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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7464
    작성자 : 슈크림빠앙
    추천 : 22
    조회수 : 3742
    IP : 115.139.***.183
    댓글 : 22개
    등록시간 : 2016/04/24 18:42:50
    http://todayhumor.com/?panic_87464 모바일
    남자가 사랑할 때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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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두번째 글 입니다. 오유분들이 좋아하시는 남,남에 관한 이야기 들려드릴께요.
    예전에 읽었던 남색대감 [ ..... ] 에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 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아카시의 주군을 모시고 있던 사콘이라는 이름의 사무라이가 갑작스러운 비를 피해
    길가의 버드나무 아래 서 있었다. 좀처럼 비가 그치지 않자 초조한 표정으로 하늘만 바라보던 그의 눈에
    열서너 살쯤 되는 소년이 옆구리에 우산을 몇 개 끼고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직 햇볕에 제대로 타지 않은
    뽀얀 얼굴의 소년은 매우 아름다웠다. 공손하게 인사를 한 미소년은 가지고 있던 우산을 건넸다.
     
    " 비 때문에 곤란하신 것 같은데 우산을 빌려드릴까요? "
    " 마침 필요했는데 잘 됐군. "
     
    미소년에 말에 사콘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미소년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우산 두 개를 뽑아 함께 온
    종자에게 건넸다. 사콘은 고맙다고 말하려다가 문득 비를 잔뜩 맞고 온 것이 궁금해졌다.
     
    " 왜 우산을 가지고 왔으면서 비를 고스란히 다 맞은 것이냐? "
     
    그러자 미소년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사연을 얘기했다.
     
    " 저는 나가사카 슈젠의 아들 고린이라고 합니다. 본래 아버지께서는 주군을 모시던 사무라이였습니다만
    잘못을 저지르고 쫓겨나서 로닌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아버지의 고향인 부젠에 은거하려고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로닌이 되신 아버지께서 상심이 크셔서 내내 앓다가 배 위에서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이 마을에 내려서 장례를 치렀습니다. "
    " 저런 ...... "
     
    이야기를 듣던 사콘이 혀를 찼다. 주군을 모시는 사무라이들은 일종의 월급쟁이였다. 매달 나오는 봉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제공받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 자식에게 지위를 물려주고 은퇴했다.
    아들이 없으면 데릴사위를 들였다. 그런 상황에서 죄를 짓고 쫓겨난다는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주군과 결별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때는 추천장을 받아서 다른 주군을 찾았다. 하지만 죄를 짓고 쫓겨나면
    그야말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남의 일 같지 않은 기분이 든 사콘이 우울한 표정으로 얘기를 계속 들었다.
     
    " 장례를 치르면서 수중에 가진 돈을 모두 써버려 할 수 없이 이 마을에 눌러앉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우산을 만들어 파시는데 평생 안 하셨던 일이라 늘 힘들어하십니다. 그런데 어찌 제가 비를 피한다고 우산을 쓰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 "
     
    고린의 얘기를 들은 사콘은 딱한 사정을 동정해서 미소년이 들고 있던 우산을 넉넉한 값을 주고 사들인 다음에
    종자를 시켜 집까지 바래다주게 했다. 극구 사양하던 고린은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고린을 인상 깊게 본 사콘은 아카시로 돌아가서 주군에게 그 애기를 했다. 흥미롭게 들은 주군은 사콘에게 고린과 그
    어머니를 데려 오라고 지시했다. 주군의 부름을 받은 고린은 어머니와 함께 아카시로 왔다. 그리고 사콘의 소개로
    주군을 만났다. 아직 앞머리도 밀지 않은 어린 미소년 고린과 30대를 넘어선 주군의 만남은 별다른 대화 없이 끝났다.
    하지만 주군은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붉은 입술을 가진 고린에게 첫눈에 반했다. 고린은 곧 주군과 슈도, 즉 동성애로
    맺어진 관계가 되었다.
     
    고린이 주군의 총애를 받으면서 생활이 풍족해지자 어머니는 더 이상 우산을 만들지 않아도 되었다. 주군에 대한
    고린의 총애는 나날이 깊어져서 거처인 천수각에 따로 방을 마련해 주고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호위 무사들은
    다정한 얘기를 속삭이는 두 사람을 지켜봤다.
     
    문제는 고린의 성격이었다.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한 그는 주군의 총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비위도 잘 맞추지 않았다.
    예를 들어 주군이 너를 위해서라면 목숨이 아깝지 않다고 하면 당연히 저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쳐야 하는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 힘이 있다고 이렇게 윽박지르듯 얘기하는 것은 진정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게 주군님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하겠습니다. "
     
    기분이 상했어도 고린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주군은 농담한 것으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고린은 정색을 하고 결단코
    농담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당장 목이 날아가고도 남을 일이었지만, 주군의 사랑이 워낙
    깊었기 때문인지 고집 하나는 높이 산다고 에둘러 얘기하고는 넘어가고 말았다.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나름 행복할 것 같은 두 사람의 관계에 먹구름이 낀 것은 또 다른 남자 때문이었다.
    주군을 모시는 사무라이의 아들 소하치로는 고린과 또래였다. 아버지를 따라 성에 드나들며 먼발치에서 고린을
    본 소하치로는 한눈에 반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담은 와카를 써서 몰래 보냈다. 나이 많고 소유욕이 강한
    애인에게 싫증을 느꼇던 고린은 소하치로의 와카를 보고는 마음이 끌렸다. 고린이 답장을 보내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편지 왕래가 이어졌고, 결국 사랑으로 번졌다.
     
