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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 트와일라잇이 스타라이트 글리머의 실수를 자신이 직접 돌아보게 만들도록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스파이크는 참견을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의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차원문을 얻었으면서, 스타라이트는 왜 단 한 가지 사건에만 집착하고 있는 걸까요? 더 많은 변수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도 말이죠.
답은 스타라이트만이 알고 있겠죠.
팬픽 편집자 Tired Old Man 님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시즌 5 피날레를 배경으로 한 병맛 개그 소설입니다. 캐붕을 다소 포함하고 있사오니 읽으실 때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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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A
"선버스트와 나는 똑같은 줄 알았어.."
스타라이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실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린 서로 달랐지.. 그것 때문에 우리 우정은 산산조각이 났고!!"
악을 지르면서 스타라이트는 눈물을 잔뜩 머금고 시간 여행 두루마리를 마력으로 하늘 높이 들었습니다.
그걸 본 트와일라잇은 날개를 펼쳐 구름 위로 날아올랐고, 스파이크는 트와일라잇의 잔등에 매달렸습니다. 스파이크는 동정 가득한 눈으로 스타라이트를 내려다보고 있었지요.
"그럼 다시 한 번 해보면 되잖아."
트와일라잇의 말이었습니다.
"새 친구를 사귀어봐! 그리고 네가 만약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그땐-"
스파이크는 한 쪽 눈매를 매섭게 올렸습니다.
"-서로 같이 힘을 합쳐 극복하면 되고! 그게 바로 우정이란 거야! 그리고 내 우정만 중요한 게 아니야. 다른 포니들의 우정 또한 중요해! 네 우정이 깨졌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거겠지만, 들어 봐. 너와 친구가 될 가능성이 있는 무수한 포니들을 생각해 봐. 네가 그 포니들에게 마음만 열면 될 문제라고!"
"저기... 잠깐만요."
스파이크가 끼어들었습니다.
트와일라잇의 연설에 스타라이트의 격정은 한 풀 꺾인 듯 보였습니다.
"...그 때 처럼 안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는걸.."
스파이크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말했습니다. "저기요?"
트와일라잇은 매서운 눈초리로 스파이크를 쏘아보았습니다.
"끼어들지 말아봐 스파이크."
그리고 다시 스타라이트를 돌아보았지요.
"다 너한테 달린 문제야. 더 이상 안 그러도록 노력하면 되지."
트와일라잇은 스타라이트 앞의 구름 위에 착륙했습니다.
스파이크가 또 한 번 끼어들었습니다."그러게. 아까부터 그게 영 신경 쓰였다니까.."
트와일라잇은 목을 훽 돌려 스파이크를 돌아보았고, 스타라이트는 스파이크를 영 모르겠다는 눈초리로 쳐다보았습니다.
"아무 곳, 아무 시간으로나 갈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서, 왜 이 한 사건에만 그렇게 집착하는 건데?"
스파이크가 묻자마자 소닉 레인붐이 찬란한 무지갯빛 섬광을 내며 터져나갔죠. 스타라이트는 지친 듯 완전 잠긴 목소리로 두루마리를 들었습니다.
"리셋 해야겠다..."
"잠깐 기다려!"
트와일라잇이 스타라이트를 만류하려는 찰나,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어차피 다른 질문들은 다시 만날 때 이 자리에서 또 하면 되니까.."
스타라이트는 한숨을 내뱉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트와일라잇은 싸늘한 눈초리로 뒤에 앉은 스파이크를 째려보았습니다.
"지금 그게 중요- 잠깐.. 질문이 또 있었어? 그거 말고 또?"
"그렇다니까 트와일라잇. 봐봐. 아무 곳이나 시간여행을 갈 능력이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서 전에 꾸미던 평등주의 계획을 성공시킬 수도 있는데 왜 여기서 계속 너랑 싸움박질이나 하면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거야? 최소한 트와일라잇을 싫어하는 다른 포니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잖아? 그리고 나 참, 그렇게 선버스트가 소중했으면 그냥 과거로 돌아가서 선버스트와의 우정을 회복시키면 될 것 같고.."
의외의 캐릭터에게서 나온 의외의 일침에 트와일라잇의 동공은 순간 확장되었고 입은 떡 하고 벌려졌습니다. 곧 트와일라잇은 스타라이트를 돌아보며 물었죠.
"조..조...좋은 지적이야! 스타라이트! 어째서 그랬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겠어?"
