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지인 박수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현장투표 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의당도 이틀 앞으로 다가온 현장투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과 경쟁 관계인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현장투표 유출 사태를 호재로 여길 법도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도 만만찮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에 웃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박지원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흥행도 좋지만 안전하고 아름다운 경선을 해야 되기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라며 "공직선거법이 적용되기에 만약 후보들이 버스를 이용해서 동원하거나 혹시 점심이라도 제공해서 불미한 일이 있으면 아름다운 경선이 안 될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는 또 "과연 우리 컴퓨터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것이냐. 부족한 당직자와 여러분이 제대로 과연 잘해나갈 것인가"라며 "저도 어제 민주당의 그런 사태를 보고 타산지석으로 생각해서 이거 잘해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경선을 '사전 선거인단 없는 현장투표'라는 국내 정치사상 초유의 실험적 제도로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조기 대선 국면에서 시간과 여건에 쫓기면서 구조적 미비점은 그대로 남겨둔 채 일단 개문발차한 모양새다.
전날 열린 투표관리 업체 시연회에서 중복투표를 막을 시스템은 구현됐지만, 신분증과 실제 투표자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선거 관리원의 '육안' 밖에 없음이 드러났다.
한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결국 각 캠프가 신분증을 몇 개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투표관리 경험이 없는 당직자와 보좌관 등이 권역마다 15~30개씩 설치되는 현장 투표소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각 후보 캠프 측은 이번 경선이 순수한 민심의 반영이라기보다는 세력 동원 싸움이라는 것을 이미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경선 시기가 '꽃놀이 철'과 겹치면서 산악회 버스를 곧바로 투표소로 섭외한다는 등 여러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러다 보니 유권자 식사제공 등 선거법 위반 사례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사정이다.
그러나 당에서는 각 후보 측에 과당 경쟁 자제를 요청할 뿐 지금으로선 무탈한 경선을 담보할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경선 룰과 일정을 둘러싼 당내 논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황주홍 최고위원은 오전 최고위에서 세월호 인양 일정을 이유로 최종 후보 선출일을 4월 5일로 하루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장병완 선거관리위원장이 곧바로 "이미 확정된 경선 룰과 원칙을 재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는 등 불협화음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