댔어?”

    ... 그게...”

     

    돌아보니 새 엄마의 시선이 매섭다. ‘내가 아니라고, 누나가 한 일이라고말해야 하는데 영훈의 입이 얼어붙었다. 날 선 시선이 만든 학습효과다. 그러자 곁에서 눈치를 살피던 누나 수희가 달려들어 애매한 표정으로 애매하니 두둔한다.

     

    애가 뭘 몰라서 그랬겠죠. 과자도 먹고 싶고, 오락실도 가고 싶고 그치 영훈아? ? 그렇잖아! 빨리 잘 못했다고 말해!”

     

    은근슬쩍 영훈을 골방으로 끌고 가 상황을 마무리 하려는 누나, 그 손길에 영훈은 숨이 막혀왔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고, 무어라도 말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 아니야!”

     

    답답함에 터져 나온 영훈의 목소리, 그러자 새 엄마가 말했다.

     

    이게 또 거짓말 하네!”

     

    무섭게 달려드는 새 엄마, 곁에 선 누나도 덩달아 사색이 되었다. 겁에 질린 영훈이 눈치를 살피자 아버지가 재차 물었다.

     

    영훈아... 너가 했어... 안 했어?”

     

    말은 안 나오고 연신 도리질만 하는 영훈, 그러자 곁에 선 누나가 답답하다는 듯 윽박지른다.

     

    ....!”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하는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진다. 다시금 입이 다물어진 영훈, 새엄마가 말했다.

     

    끝까지 오리발 내미는 거 봐요! 증거가 딱 있는데! 너 바른대로 말 안해! ?”

    영훈아 정말이야?”

     

    아버지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어간다. 견디다 못한 영훈이 힘없이 말했다.

     

    ... 누나가...”

    ?”

    ! 이영훈! 너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누나 수희가 버럭 소리 지르며 영훈을 밀쳐낸다. 그 기세에 영훈의 입이 얼어붙었다. 새엄마의 시선도 녹록치 않았다.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영훈을 노려본다.

     

    이젠 하다하다... 거짓말까지? 너 이리와 너 오늘 혼 좀 나자! 우리 수희가 어딜봐서 도둑이야! 니 방에서 돈이 나왔는데 너 계속 오리발 내밀래?”

     

    빗자루를 집어 드는 새엄마, 영훈의 몸이 본능적으로 수그러든다. 그러자 성난 표정의 아버지가 물었다.

     

    사내새끼가! 쫄지 좀 마! 당당하게 말해! 했어 안 했어! 했어?”

    ... 안했어요...엉엉!”

    뭘 안 해! 느이 엄마가 아무 이유 없이 생사람 잡겠어? 너 정말 혼나 볼래!”

    엉엉엉...”

     

    영훈이 끝내 울음을 터트리자 아버지가 돌아서며 말했다.

     

    어휴 그만하자! 애가 어려서 잘 모르니까 그랬겠지! 욕심도 나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애를 이렇게 때리면 어떻게 해!”

    그럼 애가 도둑질을 하는데 나 몰라라 하라고? 안 그래도 계모다 뭐다 해서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데... 당신까지 나한테 그러기야? 나보고 애들 엄마라면서? 그러면서 그 정도도 못 혼내? 당신은 상관하지 마! 이영훈, 너 이리와봐!”

    ... 아빠!”

     

    영훈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아버지는 시선을 피한다. 급히 손도 내밀지만 아버지는 끝내 뿌리치며 외면한다. 그러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영훈의 손을 낚아 채 골방으로 향하는 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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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아악!”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정말이에요.”

    살려주세요.”

     

    적당히 해! 애 잡겠네 잡겠어...”

     

    맞는게 무서워 몸을 동그랗게 만 영훈, 헐떡이는 숨소리와 절절한 애원을 들은 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그 사이 영훈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코피가 흘렀고, 못 먹어 너덜너덜해진 잇몸이 이 하나를 뱉어 냈다.

     

    도둑질에 거짓말... 거기다 엄한 사람 누명까지! 이걸 지켜보라고? ?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다 정리했다고 했잖아! 애는 애 친엄마가 키울꺼라고! 가뜩이나 돈도 못 벌어오면서, 집 안에 도둑놈까지 키우자고?”