스타라이트는 짜증 가득한 신음소리를 길~게 냈습니다.
"편하게 앉아 봐. 이야기하자면 좀 기니까.."
트와일라잇은 구름 위에 배를 깔고 앉았고, 스파이크는 구름 뭉치를 배게 처럼 만든 후 트와일라잇의 잔등 위에 올려 그걸 베고 누웠죠.
"그래.. 처음에 내가 시간 축에 간섭했을 땐 온 이퀘스트리아에 평등주의를 설파하는데 성공했는데 말이야..."
>~~oooooo~~<
스타라이트의 청록빛 마력만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스타라이트가 쓸 아담한 2층집이 이제 못 하나만 박으면 완성되는 상황이었죠.
"딱."
하지만 스타라이트의 표정은 밝기는커녕 아주 신경질이 나 있는 모양새였습니다. 스타라이트는 앞발굽을 휘휘 저으며 망치를 바닥에 사뿐히 내려놓았죠.
"끝났다.. 호화찬란한 캔틀롯 성을 무너뜨리고 나서, 드디어 내가 살 오두막 하나를 지었군.."
스타라이트 주변을 둘러싼 모든 포니들이 말 그대로 일제히 환호했습니다. 다들 원래 큐티마크 대신 '='을 달고 있었고 모두의 얼굴에 똑같이 어린 미소는 완벽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아. 아. 고마워요..."
짜증이고 뭐고, 스타라이트는 완전히 지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럼 이제 들어가서 좀 쉬어도 될-"
그 순간 순백색 털가죽의 어스 포니 숫말 하나가 발굽을 번쩍 들었습니다.
"잠깐만요, 스타라이트 씨!"
스타라이트는 땅이 꺼져라 푹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번엔 또 뭐죠 더블 다이아몬드?"
더블 다이아몬드라고 불린 그 어스 포니는 옆에 있는 암청색 페가수스 암말을 돌아보았습니다.
"나이트 글라이더 양? 그럼 해 주시겠습니까?"
나이트 글라이더는 줄자를 물고 굴뚝 위로 날아갔습니다. 굴뚝 위에 줄자를 걸친 뒤 일직선으로 줄자를 유지하며 땅바닥 쪽으로 내려왔죠.
스타라이트는 두 발굽에 얼굴을 푹 파묻었습니다.
"또야.. 또.. 평등이고 뭐고 정말 미치겠네.."
나이트 글라이더는 곰곰이 치수를 재면서 말했습니다.
"동일한 규격보다 몇 밀리미터 더 크네요.. 너무 높아요. 아니, 넓다고 해야 하나.."
더블 다이아몬드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아요. 그럼 싹 무너뜨리고 다시 지읍시다."
스타라이트의 꼭지도 그만 돌고 말았죠.
"아니, 벌써 다섯 번째 오두막이잖아요!! 물론 제가 여러분에게 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 막나가-"
"스타라이트 글리머 씨! 더블 다이아몬드 씨!"
어딘가에서 한 숫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이번엔 또 뭐야.."
스타라이트는 심통에 가득 찬 어조로 중얼거렸죠.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청색 털가죽에 음영이 다른 파란색 갈기를 단 유니콘이, 분홍색 유니콘과 함께 저 언덕을 달려오고 있었죠. 그 둘은 마력으로 인화성 물질이 가득 담긴 빨간색 철제 상자를 들고 있었습니다.
"방금 옥수수 밭을 다 불태우고 오는 길이에요!"
핑크색 유니콘이 엄청난 사실을 웃는 낯으로 말하고 있었고, 더블 다이아몬드는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참 잘 했어요!"
"잠깐 뭣?!"
스타라이트는 경악했습니다.
"슈가 벨... 파티 플레버... 어째서 그런 쓸데없는 짓거리를 했어?! 아오!!!!!!"
슈가 벨과 파티 플레버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서로를 잠시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뻔하다는 듯 입을 서로 입을 맞추어 대답했습니다.
"옥수수는 다른 작물보다 키가 크므로 평등주의 사상에 위배됩니다."
"옥수수는 다른 작물보다 키가 크므로 평등주의 사상에 위배됩니다."
<~~oooooo~~>
트와일라잇은 놀라운 표정으로 아까 들은 엄청난 이야기를 조용히 되새김질하는 중이었습니다.
"...우와..."
라는 소리밖에는 더 할 말이 없었죠.
"그래..."
