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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7564
    작성자 : 수전증오나봐
    추천 : 15
    조회수 : 1788
    IP : 175.223.***.248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6/04/30 02:33:34
    http://todayhumor.com/?panic_87564 모바일
    괴담자판기에 내 이름을 넣어보았다.(feat.환상괴담님)
    옵션
    • 창작글
    환상괴담님 글 언제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베오베에 간 글들을 읽다가 떠오른 소재로 한편 써볼까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느날 여자친구를 기다리던 중, 길목 한구석에서 신기한 모양의 기계를 발견했다.  

    모니터와 키보드가 달린 기계였다. 

     뭐지, 새로 나왔나, 신기한 모양에 다가가보니 화면에 무언가 쓰여있었다.  

    괴담자판기. 그게  이 기계의 이름이었다.  

    그러고보니 동전과 지폐투입구도 있고, 아래쪽에는 뭔가 프린트되어 나올듯한 배출구도 있는 것이 은근히 본격적인 머신이었다.  

    요즘은 괴담도 자판기로 뽑아주나... 세상 유행이란 참 신기한 듯 하다. 

     투입구 옆쪽에는 가격도 적혀있었다.  1회 500원.  아니, 이건 좀 비싸지 않나? 인터넷이나 앱으로 얼마든 볼 수 있는게 괴담인데?  

    그런 생각을 할 걸 다 안다는 듯 자판기에는 '즉석으로 입력된 단어를 통해 단 하나의 괴담을 만들어드립니다.' 라는 문구로 유니크함을 뽐내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500원이나 되는 괴담을 살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았지만...... 약속시간보다 30분은 늦을 것 같다는 여자친구의 카톡을 방금 받은지라, 시간 때울겸 한번 해보기로 했다.  

    마침맞게 담배 사고 남은 500원도 있고 말이지.  

    어디보자, 동전을 넣으니...  옳지, 화면이 바로 전환되었다.  

    [단어를 입력해주세요]

     뭘 써야하나 잠시 고민해봤는데, 딱히 끌리는 단어가 없었다.

     다이어트, 우동, 만두.....  뭔가 다 누군가 했을 것 같단 말이지. 

     고민을 한참 풀어내다보니, 갑자기 화면에 뭔가 숫자가 나타나더니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뭐야, 제한도 있는거야? 초조한 마음으로 머릴 재빨리 굴리다가 ㅡ 결국 내 이름을 써넣었다. 

     [강우진] 

     타닥, 하고 입력하자 숫자가 사라지고 모래시계와 안내문구가 나타났다.  

    [입력하신 단어를 이용하여 괴담이 출력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리고는 금새 아래쪽 배출구로 종이 한장이 인쇄되어 나왔다.  방금 나와 뜨끈뜨끈한 종이를 받아서 읽어보았다. 


    [강우진. 
      
    그의 인생에는 세 여자가 있었다. 

    대학교 첫사랑 그녀,  긴 생머리 그녀, 그리고 현재의 그녀. 

    그는 그 중 두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차이고 혼자 상처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프린트 된 내용은 전혀 괴담 같지도 않은 내용이었다. 



    다만, 전혀 웃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나에게는 대학생때  처음 사귄 여자친구와, 사회에 나와서 사귄 긴머리가 매력적이던 두번째 여자친구, 그리고 지금의 여자친구까지 총 세 명의 여자친구가 있었던 것이다.  

    숫자와 상세한 내용까지 담긴 그 글에 웃음이 나기는 커녕 팔에 소름만 돋아났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이미 주머니속 지폐를 (그것도 오천원짜리를!) 집어넣고 내 이름과 첫번째 여자친구의 이름을 써넣고 있었다. 


    [강우진, 이아름.

    그와 그의 첫사랑은 제법 괜찮은 연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억지로 이별을 고해야했다.

    그리고는 실종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잔뜩 써져있었다.

    그녀가 그걸 참을 수 없었다니? 누구?  아름이 얘기인가? 

    거기다 실종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나는 홀린듯, 바로 타자를 쳐내려갔다.

     
    [강우진, 김희영.

    그와 그의 두번째 사랑은 제법 괜찮은 연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억지로 이별을 고해야했다. 

    그리고는 실종되었다.]


    아까와 전혀 다를게 없는 내용이 프린트되어 나왔다.

    점점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어감을 느끼면서, 다시 타자를 쳤다.


    [강우진, 박유민.

    그와 그녀의 세번째 사랑은 제법 괜찮은 연인이다.

    그래서 그녀는 드디어 만족했다.

    아마도 그들은 헤어지지 못하리라.]



    드디어 다른 내용이 나왔다.

    하지만 그걸 본 순간, 나는 어떤 깨달음과 함께 어찌할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드디어... 만족했다니.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여자친구였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기절하고 말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실제 연애사와 조금의 관계는 있으나, 물론 많이 다른 이야기라고 해두고 가겠습니다. 

    지금은 간신히 솔로가 되었으니까요.  
    출처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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