    고린은 소하치로를 만나기 위해 대담한 방법을 썻다. 어머니에게 선물을 보내기 위한 상자를 들여오면서 그 안에
    소하치로를 넣어 온 것이다. 소하치로가 들어 있는 상자를 들여놓는 데 성곤한 고린은 저녁을 먹고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방으로 돌아왔다. 상자를 열고 소하치로와 대면한 고린은 다정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몸을 섞었다.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사랑하며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켜 줄 것을 맹세했다.
     
    한편 고린이 저녁을 먹고 일찍 방으로 돌아가자 미심쩍게 생각한 주군은 가만히 방으로 갔다가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사랑하는 고린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 주군은 활을 집어 들고는 침입지가 있다고
    소리를 쳤다. 그 소리를 들은 고린을 문을 열고 나와서 시위를 당기려는 주군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 제 방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주군 "
    " 분명히 소리를 들었다. "
    " 아닙니다.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잠꼬대를 한 모양입니다. 맹세코 아무 일도 없으니 활을 내려놓으소서. "
     
    둘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방을 빠져나온 소하치로는 뜰로 뛰어내려 나무 뒤에 숨었다. 그리고 주군의 목소리를 들은
    호위 사무라이들이 불을 밝히고 몰려오는 틈을 타서 담장을 넘어 무사히 도망쳤다. 주군은 호위 무사들과 함께 고린의
    방을 샅샅이 살펴봤지만 침입자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고린이 한시름 놓을 무렵, 호위 사무라이 중 한 명인 가나이 신페가 앞으로 나섰다.
     
    " 정원을 가로질러 이곳으로 오다가 담장을 뛰어넘는 자의 모습을 봤습니다. 분명 사내가 틀림없었습니다. "
     
    사랑을 배신당했다고 믿은 주군의 분노는 맹렬했다. 당장 고문을 해서라도 자백을 받으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평소 주군의
    총애를 독차지한 고린을 질시하던 젊은 호위 사무라이들은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 하지만 고린은 끝끝내 소하치로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며칠 동안의 가혹한 고문 끝에 고린은 주군 앞에 불려 갔다. 평소 아껴 왔던 마사무네를 든 주군은 앞에
    끌려온 고린에게 물었다.
     
    " 마지막으로 묻겠다. 네 방에 있던 자의 정체가 무엇이냐? "
     
    질문은 받은 고린은 무릎을 꿇고 한참 눈을 감고 있다가 별안간 미소를 지었다.
     
    " 평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고 아껴 준다 하시더니 질투에 눈이 머셨군요. 그동안 쌓아온 정이 있으니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자의 이름은 제 가슴속에 묻겠습니다. "
     
    고린의 대답을 들은 주군은 마사무네를 휘둘렀다. 잘 벼려진 칼날은 고린의 왼쪽 손목을 단숨에 잘랐다.
     
    " 대답하지 않으면 목을 치겠다. "
     
    서슬 퍼런 주군의 호통에 지켜보고 있던 호위 사무라이들도 숨을 죽였다. 하지만 왼쪽 손목이 잘린 고린은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 이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더듬었습니다. "
     
    주군은 짧은 기합과 함께 고린의 오른쪽 손목도 잘라 버렸다. 잘린 손목에서 피를 펑펑 쏟으며 고린은 처연하게 말했다.
     
    " 벚꽃처럼 짧은 인생이였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꿈같은 시간을 보냈으니 아쉽지 않습니다. "
     
    말을 마친 고린은 주군이 목을 치기 쉽도록 고개를 떨어뜨렸다. 잠시 후 주군의 손에 고린의 목이 떨어졌다. 어리지만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고린의 모습을 본 호위 사무라이들은 크게 감탄했다. 피 묻은 마사무네를 든 주군은 고린의
    시신을 묘복사라는 절에 안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고린이 두 손목이 잘리고 목이 떨어지면서까지 끝끝내 애인의 이름을 발설하지 않은 것은 충성과 의리를 목숨처럼
    여기던 사무라이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래서 그를 싫어했던 사무라이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한편, 상대방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그리고 애인의 죽음을 보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비난했다. 하지만 소하치로는 겁을
    먹고 도망친 게 아니라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다음 달, 성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소하치로는 애인 고린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가나이 신페의 양 손목을 자르고
    목을 베서 복수에 성공했다. 소하치로가 애인의 복수를 하고 종적을 감추자 사람들은 과연 서로 아끼고 사랑한게
    틀림없다고 감탄했다.
     
    한편 아들을 잃은 고린의 어머니는 성에서 쫓겨나 묘복사로 추방당했다. 그곳에서 은거하던 그녀는 아들의 애인이
    원수를 갚았다는 소식을 듣자 자신의 애통한 심경을 담은 유서를 남겨 놓고 고린의 무덤 앞에서 자결했다. 애틋한 사랑과
    처절한 복수, 그것을 마무리 짓는 어머니의 슬픈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갔고, 묘복사는 이 소문을
    듣고 모여든 사람들로 한동안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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