스타라이트는 먼 산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때 내가 평등주의 사상을 너무 과격하게 밀어붙였던 것 같더라.."
스파이크가 끼어들어 질문했습니다.
"잠깐만, 진짜 네가 한창 평등주의 운동을 했던 때로 시간 여행을 한 거라면 또 다른 너랑 만났을 텐데?"
스타라이트 글리머는 또 한 차례 구름이 뚫릴 정도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랬지.. 어찌나 재수 없고 거만한 포니였던지.."
"포니 '였다'고?" 스파이크는 미심쩍게 물었습니다.
"그건 됐고."
트와일라잇이 끼어들었습니다.
"그럼 스파이크가 제시한 두 번째로 한 질문이 있었지. 다른 포니들에게 도움을 받아보려고 했던 적은 없었어?"
스타라이트는 더 먼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건... 더 최악이었어.."
>~~oooooo~~<
플랜 B
"그럼. 트릭시 양."
스타라이트는 어두워진 성 내를 기어가고 있는 동료 유니콘에게 물었습니다.
"아까 분명 트와일라잇의 마생을 끝장내기로.. 음... 서로 합의를 본 거였죠? 그죠?"
트릭시는 씨익 웃으면서 뿔에 자주색 마력을 집중했습니다. 도서관의 가지런하게 정리되어있던 서가의 책들이 트릭시의 마력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죠.
"트릭시 양!"
스타라이트는 아까보다 목소리에 힘을 더 실어 말했습니다.
"뭔가 큰일을 할 것처럼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 도서관을 어지른 것 밖에 없잖아요! 다른 계획이 있기는 해요?"
"저런~ 저런~ 트릭시를 좀 믿어보시게."
트릭시는 딱하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미워하는 상대를 바로 죽이는 건 아마추어나 할 짓이라구. 우리가 당한 만큼 처절하게 고통을 받게 해 주어야지. 게다가 이 트릭시는 트와일라잇의 피가 거꾸로 솟게 할 방법을 아주 많이 알고 있단 말씀.... 이 도서관을 난잡하게 어지르는 건 트와일라잇을 평생 고통에 몸부림치게 만들 이 위대하고 강려크한 트릭시의 원대한 계획의 첫 걸음일 뿐이라구."
약간 안심이 된 듯 스타라이트는 살짝 웃었습니다.
"좋아요. 그럼 두 번째는 뭔가요?"
트릭시는 씨익 웃으며 크리스탈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지요.
"이제야 물어보는군. 트릭시만 믿고 따라와."
스타라이트는 군 말 없이 트릭시의 뒤를 따라왔고 둘은 트와일라잇의 침실에 당도했습니다. 트와일라잇은 책에 얼굴을 묻고 태평스럽게 코를 골고 있었지요.
스타라이트는 그야말로 사악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런.. 저렇게 안일하게 자고 있는 꼴 좀 보라지.. 내가 바로 목숨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데도 말이야."
트릭시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력으로 트와일라잇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책을 치워냈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 아니겠어? 우정의 공주의 침실에 이렇게 쉽게 숨어들어갈 수 있다니.."
트릭시는 입이 찢어져라 씨익 미소를 지으며 또 한 번 조심스럽게 트와일라잇의 이불을 벗겨 내리며 트와일라잇의 노골적으로 드러난 나신(?)을 물 흐르듯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지금 뭘 하시는 거죠?"
의아스러운 눈치로 스타라이트가 물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트릭시는 욕정 가득한 눈초리로 트와일라잇을 탐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죠.
"왜? 너도 트와일라잇 얼굴을 핥고 싶어서 그래?"
스타라이트의 두 눈이 일순간 휘둥그렇게 떠짐과 동시에 스타라이트는 거세게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죠.
"뭐라구요?! 우웩..."
"하아.. 안 할 거면 내려가서 냉장고에 있는 사워크림이나 좀 가져다줄래? 트릭시가 아까 출출해서 냉장고를 뒤져봤었는데 아주 가득 있던데."
"뭐라구요?! 사워크림?!"
트릭시는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트와일라잇의 앞발굽에다가 사워크림을 발라 놓고 창문 밖으로 나가서 숨은 뒤, 마법으로 트와일라잇의 얼굴을 간지럽히면 가렵다고 긁다가 얼굴에 사워크림을 다 문댈 거 아니야. 히히히히. 어때? 재밌을 것 같지 않아? 그러고도 트와일라잇은 트릭시 대신에 엉뚱한 레인보우 대쉬나 핑키 파이 탓을 하겠지!"
