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요금 종량제 - 금지를 금지한다
김중태(IT컬럼니스트,
www.dal.co.kr) * 아래 글은 2005년 3월, 명지대학교 교지 [명지] 43호에 '금지를 금지한다'란 부제로 발행될 글입니다. [명지] 43호는 대학인들과 우리에게 금지시킨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해방시키기 위한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이 중 '기획-인터넷세상(가제)'을 통해 우리 생활에 밀접한 인터넷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하며, 그 중 하나로 '인터넷 사용요금 종량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명지대학교 교지 편집실의 허락을 통해 인터넷으로 글을 공개합니다.)
인터넷 종량제는 요금 인상을 통해 손쉽게 수익을 늘리기 위한 제도다.
'인터넷 종량제'란 '인터넷 사용시간이나 자료(패킷과 같은 뜻) 전송량(트래픽, 사용량도 같은 뜻으로 사용함)에 따라 초고속통신망의 사용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현재 시행 중인 인터넷 정액제의 반대 개념이다. 인터넷 정액제는 정해진 기간에 대한 일정한 금액만 내는 제도로 현재 월 3~5만원 사이의 금액을 받고 있는 '월정액제'를 채택하고 있다.
ADSL 등의 초고속통신망을 종량제로 실시할 경우 생기는 변화는 초고속통신망 이용요금의 증가다. 전송량을 기준으로 실시할 경우를 예로 들자. 1MBtye 당 1원을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1GByte의 파일을 전송받을 경우 1,024원의 요금을 낼 것이다. PC방처럼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실시할 경우에는 1시간 사용에 1,000원을 내는 식으로 요금제가 바뀔 것이다. 사업자가 검토하는 것은 부분종량제로 최고 요금의 한도가 어느 정도 정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어떤 요금제로 실시하더라도 현재 요금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다. 이전보다 수익이 줄어드는 제도를 실시할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KT의 종량제 주장은 출발점부터 잘못된 것이다.
종량제 논의는 이전부터 종종 나왔지만 본격적으로 거론된 시기는 2004년 4월 30일에 KT가 초고속인터넷 요금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종량제를 주장하는 KT의 논리]
1. 정보평등: 상위 5%의 사용자가 전체 인터넷 데이터량(트래픽)의 43%를 차지하고 있어 대부분의 가입자에게는 정액요금제가 오히려 불평등하다.
2. 인터넷중독 예방: 종량제를 실시하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조금만 사용하므로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난다.
3. 중복투자 억제: 2000년 46Gbps였던 KT코넷 백본망 용량을 2003년 480Gbps로 확대했지만, 일부 이용자의 과다 사용 때문에 더 이상의 과잉 설비투자를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KT의 논리는 출발점부터 잘못되거나 비상식적이다. 종량제는 요금 인상을 통해 주주 이익을 챙기겠다는 속셈 이외에는 아무 목표도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처럼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주장을 펴게 되는 것이다.
[종량제 주장의 근본적인 잘못들]
(1) 인터넷의 사용량은 늘 수밖에 없는데도 종량제를 실시하면 사용량이나 사용시간이 줄 것처럼 말하고 있다.
(2) 과거와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수치를 제시하며, 이를 엉뚱한 논리로 포장하고 있다.
(3) 일부 사용자가 트래픽을 점유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데도 잘못된 현상으로 몰고 있으며, 트래픽을 점유하는 사용자가 나라의 핵심 인력일 가능성이 큰데도 오히려 범법자로 몰고 있다.
(4) 인터넷 중독은 교육의 문제인데도 인터넷 사용시간과 종량제 인터넷 중독을 비례관계로 묶고 있다.
(5) 현재 사용자는 정해진 트래픽 안에서만 사용하는 정당한 사용자인데도 그것을 나쁘거나 불법처럼 묘사하고 있다.
(6) 인터넷 환경이 급변하면서 전세계 국가와 기업이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KT는 주주 이익을 위해 세계 흐름과는 반대로 시설 투자를 줄였다. 그로 인해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 것인데도 그 책임을 정상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민의 탓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처럼 KT를 비롯한 초고속통신망사업자는 자신의 종량제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근거 없는 주장을 펴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인터넷 종량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거짓말과 문제점
종량제 찬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주장에 대한 개별 문제점부터 살펴보자.
