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니가 붙힌 리플을 봤다. 돈이 없어 좋아하는 여자의 고백을 차마 거절했다는 글이었는데 너는 놀랍게도 여자를 잡으라고 리플을 붙혔더구나.
신기하다.
지금은 너와 내가 몇년은 연락이 안되있는 상황이지만 나는 그때 내가 알던 너라면 그의 입장을 이해하는 쪽일줄 알았는데. 사랑에 냉소적이던게 그때의 너였는데.
예전에 니가 내게 사랑같은건 안믿는다고 했었지. 그럼에도 내앞에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울던 날이 있던걸 나는 아직 기억한다. 비단 남녀사이의 사랑이 아닌 인간으로써 사람에게 받는 그 작은 애정을 너는 원했지.
그러나 애정결핍과 타인에 대한 불신이 겹쳐서 스스로 너마저도 혼란해하던 시기에 내가 너를 알게되서였는지 너는 결국 사람에게 냉소적이었고 끝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내가 보는 너는 사랑이 무척 고팟던 사람이었다.
그때 니가 하는 사랑이란 한명에 대한 열렬한 짝사랑도 아니였고 스쳐가는 이사람 저사람 떠보듯 좋아하면서 결국 사랑은 별거없는거라고 애써 내게 쿨 아닌 쿨한척을 했었지만 사실 너는 측은했다.
이제와서지만 미안하다. 건방지게 니가 원치않는 동정을 해서.
하지만 내가 잘나서 너를 그리 본게 아니라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 나는 너의 친구라서 그런 너를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그때 니가 사랑하고 사랑받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너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꺼라고 했었지. 나는 그렇지않다고 했지만 너의 뿌리깊은 불신이 못내 지켜보기 슬펏다.
그 몇년전 너와 내가 싸운 후에 니가 친구들에게 중간에 말을 옮긴거 얼마전에 들었다. 너는 내게 몇번이고 사과했지만 내가 받아주지않아서 힘들다며 걔가 원래 성격이 그렇잖아 라고 아이들에게 동정표 샀던것도 들어서 알고있다. 그 오해로 그 친구들과도 연락이 흐지부지되어 나는 너희에게서 동떨어졌지.
하지만 사실 너는 그 싸움 이후 내게 단 한번도 연락한적이 없었다는거. 결국 너 자신은 진실을 알겠지.
비록 내가 너의 그 거짓말을 알게된건 이렇게 한참이나 시간이 지나서지만 나름 그때 친구였던 나에게까지 그런 불신의 행동을 보인 너를 알고나서 사실 나는 네게 실망하진 않았다. 그저 그때도 니가 안쓰러웠고 그런 너의 인간불신을 언젠가는 스스로 이겨내길 바랐다.
작년엔가 우연히 니가 올린 사진을 보고 너의 닉네임을 알게됬다. 그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이었으니까. 이름이 아닌 닉네임으로 마주친 이곳의 너는 밝고 친절하고 재미있고 희망적인, 니가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하던 이상적인 너의 모습이었다. 인연이 끊긴 너이기에 애써 의식하진 않았고 나는 가끔 여기를 들렀는데 오늘 우연히 그 글에서 너를 마주쳤다. 너의 리플 리스트를 보니 애인이 생겼더구나. 꽤 오래된 그 애인은 나와 연락 없던 그때쯤 만나서 나는 오늘에야 알았다. 사랑하는 OO야,라는 너의 리플 내역을 보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축하한다. 예쁘게 잘 만나라.
니가 앞으로도 사람을 계속 믿고 누군가에게 상처받아도 이겨내면서 니가 주는 사랑만큼 또 사랑받는 삶을 살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