"야 이 화상아!! 대단한 계획이라는 게 고작 그거냐?!!"
어이가 턱까지 차 오른 스타라이트의 일변이었습니다.
"풉! 고작 그 정도 가지고.. 내일은 더 대단한 일을 할 건데.."
트릭시는 그야말로 악당이나 지을 법 한 미소를 지으며 앞발굽을 쓱쓱 문질렀습니다.
"포니 털에다가 꿀을 바르면 있지... 씻어내기가 무진장 힘들거든... 내일 트와일라잇은 그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게 될 거야.."
스타라이트의 턱은 이미 떡 하고 벌어졌습니다. 기가 차서 말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요.
트릭시는 거만스럽게 고개를 번쩍 들고 트와일라잇의 옷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트릭시는 이만 실례할게. 세탁 안 한 옷에서 풍겨 나오는 트와일라잇의 향기를 폐 속 가득 음미해야 되거든."
스타라이트는 골치가 아파와 한 쪽 발굽으로 머리를 문질렀습니다.
"내가 고작.. 이런 걸 보려고 시간 낭비를.."
"어이쿠! 오늘은 아주 노다지구만!"
옷장을 연 트릭시의 감상평이었습니다. 곧 트릭시의 음탕한 교성이 옷장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리 오렴, 트와일라잇의 더럽고 더러워진 양말아! 트릭시랑 부비부비하게~"
스타라이트는 발굽으로 입을 막고 올라오는 구토를 간신히 참고 있었습니다. 그 때 붉은 빛과 함께 진동이 오는 소리가 들려 스타라이트는 거의 놀라 자빠질 뻔했습니다. 스타라이트는 소리가 나는 책상 쪽을 쳐다보았습니다. 셀레스티아의 큐티 마크가 표지에 양각돼어있는 책 하나가 진동을 내면서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끙... 보나마나 선셋인지 뭔지 하는 콜걸이 또 문자를 보냈구만."
트릭시는 옷장에서 얼굴을 뺐습니다. 뿔 위에 트와일라잇의 양말을 주렁주렁 걸고 말이죠.
"그냥 욕이나 한 바가지 써서 보내 줘. 아니면 스팸문자나 보내던가. 그년이 주제도 모르고 트와-"
트릭시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스타라이트와 책 둘 다 방 안에서 사라져 있었습니다.
"스타라이트?"
~~oooooo~~
붉은 머리의 이족보행 유인원을 원탁 앞에 두고 스타라이트는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옷을 입고 다니는 건 여전히 영 불편했지만 지금 입고 있는 옷 디자인만큼은 스타라이트의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지금 스타라이트가 차원문을 지나면서 어느 새 입게 옷은 단추 달린 보라색 면 셔츠와 '='가 새겨진 완장, 스타라이트의 큐티 마크가 새겨진 검은색 미니 스커트였습니다.
선셋 쉬머, 인간으로 변한 유니콘은 아까 스타라이트가 상의할 게 있다고 책으로 보낸 걸 선뜩 응낙했습니다. 아까 그 일지를 탐독한 결과 이 선셋 쉬머란 유니콘은 과거를 뉘우치고 개심한 것 같았으므로 스타라이트는 할 말을 신중하게 고르기로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얼핏 무난하게 친절해 보이기는 하지만, 혹시 모르죠. 이 타는 듯 한 머릿결의 소유자가 마음 깊숙한 곳에 여전히 앙심을 품고 있을지...
교내의 작은 회의실은 선셋과 스타라이트가 이야기하기 좋게끔 조용하고 아담했습니다. 몇 초간의 침묵 끝에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선셋이었지요.
"그래. 네가 트와일라잇에게 원한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겠어. 근데 너도 일지를 봤으니 알겠지만 난 지금 과거와는 다르게 살려고 노력중이란 말이지? 근데 내가 대체 왜 트와일라잇을 배신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듣고 싶은걸?"
예상했던 질문이로군.. 스타라이트는 빵긋 웃었습니다. 선셋 쉬머는 분명 자신을 떠보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일지에서 본 선셋 쉬머는 대단히 감정적인 포니였으므로 선동하기는 식은 죽 먹기겠지요. 결정타를 날릴 시간이었습니다.