(1) 종량제가 실시되면 사용량이나 사용시간이 준다는 말은 사기에 가까운 거짓말이다.
한국전력은 연탄불로 밥하던 시대에 종량제와 누진세를 적용하면 전기사용이 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전기밥통으로 밥하고 냉장고 청소기 에어컨 등 모든 것이 전기로 동작해야 하는 미래로 가면서 전기 사용량은 늘 수밖에 없다. 결국 누진세 이후로도 전기 사용량은 계속 늘었고, 전기요금 부담만 크게 증가했다. 한국통신이 시내전화요금을 도수제에서 종량제로 바꿀 때도 마찬가지 논리를 폈지만, 종량제 이후 한 가구 당 전화통화 시간 역시 더욱 늘었고 가구 당 전화요금만 인상되었다. 지금 또 다시 인터넷 종량제만 실시하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년 후에도 인터넷 사용량이 똑 같거나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텍스트 위주였던 자료가 더욱 고해상도 멀티미디어로 바뀌고 생활, 행정, 업무, 교육 등의 모든 분야가 인터넷으로 접목되는 상황에서 종량제만 하면 인터넷 트래픽이 줄 것이라는 식의 비상식적인 말을 인터넷전문가라는 사람이 하고 있다. 이것은 사기에 가까운 거짓말이다.
(2) 현재 기준으로 미래를 단정 짓는 비상식적인 주장으로 일반인의 비용 부담을 감추려 한다.
KT는 P2P 사용자가 대부분의 트래픽을 점유하는 것처럼 말한다. 근거 자료도 없지만 이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P2P 사용자가 앞으로도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 이런 주장은 5년 전에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한 서비스가(그것이 전자우편인지 FTP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트래픽을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5년 전에 개인간 파일공유 서비스가 없었던 것처럼 5년 뒤에는 또 어떤 서비스와 계층이 인터넷의 트래픽을 점유할지 모른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업무나 인터넷교육방송 등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종량제로 인한 요금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종량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이런 면에서 보면 잘못된 셈이다. 향후 미래의 학교교육이나 개인 교습, 퇴직자 재교육 등이 인터넷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생각한다면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인터넷 종량제는 실시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3) 일부가 트래픽을 점유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 잘못된 현상이 아니다.
모든 서비스는 많이 쓰는 사람과 적게 쓰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매우 정상적이다. 아마도 KT 직원 같은 IT 종사자 한 명이 사용하는 인터넷 트래픽이 시장 상인 수 십 명이 사용하는 인터넷 트래픽보다 많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트래픽을 많이 쓰는 사람을 나쁘게 볼 것인가?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는 일부 사용자가 그 문화를 이끄는 계층이기 마련이다. PC통신 시절 모뎀 회선을 장시간 점유했던 일부 사용자가 현재 우리나라 IT산업을 이끌고 있다. 모뎀시절에도, 텔넷과 고퍼 시절에도, www 초기 시절에도, 현재도 통신선로를 점유하는 상위 몇 %는 IT에 관심 많은 학생이거나 나와 같은 IT업계 종사자다. 그런데도 일부 사용자가 많은 트래픽을 점유할 가치가 없을까? 트래픽을 많이 차지하는 사람을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붙인다면 자기 얼굴에 침뱉기며, 우리나라 얼굴에 침뱉기가 될 것이다.
(4) 정해진 트래픽 안에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 정당한 권리다.
KT는 종량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IP공유기 사용자나 트래픽을 많이 사용하는 사용자를 불법 파일 공유나 하는 범법자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IP공유기 사용자건 P2P 사용자건 사업자가 정해준 범위 안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1Mb 짜리 상품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10Mb의 트래픽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다. 지정해준 1Mb의 트래픽을 최대로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이며, 그 트래픽을 전자우편에 사용하건, 파일 받기나 업무용, 교육용으로 쓰건 왜 문제 삼는 것인가? 또한 인터넷 자체가 P2P이며, 웹이나 전자우편, 메신저 등이 모두 P2P인 상황에서 P2P 사용자를 문제 삼는 것은 얼마나 웃긴 일인가?
