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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87480
    작성자 : YourDelight
    추천 : 11
    조회수 : 720
    IP : 218.232.***.119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4/05/19 16:01:06
    http://todayhumor.com/?animal_87480 모바일
    벚꽃 같이 예쁘고, 벚꽃 같이 가버린 모모야.
    모모야. 나 아직도 네가 처음 오던 날이 생각 나. 
    비가 오는 날이었어. 나는 그날 학교 끝나자마자 과제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을 갔고, 아주 저녁 늦게까지 동기 언니와 걸어다니다 오늘은 네가 올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서둘러 집에 갔어. 

    네가 있었어. 내 새끼손가락만한 네가 꼬물거리면서 있었어. 
    너무너무 좋아서, 너무 예뻐서 나는 한시도 그 곁을 떠나지 않으면서 물 온도도 맞춰주고, 놀래지말라고 천천히 너를 어항으로 옮겨주고, 또 그날이 너무 추워서, 핫팩도 옆에 놔둬가며 너를 그렇게 처음 만났어. 

    정말 너무 작아서 형아 물고기 옆에 있으면 덩치의 반도 안됐던 네가 나랑 지내면서 점점 더 꼬리도 커지고 덩치도 자라는게 신기했어. 새끼 손가락보다 작았던 네가 새끼손가락을 훌쩍 넘었지 뭐야. 

    네가 처음 거품집을 짜던 날 진짜진짜 신기했다. 너도 클만큼 컸다구 거품집 만드냐? 하면서 두마리 경쟁하듯, 누가 더 크게 짜나 대결하듯이 뻐끔거리는걸 보고 있으면 진짜 세상에서 슬픈게 없어졌다. 

    나는 네가 벚꽃 같았다. 
    색도 그런것이, 분홍빛에 발긋거리면서 물속에서 나풀거리면 그게 어찌나 이쁜지, 과제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힘들어지면 습관처럼 네 옆에 붙어서 너 수영하는걸 보고만 있었어. 한 삼십분 사십분을 아무것도 안하고 작은 물속 세상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말 행복했어. 

    나는 네가 정말 벚꽃같이 그렇게 짧게 내 옆에 날릴 줄은 몰랐지...
    너 처음 오던 날 할머니 할아버지도, 엄마아빠도 얼마나 좋아했는데. 대전에 처음 데려갔을때 너를 보고 너무 이쁘다며 웃어대던 사람들이 있는데. 책장 위 네 집을 우리엄마는 이따금 바닥에 앉아 멍하니 나처럼 보고 가시곤 했었다. 자러가기전 우리 아빠도 너를 몇분씩이고 쳐다보곤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이쁜 놈이라며 바닥에 앉아 몇번이고, 몇번이고 너를 쳐다봤다. 

    한 번 크게 아프고 나서는 네 벚꽃 같은 꼬리에 상처가 나고, 지느러미가 발긋하게 올라오고, 나는 그게 너무 미안해서,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약으로 못해주는게 너무 속상해서, 정말 미안했어. 그래도 네가 알아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옆에서 계속 괜찮아, 힘내자 라고 말하며 과제 제치고 네 물온도를 맞추고, 소금을 풀어가며 너를 낫게 했을때, 나는 진짜, 진짜 행복했어.

    우리 모모 아침에도 밥 잘 먹어줘서 고마워. 내가 너 한 번도 좋은 생식도 못해주고, 좋은 약도 못 써주고, 좋은 어항에도 못 살게 해줬어. 그저 플라스틱 통안에 넣고 키운건데, 그래도 그 좁은 어항 속에서 제 세상인냥 팔랑거리며 내 손가락을 쫓아다녀줘서 고마워. 

    모모야.
    너는 진짜 벚꽃같이 예뻤어.

    처음부터 너무 약해서 내가 저걸 잘 키울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나랑 계절이 두번 바뀌는것도 보고, 대전도 갔다왔잖아. 

    고마워.
    모모야, 미안해. 내가 진짜 미안해.

    아까 네 옆에 붙어서 미안하다고, 한 번만 헤엄쳐보라고 너를 들어올리며 건드릴때 너는 안간힘을 쓰면서 껌벅거렸어. 빨간 아가미가 보였다 말았다 하는게, 정말 힘들어보였어. 그래도 내 손톱보다 작은 지느러미가 팔랑거리면서 일어나보겠다고, 헤엄쳐보겠다고 움직일때 좀만 더, 좀만 더 하고 너를 일으켰지. 모모야, 하면서 작게 통을 치니까 갑자기 벌떡 일어나 팔랑거리고 위로 올라온 너. 그래도, 그래도 끝까지 힘내준 너.

    참 신기하지. 소리도 내지 않고 나를 알아볼까? 싶은 물고기인데 내 손가락을 보면 희안하게 따라오고, 밥 시간은 어찌나 그렇게 잘 알아서 형아랑 같이 꼭 밥 먹는 그 모서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거 보면 아침마다 얼마나 행복했는 줄 아니? 모모야, 나는 이상하게 네가 아프거나 힘들때마다 이상한 감이 왔다. 그때마다 너를 내려다보면 넌 아니나다를까 아팠어. 근데 이번에는, 아픈게 아니었어. 왜 진작 더 빨리 느끼지 못했을까. 

    당장에라도 일어나 팔랑거리며 물 속을 헤엄칠 거 같은데 너는 무지개 다리를 너무 빨리 건너버렸어...

    이렇게라도 안 남기면 내가 너한테 정말 미안한게 많을 거 같아서 그래. 

    모모야, 정말 손가락만한 크기의 작은 생명이, 울지도 못하고, 아무 재주도 못 부리는 그런 작은 생명인데 너는 너무너무 내게 컸어. 너는 정말 너무 내게 컸어. 

    한참을 울면서 붙들고 있으니 엄마 아빠에게서 온 전화. 괜찮아, 모모 좋은데로 보내줘. 잘 보내줘. 아빠는 모모가 원래 많이 아프고 약했으니 제 수명대로 살다 간거야. 아빠가 또 한 마리 사줄게, 울지마. 

    모모야... 나는 아무리 다른 물고기를 키워도, 다른 동물을 키워도 네 꼬리가 생각날거야. 네가 내 손가락을 쫓아오던게 생각날거야. 파사드가 언젠간 너랑 같이 무지개 다릴 건널 생각을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모모야, 진짜 사랑해!
    고마워. 
    너무너무 이쁜 애기여서, 더욱 미안해. 

    아프지마. 모모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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