    아니 그게... 어쩔 수 없잖아! 애 버리고 간 년 말해 뭐해!”

    됐어! 나는 못 참아! 나 막을꺼면 갈라설 생각하고 해! ! 이영훈! 너 다시 말해봐! 누가 돈 훔쳤다고?”

    ... 누나가...”

    들었어? 얘 이거 거짓말 하는 거? 어디서 거짓말이야 앙!”

     

    새 엄마가 팔까지 걷어붙이며 후려치자 아버지가 붙잡고 말리는 시늉을 한다. 허나 그 손엔 힘이 없다. 하필 회사는 불황을 핑계로 두 달째 월급을 미루고, 영훈의 친모는 연락이 되질 않는다. 물론 제일 중요한 사실은 자신이 지금의 아내와 헤어질 생각이 없다는 거였다. 그는 못이긴 척 슬며시 뒤로 물러섰다.

     

    마지막으로 물어 볼께! 딱 말해 너! 돈 훔쳤어 안 훔쳤어!”

    나 아니야! ... 은솔이한테 물어봐! 은솔이가 봤대! 누나가 방에 들어 온 거! 은솔이가...”

     

    서슬 퍼런 새 엄마의 호통에 영훈은 결국 유일한 증인 은솔의 이름을 댄다. 하지만 새 엄마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을 뿐이었다.

     

    은솔이? 은솔이가 누군데? ?”

    ... 옆집... 벽에 구멍... 은솔이가 보고... 얘기를...”

    뭔 소리야! 이건 또! 어휴 답답해!”

     

    영훈의 말을 듣고는 한층 더 성이 난 표정으로 윽박지르는 새 엄마, 영훈의 고사리 같은 손이 벽을 가리켰다. 쌓여있는 물건 들 사이 조그맣게 난 구멍이 새 엄마의 눈에 들어왔다.

     

    옆집 은솔이가 저 구멍 너머로 봤데! ... 누나가! 누나가 내 방에! !”

    이 새끼가! 끝까지!”

     

    새 엄마가 빗자루를 휘둘렀다. []하는 소리와 함께 단단한 부분이 영훈의 머리를 때린다. 제대로 얻어맞은 듯 소리가 둔탁하다. 그러자 영훈이 갑자기 울컥대며 토악질을 했다. 먹은 것이 없어서인지 노오란 위액만 쏟아졌다. 그리곤 갑자기 털썩 바닥에 쓰러지는 영훈, 그 과정에서 또 머리가 벽에 부딪히며 나뒹군다.

     

    그만해 좀! 애 잡겠네!

    뭘 그만해! 당신 쟤 하는 말 듣고도 몰라? 애가 계속 거짓말만 하잖아!”

    그래도 이건 좀...”

    괜찮아 안 죽어! 당신도 들었잖아! 저 벽 뒤에 있긴 뭐가 있어! 창문 쪽 벽 뒤에 뭐가 있냐고! 그냥 밖이지!”

     

    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영훈이 가리킨 구멍을 본다. 옆집은 커녕, 쌓여있는 세간 위로 창문이 보인다. 벽 뒤는 공허하고 옆 집은 반대쪽이다. 그리고 여기는 3, 벽지 사이 구멍은 있지만, 누가 거길 기어올라 안을 들여다볼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게다가 벽지와 내벽만 조금 갈라졌을 뿐, 외벽은 분명 막혀 있다.

     

    ... 은솔아...”

     

    몽롱한 시선의 영훈이 손으로 은솔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내내 지켜보던 은솔이 대답했다.

     

    [? ... 보여?]

    ...”

     

    영훈은 은솔에게 나 대신 새 엄마하고 아빠한테 이야기 좀 해줘라고 말하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파르르 떤다.

     

    얜 또 왜 이래! ! 이영훈 엄살 부리지마! 일어나! 넌 더 맞아야 돼!”

     

    새 엄마가 소리쳤다. 영훈은 몸을 일으켜 보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편하고 가벼웠다.

    은솔이 말했다.

     

    [내가 아까부터 너 아니라고 계속 얘기했는데, 너네 아빠랑 새엄마는 내 말 안 들리나 봐! 계속 못들은 채 해! 영훈이 아니라구요!]