그들 스스로 더 큰 트래픽 상품을 쓰라고 광고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사업자 광고대로 트래픽을 더 많이 쓰려고 1Mb 짜리 상품 대신 10Mb나 100Mb 짜리 상품을 신청해 사용하고 있다. 1Mb 상품 사용자에 비해 100Mb 상품 사용자들은 100배나 되는 트래픽을 점유하는 일부 사용자인 셈이다. KT 말대로라면 돈을 더 주고 100Mb 짜리 상품을 신청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고, 이런 사용자 때문에 더 이상 시설투자를 안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이 무슨 황당한 궤변이란 말인가?
개인이 정해진 트래픽 안에서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다. 트래픽 범위 안에서 동시에 열 개의 파일을 전송받건, 열 대의 컴퓨터에서 각기 한 개씩 받건, 그것은 사용자 마음이다. 만약 사용자가 트래픽을 최대로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사업자들은 10Kb나 100Kb 짜리 상품을 내놓고 이 상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큰 트래픽의 상품을 잘 활용하면 시간이 단축된다고 광고해놓고는 이를 문제 삼는 KT야말로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이다.
(5) 설비투자는 최대치에 맞추는 것이 정상이며, 인터넷 속도 저하의 주범은 시설투자 부족이다.
KT는 설비 투자를 많이 했지만 일부 사용자가 회선을 점유하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다는 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설비투자란 최대치에 맞추는 것이 기본이므로 모든 가입자가 최대로 트래픽을 사용하는 상황에 맞게 설비를 투자하는 것이 맞다. 1Mb 짜리 가입자가 100명이라면 100Mb의 설비를 갖추는 것이 정상인데도, 겨우 1Mb의 설비를 갖춘 다음에 다섯 명이 트래픽의 40%(그래봐야 1인당 0.4Mb의 속도)를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95명이 남은 트래픽(겨우 0.6Mb)을 사용하느라고 인터넷이 느려진다고 말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사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KT가 밝혀야 할 내용은 상위 사용자의 점유율이 아니라 가입자 당 확보된 시설의 트래픽 용량이다. 1Mb 짜리 상품을 100개 팔고도 KT의 설비로 감당할 수 있는 트래픽 용량이 겨우 1Mb라면 이것이 사기인 것이며, 인터넷 속도 저하의 주범인 것이다.
(6) 저질문화의 증가는 종량제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수준의 문제다.
종량제를 실시하면 불법 공유와 같은 쓰레기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는 논리도 맞지 않다. 도수제 PC통신 시절에는 예절이 있고 정이 넘쳤으며, 불법이 없었다. 하지만 종량제 실시 이후 PC통신은 번섹(번개섹스)과 원조교제, 불륜, 사기, 욕설이 난무하는 곳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종량제를 채택하고 있는 휴대전화는 날이 갈수록 누드사진, 동영상, 벨소리, 모바일 게임과 같은 소비성 문화가 늘고 있으며, 스팸광고(광고SMS)가 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전화나 휴대전화의 종량제가 저질문화를 양산시켰다고 주장하면 웃기는 일이 될 것이다. PC통신문화나 인터넷문화, 휴대전화 문화에 저질문화가 증가하는 이유는 종량제 때문이 아니라 대중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다. 정액제 수신료를 내는 공중파보다 부분 종량제(채널 수에 따른 요금제)를 실시하는 케이블TV, 위성TV가 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이유 역시 정액제나 종량제 문제로 설명할 문제가 아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에 스팸광고나 저질문화가 느는 이유는 인터넷 인구 증가와 이로 인한 소비문화의 증가에 따른 결과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TV에서 종량제 또는 정액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저질문화가 주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문화적 수준의 문제지 트래픽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로 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량제가 되면 음란 불법 자료가 줄 것이라고 주장도 맞지 않다. 이 역시 문화적 수준의 문제에 달린 것이다. 음란비디오의 양이나 음란비디오를 보는 시간에 비해 교육용 비디오, 캠코더로 찍은 개인 비디오, 대여용 비디오가 월등하게 많아지는 것처럼, 인터넷에서도 갈수록 교육용, 개인용, 오락용 동영상의 전송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종량제의 가장 큰 문제는 부에 따른 정보 격차를 확대하는 점이다.