'일기를 꼼꼼히 읽어보니 이 선셋이란 포니를 설득하는 건 매우 쉬운 일일 것 같군. 저 암말의 평소 생각, 차원문에 대한 모든 게 거기에 적혀있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개심한 것처럼 보이시겠지. 하지만 증오는 오래 가는 법.. 그 증오를 내가 끌어낼 수만 있다면... 후후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앗?"
익숙치 못한 감각에 스타라이트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스타라이트는 재빨리 치마 밑에 들어가 있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아 끌어냈습니다. 스타라이트는 허겁지겁 선셋을 보았습니다. 선셋의 볼의 색과 머리카락의 색이 똑같아지고 있었죠.
"죄-죄-죄송해요... 이 걸 쓰는 데에 영 익숙하지가 않아서.."
"'손'이라고 하는 기관이야."
선셋이 명료하게 대답했고, 스타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그래요.. 손..."
스타라이트는 새로 달게 된 인간의 기관을 얼굴 앞에 놓고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손이란 건 언제나 갑자기 제.. 그 부분을 더듬는군요..."
선셋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간혹 제멋대로 굴 때가 있긴 하다만..."
스타라이트는 양 손을 등 뒤로 굴리고 선셋 쪽으로 몸을 약간 기울였습니다.
"그 트와일라잇이라는 포니가 당신이 누려야할 삶을 지금 대신 차지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에 사이렌 사건 때도 친구들 사이에 일어난 문제를 해결한 것도 당신이었는데 트와일라잇이 아마 당신은 공을 다 가로챘겠죠? 남은 지금 고향 땅에서 우정의 공주 노릇을 하면서 갖은 호사를 누리는데, 당신은 지금 그 트와일라잇이라는 포니 때문에 한낱 이세계의 고등학생으로 머물고 있어요. 이럴 그릇이 아닌데도 말이죠. 말해 봐요. 당신은 정말 이런 삶으로 만족하시는 건가요?"
선셋의 한 쪽 눈가에 약간 미동이 일었습니다. 그걸 포착한 스타라이트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당신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자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던가요? 우리 둘이서 힘을 합치면 트와일라잇은 물론이고 셀레스티아 공주마저도 쉽게 쓰러트릴 수 있을 텐데.."
선셋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완전히 기대고 한 쪽 다리를 다른 다리에 걸치며 턱을 한손으로 문지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럼 요약해보자.. 너도 유니콘이고.."
"그렇죠."
"트와일라잇에게 원한이 있고."
"맞췄어요."
스타라이트는 최대한 불쌍해 보이도록 고개를 축 내리깔았습니다.
"그냥 이퀘스트리아를 공평하게 만들려던 것뿐인데, 트와일라잇에게 저지당했죠... 근데 사실 내 꿈이 이루어졌어도 그건 그거 나름대로 문제였었지만아하하 이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선셋은 아까와는 달리 미동도 거의 없었습니다. 무덤덤한 어조로 선셋은 말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네 재능은 아마 마법이겠지."
스타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빵긋 웃었습니다.
"그럼요! 트와일라잇에게 필적할 수준으로요. 아니다. 아마 트와일라잇보다 앞설 걸요?"
스타라이트의 밝은 미소는 순식간에 일그러졌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썩소 라는 표현이 이에 맞을 겝니다.
"트와일라잇은 절대 제 계획을 눈치 채지 못할 거예요. 일개 유니콘의 몸으로 마법 그 자체라 불렸던 알리콘을 꺾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라... 이런 달콤한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겠어요?"
"...그렇군..."
"..."
"..."
선셋 쉬머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기 힘들었습니다.
'이럴 수가..' 스타라이트는 생각했습니다.
'분명 성질이 불같은 암말일줄 알았는데.. 이쯤 되면 뭐가 확 터져야 정상이라구!'
"저기요.. 그래서. 절 도와주실 생각이신지-"
별안간 선셋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책상 위의 물건들을 와르르 쏟아내고 스타라이트의 멱살을 잡아 땅바닥에 내팽개쳤습니다. 각종 잡동사니와 의자와 스타라이트가 굴러 떨어지는 '쾅!'하는 소리가 회의실 벽을 울렸습니다.
스타라이트가 채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선셋 쉬머의 죽빵이 바람을 가르며 스타라이트의 아구창에 명중했죠.
콰직!
"끄악?!?!"
철썩!
"잠깐!!"
우지끈!!!
"이유나 좀 알고 맞읍시다! 스톱! 스톱!"
갑자기 문이 덜컥 열리더니 세 명의 인간 암컷들이 뛰어왔습니다.
"선셋 자기!"
