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욕먹어도 괜찮습니다. 욕하셔도 좋아요 ㅠㅠ
다만 제 이야기좀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냥 오유 오징어 한마리일 뿐입니다.
제작년에 전역하고 지금 나이 스물 여섯에 3학년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중간에 가정사 문제로 2년 정도 휴학하고 군대를 바로갔다왔습니다.
당연히 동기들 99%는 모두 졸업을 했거나 대학원생이고..(대학원 생은 딱 한명있네요)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아싸로 지낼까 하다가 그냥 이래저래 모임도 슬쩍슬쩍 나가고
우울하고 외롭게 사는 것 보다 그래도 아는 사람들 많겠다 해서 신입생 환영회도 가고 그랬었습니다.
문제는 오늘 일어난 일인데요
신입생 환영회 때 본 여자학생이 다짜고짜 오늘 고백했습니다.
갑자기 조발표 자기가 처음해보는데 커피 사드릴테니까
좀 알려주실 수 없냐고 물어봐서 ㅇㅇ그래 알려줌 하고 마침 전공 ppt 끝났을 때라
학교 앞 커피숍으로 간다고 하니까 만나서 가자고 해서 만나서 같이 갔ㅅㅂㅡ니다.
근데 자꾸 사람 한두명이라도 있으면 사람 없는곳 가자고 해서 좀 이상했는데
정말 사람 없는 곳으로 가서도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앉아서 커피 먹고있는데
사람 많은 곳 좀 싫어하나보다 혹은 무슨 사연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저 오빠 많이 좋아해요 라고 말하는데
그 전에, 고백하기전에 그 여자애가 울어버리는 바람에 저는 당황했고
달래주다가 저말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뜬금포인가 싶기도 하고 솔직히 고백받아본게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하더라구요..
진짜 아무 생각도 안났습니다. 여자애가 울어버린 것도 있고..
그런데 중요한건 저는 얘를 딱 두번 봤고 그냥 인사만 하던 사이였습니다.
신입생 환영회 때 한번, 그리고 어쩌다보니 이번 1학기 때 학점 매꾸려고 제가 1학년 전공 신청했다가 한번...
(1학기 수업 내내 이야기 한적도 그렇게 많이 없네요 제가 맨날 뒷자리에 앉아서..)
도대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를 좋아할 만한 근거도 없고 껀덕지?도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그전에 중요한건 저는 그 여자애한테 미안하긴 하지만 정말 아무 감정도 없었던 애였거든요.
왜 나를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무말 없이 그냥 계속 울기만 하길래
카운터에서 티슈좀 가져 오려고 일어난 사이에 걔가 후다닥 그냥 가더라고요...
그 뒤로 저도 어안이 벙벙해서 그냥 커피값 제가 내고;; (그 커피집이 후불계산하더라고요)
진짜 벙벙해서 밖에서 담배하나 피우면서 생각해봤는데 도무지 답이 안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좀 꽁기꽁깃한 마음으로 집에 가는데 카톡을 해볼까 말까 하다가 그냥 안했는데요
한 5시간 전에 그 여자애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오빠 급하게 나가서 죄송해요. 솔직히 너무 부끄러워서 아무말 못했어요. 마음 정리되시면 말씀해주세요." 라고요.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읽기만하고 답장은 안하고 아니 못하고 있는데
솔직히 별로 마음이 없어요. 그 아이랑 이야기도 별로 안해봤고 무엇보다 그냥 그 아이를 잘 몰라요.
그냥 저 좋다고 하는데 사귀어야 합니까? 농담식으로 이런 기회 언제 올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중요한건 그냥 나 좋아해주니까 사귀면 서로 피곤해질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그냥 제가 마음이 없는거 같아요...
어떡하면 좋습니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