     

    영훈아! 영훈아!”

     

    영훈이 눈을 까뒤집자. 놀란 아버지가 달려들어 흔든다. 새엄마도 조금은 놀란 얼굴이다.

     

    [영훈이가 훔친 거 아니에요. 저기 저 누나가 그랬다니까요.]

    [맞아요 아빠 제가 안했어요. 누나가 그랬대요. 정말이에요.]

     

    은솔과 영훈 큰 소리로 외치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 감은 영훈의 몸을 흔들며 겁에 질릴 뿐이다.

     

    이틀 뒤...

    은솔이 물었다.

     

    [영훈아 너 어디 가?]

    [모르겠어! 근데 어기 가나봐!]

     

    영훈의 아버지가 내내 누워만 있던 영훈을 두꺼운 종이박스에 담았다.

    의아해하는 은솔에게 영훈이 갑자기 기쁜 얼굴로 말했다.

     

    [엄마한테 가는 거 아닐까?]

    [엄마? 맞다! 너 엄마 또 있다고 했지?]

    [...]

    [좋겠다. 엄마한테 가면 우리 이제 못 보겠네?]

    [... 그러네]

     

    요 며칠 함께 지내며 부쩍 친해진 영훈과 은솔이었다.

     

    [그래도 괜찮아. 너라도 봐야지 엄마... 좋겠다 영훈인... 엄마도 만나러가고...]

    [너도 가. 엄마 만나러.]

     

    은솔이 말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나 두고 갔어. 그래서 못 봐. 난 엄마한테 못 가]

    [미안...]

    [아니야 영훈아... 잘 가... 엄마랑 행복하게 살아!]

    [그래! 고마워 너도 잘 지내!]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영훈의 아버지가 박스를 들고 집 밖으로 나섰다. 굳은 얼굴의 새엄마도 함께 였다.

    [경주] 표지판이 보였다. 박스 안의 영훈은 엄마를 만날 생각에 기뻤지만, 이제 은솔을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 한 편이 아려왔다.

    [드럼통] 아버지가 박스를 그 안에 넣었다.

    [휘발유] 중간에 들른 주유소에서 한 통 가득 찬 그것을 아버지가 뿌렸다.

    [라이터] 망설이는 아버지에게 새 엄마가 내밀었다.

     

    빨리해! 빨리 하고 가자 응?”

    ... 그래도 내 아들인데...”

    아들? 그 도둑놈에 새끼를... 그렇게 아들 좋으면, 나 경찰에 신고하고 아들 놈 시체나 끌어안고 살아!”

    ... 누가... 신고 한 대?”

    사고야. 사고라고... 그러니까 빨리 태우고 가자 응? 자기...”

    영훈아 어쩌겠냐? 산 사람은 살아야지...”

    빨리 태워!”

    알았어! 알았다고! 태우면 되잖아! 대신에 이혼하니 어쩌니 그딴 소리 하지 말고. 수희 입단속이나 잘 시켜!”

    걱정마! ... 수희는 용돈 좀 쥐어주면 두 말 안해!”

    ... 영훈아...”

     

    아버지가 라이터를 당기자 불이 옮겨 붙었다.

    한 겨울 엄마에게 버림받고, 모진 냉수 샤워를 견뎌냈으며, 또한 내내 추운 골방에서 지내온 영훈이었다. 그래서 불꽃은 슬프지만 한 편으로 따듯했다. 그 온기가 싸늘하게 식은 영훈의 몸을 덥히고 타들어가자 영훈은 자신의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몇 시간을 타자 몸은 검게 변해 땅에 묻혔지만, 영훈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았다.

     

    그날 밤 10

    울산 ㅇㅇ경찰섭니다. 무슨 일이시죠? ? 아이가 집엘 안 들어 온다구요? 실종이요?”

     

    2주 뒤...

    영훈의 집에 방송국 사람들이 찾아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 같이 먹고 앉아서 TV보고...”

    “11시 반 쯤 돼서 엄마 나 오락하러 갈 거에요그러면 놀다와라 그랬는데...”

    “4시쯤에 영훈이가 안 보이는 거예요. 그 때부터 찾으러 다녔는데...”

