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휴가 나온 김에 들었던 썰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군대 공포썰은 역시 근무에 관련된 썰이 많네요
조상병은 매우 짜증이 난 상태였다. 선임인 이병장이 갑자기 아프다고 의무대 입실을 하는 바람에 새벽소초근무자가 한 명 비게 되어
서 조상병이 그 자리를 땜빵으로 들어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비번이어서 편한 마음으로 푹 자려고 했던 조상병은 저녁점호시간
때 그 이야기를 듣게 되자마자 너무 화가 나서 당직사관이 함께 있는것도 잊어버리고 침상을 주먹으로 내려칠 뻔 했다.
' 아 X발 X같네 이병장 이새X 꾀병부리는거 한 두 번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
괜히 자신을 깨우러 온 불침번근무자에게 짜증을 한 번 내고 조상병은 초소장인 김병장과 부사수인 정일병과 함께 해안초소 경계근무를 들어가게 되었다.
후임인 정일병에게 동초를 돌라고 말한 다음 김병장과 조상병은 초소 안에 기대서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 주된 소재는 꾀병쟁이 이병장에 대한 험담이었다.
"이병장 그 새X 하여간 폐급은 짬먹어도 어디 안갑니다. 진짜 작업할 때 마다 매번 어디 아프다고 빠지는 거 보면 뒤통수 한 대 후려치고 싶습니다."
"야 나도 그 새X 동기라고 생각안한다. 그 새X가 뭐라해도 대충 넘기삐라."
"진짜 그런놈이 후임 터는거 보면 어이가 털려서 말도......헉!"
잡담하면서 무심코 해안쪽을 힐끗 쳐다본 조상병은 기절할 뻔했다.
"왜 , 뭔데 그러는데?"
"저기... 저 바다에 떠있는 저거.....저거 사람 아닙니까?"
김병장이 벌떡 일어나서 조상병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흰 옷을 입은 사람의 실루엣이 물 위에 떠서 허우적대며 구해달라는 듯이 손을 다급하게 흔들고 있었다.
"ㅆㅂ 조난자인갑다. 야! 니는 빨리 가서 줄이랑 구조튜브 가져온나!"
"알겠습니다!"
조상병이 서둘러 초소 구석으로 뛰어가 구조튜브와 줄을 찾았다. 다행히 초소 내부에는 튜브와 줄이 비치되어 있었다 .
"김병장님! 찾았습니다. 이제 빨리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조상병은 다급했다. 조난자가 언제 힘이 다할 지 모르기 때문에 빨리 구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병장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김병장님?"
김병장은 들은 척도 안하고 쌍안경을 대고 해안 쪽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곧 쌍안경을 눈에서 떼더니 넋이 나간 얼굴로 조용히 초소 안으로 들어와서 벽에 몸을 기댔다.
"뭐하십니까! 빨리 가야 합니다! 조난자가!...."
조상병은 이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대체 왜 저러고 있는단 말인가? 빨리 구하러 달려가도 모자랄 판에...
"잠깐만 있어봐라."
"니 저거 자세히 봤나?"
"자세히고 뭐고 조난자 아닙니까? 우선 구하러 가야..."
"자세히 봤냐고!!!"
김병장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조상병은 깜짝 놀라 움찔했다.
"내가... 보고할라고 쌍안경으로 줌 땡겨서 자세히 봤다. 근데 저게 내는 참말로 ... 사람으로 안보인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혼자 넋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듯 말하는 김병장을 보고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한 조상병은 이어지는 김병장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그라고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개가 아이다. 불빛 하나 없는데 어떻게 이쪽 초소를 정확히 보면서 구조요청을 하고 있는건지, 저렇게 허우적대면서 왜 소리를 질러서 구조 요청을 하지 않는건지.... 근데 제일 이상한 점은 뭔지 아나?"
"뭐...뭡니까?"
"내가 쌍안경으로 얼굴을 봤을 때..... 저게"
"웃고 있었다..... 구조 요청하는 사람이 입이 찢어져라 웃으면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웃고 있었단 말이다....."
"손도 구조요청할때처럼 좌우로 흔드는 게 아니고, 나보고 마치 어서 여기로 들어오라는 것처럼 앞뒤로 손목을 까딱까딱하면서....."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친 조상병은 재빨리 해안쪽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그 조난자, 아니... 그 '무언가'는 이쪽을 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역시 들었던거 느낌 그대로 글로 옮기기는 정말 못해먹을 짓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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