보라색 머리를 한 창백한 피부의 인간이 외쳤습니다.
"방금 희한한 소리가 나서- 이런 세상에! 선셋! 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그 인간의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선셋은 스타라이트를 신명나게 두들겨 패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굴러먹은 말뼈다귀같지도 않은 년이 내 캐릭터성을 무단도용하길래 인성 물리치료좀 해주는 중이다 왜?"
아아.. 마치 악마가 현신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선셋은 잔인하게 웃으며 스타라이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아예 죽여 버려야겠어!" 음산한 어조로 선셋은 말했지요.
아아.. 마치 악마가 현신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선셋은 잔인하게 웃으며 스타라이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아예 죽여 버려야겠어!" 음산한 어조로 선셋은 말했지요.
그 순간 어디에서 무지갯빛 머리를 한 인간과 핑크색 머리를 한 인간이 후다닥 달려와 각기 선셋 쉬머의 한 쪽 팔을 잡고 간신히 때어냈습니다. 숨이 거의 넘어가기 전 마시는 공기는 달고도 달았습니다.
"선셋 이러지 마! 행복한 생각만 하라구!"
"지금 아주 행복한 생각 중이니까 놔라! 놔!"
분홍머리 인간이 선셋을 붙잡고 애원했습니다. 선셋은 두 명의 팔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죠.
"아. 쫌 진정좀 해라 좀!"
무지갯빛 머리의 인간이 입을 열었습니다.
"어차피 목조를 거면 지금 이러지 말고 애플잭 올 때 까지 좀 기다려주라. 걔랑 이번에 새로 온 얘는 몇 초가 지나야 기절할까 돈 걸고 내기해야 된단 말이야."
"콜록... 뭣?!?!"
스타라이트는 어안이 벙벙한 눈치로 몸씨름을 벌이고 있는 세 명을 쳐다보았습니다.
"우와! 재밌겠다 그거! 나도 내기 낄래! 30초는 버틴다에 5달러!"
핑크색 머리의 인간의 태도가 갑자기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또 이거야.."
보라색 머리의 인간은 이마를 손으로 문댔지만, 말리려는 기색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야. 30초는 좀 오버지. 선셋 손아귀힘 장난 아니다. 알지?"
어디서 카우보이모자를 쓴 한 금발 인간의 머리가 문틈을 비집고 쏙 나왔습니다.
"내기 하는데 날 빼묵나? 뭘로 내기할 낀데?"
그 아래에서 연분홍빛 머릿결의 인간이 머리를 들이밀고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음... 또 선셋이 누구를 공개 교살중이야? 지난번에 건 좀 약했었는데.."
갖은 노력 끝에 스타라이트는 겨우 두 다리로 일어나 쓰린 목덜미를 문질렀습니다.
"다들.. 다들 미쳤어!"
"들었어? 너희 다섯 명 다들 나중에 정신과 한번 찾아가보랜다!"
선셋은 계속 두 명의 인간을 뿌리치며 스타라이트에게 달려들려고 했습니다.
"애플잭도 왔으니까 이제 좀 놔! 저런 건 당장 죽여 버려야 된단 말이야!!!!"
<~~oooooo~~>
"두 번째 질문은 그걸로 됐어. 그럼 네 친구 선버스트와의 관계 회복은 시도해봤어?"
트와일라잇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잠깐 트와일라잇.. 방금 분명 스타라이트가 트릭시가 우리 집에 밤마다 무단침입해서 방을 어지르고 그리고... 너 잠자는 곳에 가서 변태 짓을 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리고 캔틀롯 고등학교에 있는 얘들이 아무래도 좀 이상해진 것 같은데, 그게 지금 궁금하지도-"
"나 책 정리하는 거 좋아하니까 상관없어."
"그..그건 그렇다지만.. 그래도 트릭시의 변태 짓이랑 인간 세계에 있는 얘들은-"
"스파이크 말은 일단 무시해. 아까 내 질문에만 대답해줘."
스타라이트의 두 눈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됐기에.."
스타라이트의 입술이 부르르 떨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할 수 없었어..."
그러더니 스타라이트는 두루마리를 앞발로 들어올렸습니다.
"자.. 내가 직접 보여줄게.."
셋의 위에 반짝 하고 시간의 차원문이 열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셋은 시공의 저 편으로 사라졌습니다.
<~~oooooo~~>
출처 | https://www.fimfiction.net/story/303275/a-matter-of-ti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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