    유치원에 입학한다고 옷하고 신발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예쁘다고 영훈이가 좋아서 날뛰고 그랬었는데...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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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잔한 인터뷰... 내내 잘 듣고 있던 PD가 넌지시 물었다.


    잠시만요. 어머님! 죄송하지만 영훈이 액자 좀 들고 계셔주시면 안 될까요? 시청자들한테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의 애잔한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그림이 좀 필요해서요!”

    ... 우리 영훈이만 돌아올 수 있다면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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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의 요청에 영훈의 새 엄마가 영훈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들어 보인다.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았지만 표정은 매우 슬퍼보였다. 작가는 그런 영훈의 새 엄마를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았고, 새 엄마는 억지로 울먹이며 눈물 하나 없는 인터뷰를 마쳤다. 그러자 인터뷰 화면의 체크를 마친 PD가 카메라를 고쳐 잡으며 물었다.

     

    아이 방은 어느 쪽이죠? 아이가 지내던 방도 좀 찍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세요...”

     

    새 엄마가 새로 도배까지 마친 깨끗한 방으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없던 액자와 없던 장난감들이 먼지 쌓인 세간을 대신했다. 한참을 촬영하던 PD가 그제야 만족스러운지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이가 실종되셔서 마음 아프실 텐데, 취재요청도 다 받아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우리 영훈이만 돌아올 수 있으면... 흑흑

     

    악어의 눈물이라도 지어 보이려 애쓰는 새 엄마, PD가 가볍게 목례하며 돌아선다. 하지만 바로 그때,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PD의 몸을 잡아 끌었다. 그대로 뒤로 나자빠지는 PD, 그 탓에 비싼 ENG카메라가 [] 소리를 내며 벽을 때린다.

    그리고...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낡은 벽이 희뿌연 먼지와 함께 제 자신을 쏟아냈다. 아무리 낡은 집이라지만 벽이 무너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방송국 소유의 값비싼 ENG카메라가 그 아래 깔렸다. 놀란 작가와 PD가 다급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속도 모르고 나부끼는 먼지, 손사래를 치며 먼지를 밀어내던 PD의 손이 멈췄다. 콜록대던 작가는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악!”

    흐허허헉!”

     

    영훈의 새 엄마도 놀라 소리쳤다. 망연자실한 사람들 속, PD만이 홀로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 특종이다.”

     

    [지난주 보도된 울산 실종 아동 이영훈군의 집에서 미이라 상태의 변사체가 발견됐습니다. 변사체는 사망 당시 5~7세 가량의 아동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해당 사체의 상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최소 2~3년 이상은 방치되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해당 경찰서는 이영훈 군 집의 이전 거주자인 채상학씨를 긴급 검거했으며, 실종 아동 이영훈 군이 실종 전,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것 같다는 주변 이웃의 증언과 정황을 토대로 영훈 군의 실종 사건 역시 전면 재조사키로 하였습니다.]

     

    [발견된 변사체 채은솔 양은 장기 결석 아동으로...]

    [영훈군의 실종 신고 당일 부모의 이동경로를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벌이던 경찰은... 부모의 자백을 토대로 경주 인근의 야산에 태운 후 암매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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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벽 틈 사이,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노오란 폴리스 라인을 뚫고 비슷한 체구의 흐릿함이 다가가 말을 건넨다.

     

    은솔아... 안녕! 왜 이제 나왔어!”

    ? 영훈이네? 잘 있었어? 여긴 웬일이야?”

    응 나 너 기다리고 있었어... 같이 가려고. 우리... 친구잖아!”

    엄마는 만났어?”

    아니...”

    안 됐다.”

    근데 괜찮아. ”

    ?”

    친구가 생겼으니까.”

     

    영훈이 손을 내밀었고, 은솔이 그 손을 잡았다.

    주변이 환하게 빛났다.

    .





    출처 나.
    야설왕짐보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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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 그게 나의 인생이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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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장편소설 두편(창녀와 나, 진혼무)는 개인사정으로 잠시 글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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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편] 창녀와 나 <추천> <추천> <추천> <글쓴이 강력추천> <은근 호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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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 진혼무 <추천> <미흡하지만 은근 호평받은 초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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