이처럼 KT가 주장하는 주요 논리는 모두 상식적인 논리에서 벗어난 상태다.
[종량제를 주장하는 KT의 종량제 논리에 대한 반박]
1. 종량제는 정보불평등 제도다
2. 종량제는 인터넷 중독현상을 예방하지 못한다.
3. 종량제는 투자비를 줄인 KT가 요금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주주의 이익을 더 늘리기 위한 제도다.
(1)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자는 말은 정보후진국으로 가자는 반국가적인 주장이다.
종량제로 인해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인다고 하자. 그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가 아닌가? 교육, 행정, 산업, 업무, 생활이 인터넷으로 통합되고 24시간 인터넷과 연결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종량제는 인터넷을 저용량 파일로만 이용하거나 몇 시간만 사용하라고 말하고 있다. 남보다 1초라도 빨리 정보를 받기 위해 SMS, 메신저, 알리미 서비스와 같은 실시간 서비스를 24시간 켜두어도 부족한데, 하루 중 2시간만 인터넷을 켜고 메신저 대신 전자우편으로 소식을 확인하라고 한다. 인터넷 대신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하면서 업무를 보고, 은행창구에서 은행일을 보고, TV로 교육방송 보고, 해외에서는 HD급 동영상을 볼 때 한국은 텍스트나 VCD급 동영상을 사용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라는 말은 나라의 산업과 문화구조를 후퇴시키라는 주장과 같다. 24시간 인터넷을 사용하자고 주장해도 부족한 판국에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자는 주장은 과연 상식적인가? 이것이 과연 한국인으로 할 수 있는 말인가?
(2) 가장 큰 문제는 빈부 차이에 따라 인터넷 사용량이 달라지는 정보 격차를 확대하는 점이다.
내가 종량제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제도가 빈부 차이에 따른 정보불평등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양에 비례하는 돈을 지불해야 하는 휴대전화 통화, 책구입, 학원, 과외, 영화, 해외여행, 외식 등을 마음껏 하지만 저소득층은 이런 생활을 누릴 수 없다.
오늘날 저소득층 부모와 자녀들이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휴대전화의 SMS 사용료, 신문 구독료, 케이블TV 수신료, 참고서 구입비, 학원비, 게임 구입과 같이 많은 돈이 들어가는 부분을 메신저, 전자우편, 인터넷 신문, 인터넷 교육방송, 각종 무료 강좌와 참고 문서, 동아리, 무료 온라인 게임, 자료실의 공개 프로그램, 그외 수 많은 무료 정보로 대체하고 있다. 수 십 수 백 만원이 들어가야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인터넷을 통해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월정액 몇 만원이면 된다. 인터넷 정액제는 현재 저소득층이 가장 저렴한 금액으로 부자와 똑 같은 양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유일한 창구다. 하지만 종량제가 실시된다면 이런 서비스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인터넷조차 돈 많은 사람은 24시간 펑펑 쓰면서 정보를 마음대로 향유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돈을 아끼기 위해 인터넷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정보불평등이 발생할 것이다.
KT가 진실을 왜곡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 일부 사용자가 트래픽의 대다수를 사용하는 것은 정보불평등이 아니다. 일부 사용자가 트래픽의 다수를 차지하건 말건 저소득층 국민이 인터넷으로 편지와 문자를 보내고, EBS 교육방송을 보고, 신문과 각종 정보를 향유하는 일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종량제가 된다면 당장 저소득층은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인터넷 교육방송을 보지 못하거나 인터넷으로 자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KT나 정부 말대로 종량제 요금이 무서워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인다면 그것은 P2P사용자가 아니라 돈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KT의 말과 반대로 종량제는 가장 명확하게 정보불평등을 조장하는 제도일 뿐이다.
(3) 인터넷중독은 교육으로 해결할 문제지 사용시간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종량제로 인해 인터넷 사용량이나 사용시간이 줄면 인터넷중독이 예방된다는 뜬금 없는 논리를 인터넷 전문가라는 사람이 내뱉고 있다. 그렇다면 하루 종일 인터넷으로 일하는 초고속통신망 업체의 직원들이야말로 인터넷중독자이고, 이들 직원의 업무부터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업무로 바꾸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나처럼 하루 종일 IT 관련 업무를 하느라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IT 분야 종사자들은 인터넷 중독자이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서 수업을 받거나 가게에서 물건 파느라고 인터넷을 몇 시간만 쓰는 사용자는 인터넷중독에 안 걸린다는 뜻인가?
