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전교권을 다투다가
예고 문창과에 가고 싶었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반대.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내신 아깝다고 반대.
마음에도 없는 외고를 쓰고
보기좋게 떨어졌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곳은 얼마 안되는
수도권 비평준지역이기 때문에
중학교 내신 만점 200점 기준
평균 170후반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시내 1등 인문계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야말로 멘붕이였습니다.
제가 알던 고등학교는 이게 아니였습니다.
심도 깊은 영어회화를 친구들과 하는 시간,
문학을 읽고 감상문을 내고 토론하는 시간,
전혀 없었습니다.
1학년 때부터 수능문제집을 붙들고
국어지문, 영어지문 분석하는게
너무 끔찍했습니다.
게다가 이과 중심학교여서
과학, 수학 시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중학교 때도 다른과목 90점 후반이어도
과학만큼은 70점 찍은적이 한두번이 아니여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전 혼자서 다큐멘터리, 신문기사를 보고 읽으며
지식 습득하는데 익숙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공부 안했습니다.
첫 중간고사 수학 점수가 30점대 나왔을 땐
눈물도 안나오더라고요
그래서 1학년 때 맞은 등급은
한국사 3등급, 사회, 도덕 4등급을 제외하고
모두 7, 8을 찍었습니다. 심지어 수학은 9까지 나왔구요
2학년, 계열결정할 때 외국어단위수가 많은 반에 들어갔습니다.
전 너무 순진했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반이어서.. 더 치열했습니다.
밖에서 나가 쓰지도 않을 영어 문법 분석,
참고서 보기에만 급급하게 만들었던 문학시간,
듣는 사람이 13명밖에 안되서
말도안되게 치사하게 문제를 내던 중국어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1학년때 보단 성적이 올랐지만
4~6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엄마에게 유학보내달라고 울다가
현실도피하지 말라고 혼도 나고..
3학년. 역사과목만 학생 수가 적어서
모든 시험에 하나 틀렸는데도 2등급을 맞았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5. 게다가 반에서만 보는 영어시험은
8이었습니다
성적표를 받았을 땐 아무생각도 없더라고
그냥 이렇게 맞으려나 보다..
유학 한번 다녀온적 없는 토종 한국인주제에
전 입시교육이 너무 싫었습니다.
대신 역사왜곡탐구동아리에 들어가 친구들과 연구에 매진하고
활동하고..
매일 신문 읽고 기사 비판도 하고 (아빠 때문에 조X일보를 읽어야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예술영화 찾아보고 감상문 쓰고
내가 알게 된것도 정리해보고
문학책 읽고 제 경험을 떠올리며 글쓰는것이
제가 좋아하던 것이였습니다.
남들이 시켜서 이런거 할 때 전 좋아서 혼자서 알아서 하던 것이었습니다.
수시를 썼습니다. 학교가 수능성적을 매겼을 때
매우 상위권인 곳이여서 신문에도 나는 곳이라
어느정도 내신 불이익을 봐줄주 알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썼습니다.
내신 말고 제 잠재력, 활동을 봐달라고 넣은 입사관.
알아달라고 원서도 제일 첫번째로 넣은 학교는
이번주 월요일 저를 시원하게 떨어뜨렸습니다.
1차에 남은 곳은 수능 3일 전 발표나는 영화과.
오늘 선생님께 불려가 수시원서 넣은 학교들을 확인하는데
그 학교 바로 옆에 '학생부를 보았을 때 희박' 이라고 써져있더군요.
선생님은 신경쓰지 말라고 했지만
처음으로 절망이라는 단어가 느껴지더라고요.
내신때문에 학교에 떨어질 수 있다....
이 한 줄이 오늘 내내 머릿속을 맴돌고.
초조해지고 불안해졌습니다 지금...
괜한 후회까지 되고..
제가 내신을 소홀히 한 이유가 누군가에겐
핑계처럼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오유인분들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내신 때문에 불이익을 얻으신적이 있으신지요?
괜한 희망 한 줄 붙잡아 보고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