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지역 돌며 지역민과 교감
7개월째 1박2일 호남 찾기 행보
동네 목욕탕 주민들 김씨 정체 알고 깜짝놀라
"호남은 감사하고 미안한 곳"
전남 완도군 완도읍 화흥포항에서 배로 1시간쯤 걸리는 소안도. 일제 강점기에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섬으로 알려져 있다.
1년 내내 1500여 개의 태극기가 집집마다 걸려 있어 '태극기 마을'로도 불린다. 일제 강점기 소안도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투옥 기간을 합치면 110년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8일 문재인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이곳을 찾았다. 화흥포항에 갔다가 기상이 나빠져 발길을 돌린 지 꼭 한 달 만이다.
소안항일운동기념탑 참배를 마친 김씨는 고 김남두 독립유공자의 며느리 김양강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 김씨는 직접 도다리와 쑥을 다듬은 뒤 도다리쑥국을 끓여 할머니에게 대접했다.
김양강 할머니가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실과 섬 지역의 열악한 의료, 복지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김씨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소안도 주민들은 최근 태극기 정신을 왜곡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 때문에 태극기를 내렸다고 한다.
김양강 할머니 집을 나온 김씨는 경로당을 찾아 마을 어르신들에게서 '독립가' '이별가' 등을 배워 함께 부르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불령선인(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에 항거·저항했던 조선인을 일제가 부정적으로 지칭한 말)으로 지목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소안도 주민들의 설움과 독립에 대한 의지를 담은 노래다.
김씨는 경로당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김씨는 올해 설 이후엔 호남의 섬 지역을 1박2일로 찾아가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손수 식사를 지어 대접하고 경로당에서 밤늦도록 함께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김씨는 "뭍에서 (문 후보가 참석하는) 행사가 있을 때 섬 마을 주민들이 배를 타고 나와 몇 시간씩 달려와 주셨다"며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직접 전해드리기 위해 이번에는 제가 배를 타고 찾아뵙고 있다"고 전했다.
그 동안 찾은 곳만 해도 낙월도 자은도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 노화도 보길도 소안도 등 10여 곳에 이른다. 김씨는 섬에서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병원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교통은 불편하지 않는지 등을 빠뜨리지 않고 챙긴다.
김씨는 지난해 한가위 직후 광주 남구 주월동 거점경로당 배식 봉사를 시작으로 매주 한 차례씩 호남을 찾고 있다. 복지시설에 가서 봉사를 하거나 지역 종교지도자, 시민사회활동가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을 만나 정서적인 교감을 하고 있다.
동네 목욕탕에서 대화를 나눈 사람이 김씨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이 깜짝 놀랐다는 얘기는 지역 사회에서 화제가 된 지 오래다.
김씨는 호남에 대해 "감사하고 미안한 곳"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지만 결국 저희가 부족해서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다"며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직접 소통하기 위해 호남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일에도 김씨는 전남 나주에서 열리는 남평 문씨 시제에 참석한 뒤 '호남 사랑'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의 첫 격전지이자 승부처인 호남 경선 결과는 오는 27일 발표된다. 호남지역 경선은 이번 당내 경선의 판세를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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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자 기사인데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