어떻게 IT 전문가라는 사람이 인터넷 사용시간과 인터넷중독이 비례하므로, 종량제를 통해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면 인터넷중독이 예방된다는 황당한 소리를 한단 말인가? 인터넷중독의 원인과 해결방법은 올바른 교육에 있지 인터넷 사용시간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4) KT가 종량제를 주장하는 진짜 이유는 주주의 이익을 챙기거나 해외로 돈을 빼가기 위해서다.
KT는 설비투자를 많이 했지만 일부 사용자가 회선을 점유하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데 이에 대한 문제점은 앞서 말했다. 또한 KT가 설비투자를 많이 했다는 말조차 명백한 거짓말이다. 현재 KT의 정부지분은 0%로 완전 민영화되었으며 49%가 해외 지분이다. 완전 민영화 이후 KT의 경영 상태를 살펴보자.
[KT의 최근 경영, 투자 현황]
1. 2003년 한 해에만 KT는 자사주 소각에 무려 1조 1,981억 원(1839만주)을 쏟아 부었다. 주가관리에만 관심을 가질 뿐 투자에는 관심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 2003년도 당기순이익이 8,300억 원이나 되었지만 KT는 2004년도에 배당금으로 무려 6,312억 원을 지급했다. 이 배당금의 66%인 4,185억 원이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국내에서 번 돈을 해외로 가져가기에 급급할 뿐 투자에는 관심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 이처럼 주가와 배당에만 관심을 가진 KT의 경영은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KT는 2000년에 매출액의 33%를 설비투자로 사용했지만 당기순이익이 늘어나고 인터넷 환경이 급변하는 2000~2002년에도 투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2003년의 경우 18%에 불과하다. 투자 비율을 늘려도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환경에 겨우 대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주가소각이나 배당에 돈을 투자하고 설비투자는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결국 이것이 현재 국내 인터넷 속도의 저하의 가져온 것이다.
4. 이렇게 세계 흐름과 반대로 시설투자를 줄이고도 최근 몇 년 동안 KT가 순이익을 많이 남긴 이유는 이 시기에 무려 35,000명(정규 2.5만, 비정규 1만)의 직원을 감원시켰기 때문이다. KT가 2003년 한 해 주식 소각에 사용한 금액 1조 2천억 원만 해도 3천만 원 연봉의 직원 3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다.
KT는 현재 국내 통신 선로 대부분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인터넷 시장도 60%를 점유하는 독점 기업이다. 급변하는 인터넷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각 나라와 기업이 시설 투자에 열심인 반면 KT는 정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KT의 주주들은 오로지 주가관리와 배당,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에만 돈을 쓸 뿐 투자나 국내 IT산업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진 이유는 명백하게 시설투자의 감소에 있음에도, KT의 주주는 그 책임을 계약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트래픽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돌리고 있으며, 시설투자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과 이익 감소 부분을 요금인상이라는 방법으로 메꾸려고 하는 것이다.
종량제는 국가 정보산업 후퇴와 정보불평등을 조장하므로 실시되어서는 안 된다.
종량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종량제는 실시되어서는 안 되는 나쁜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종량제가 나쁜 두 가지 큰 이유]
1. 정보후진국 조장: 종량제는 24시간 모든 생활을 인터넷으로 연결해야 하는 판국에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자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펴며, 문화와 정보 후진국으로 후퇴를 요구한다.
2. 정보불평등 조장: 돈 많은 부자는 인터넷을 24시간 마음껏 쓰고, 돈 없는 사람들은 인터넷 사용도 줄여야 하는 정보불평등을 조장한다.
종량제를 통해 혜택을 보는 계층은 초고속통신망사업자의 주주뿐이다.
만약 종량제를 찬성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국부의 해외 유출과 정보불평등 조장,
국내 정보산업의 후퇴를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출처
http://www.dal.co.kr/blog/archives/0007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