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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ldepixie
내 전학생 친구
난 아주 작은 규모의 사립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 졸업반인 지금, (원문에 과거형이지만 저자가 지금 졸업반을 다니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실수라고 생각하고 진행형으로 고쳐 번역합니다, 역자주) 우리 학년의 총 학생 수가 겨우 20명 남짓할 정도니까. 그 중 몇 명은 중학교부터 함께 다녔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매년 거의 같은 얼굴들만 보면서 지내고 있었지. 그러니 학기 중에 갑자기 전학생이 한 명 올 거라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얼마나 큰 뉴스였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 우리 중에 그 학교 선생으로 일하는 부모를 둔 학생이 어쩌다보니 그 전학생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었어. 전학생이 학기 중에 이 학교로 전학오는 이유가 바로 지금까지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거야.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갔지. 소문에 의하면 그 전학생은 몇번에 걸친 자살시도를 한 전력이 있고, 다른 학생들에게 너무 심하게 괴롭힘을 당해서 공립학교에 갈 수가 없으며, 정신병원에 입원 했던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더군. 우리는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전학생을 기다렸지. 전학생은 소문만큼이나 이상한 사람이었어. 그녀는 항상 상황에 맞지 않은 말을 불쑥 내뱉기 일쑤였어. 그녀는 전혀 말도 안되는 논리를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지. 예를 들어, 한번은 그녀가 수학 선생님의 말이 틀리다는 걸 증명하겠다며 칠판에 기묘한 도형을 휘갈겨놓고 “잘 보세요, 이해하시겠어요?!” 라면서 덤벼든 적도 있었어.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신비감이 없어지니 반 전체가 그녀를 완전히 공기취급하게 됐어.
그녀의 생일이 다가오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제 생일 파티 초대장을 만들어 나눠줬어. 그녀는 롤러 스케이트장을 전세내고 모든 학생들을 파티에 초대했어. 그녀의 엄마가 직접 학교로 컵케익을 구워왔고Tricia (전학생 이름입니다, 역자주)는 자습시간에 초대장을 직접 애들에게 나눠줬지. 집에 가는 길에 보니, 다른 애들이 전부 받은 초대장을 쓰레기통에 버렸더라구. 나도 내가 받은 초대장을 버릴까 했지만,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어. 초대장 하나하나 세심하게 그려진 아름다운 장식에 들어갔을 정성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 거 같더라구. 난 내가 받은 초대장을 버리지 못했어. 생일 파티에도 가기로 결정했지. 내가 Tricia의 생일 파티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된 친구들이 날 놀렸지만, 난 다른 여자애 두 명을 더 꼬시고 협박해서 데리고 함께 생일파티에 갔어. 파티장에 도착하니 우리를 본 Tricia의 엄마가 울기 시작하더라. 그녀는 너무나도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주셨어. Tricia도 들떠서 엄청난 속도로 정신 없이 우리와 떠들기 시작했지. 분명 과거에 Tricia가 생일 파티를 열었을 때 아무도 오지 않았을거야. 그런데 이번엔 세 명이나 나타나다니 엄청난 경사였겠지. 파티에 온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가방에는 화장품과 미용관련 물건이 가득 차 있었어. 거대한 생일 케익을 포함해 파티 음식도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냉장고에는 음료가 종류 별로 가득했지. 이렇게 완벽하게 세팅된 생일 파티에 온 사람이 달랑 우리 셋뿐 이라는 게 뭔가 이상해보일 정도였지. 그래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 Tricia가 같이 간 친구들 중 한 명을 계속 쓰다듬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 친구는 수웨이드 재질의 자켓을 입고 갔는데, Tricia가 그녀를 계속 쓰다듬으면서 “부드럽다, 너 부드럽구나”고 반복해서 말했어. 결국 같이 간 두 친구는 금방 집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끝까지 파티에 남아있었어. 나는 Tricia가 무슨 이상한 말을 하던지 재밌다는 듯 들어주는 척 했고, 같이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어. 파티가 끝날 때 쯤, Tricia의 엄마는 나를 있는 힘껏 끌어안고 몇번이고 고맙다고 이야기 했어. Tricia가 살아온 평생 가족을 제외하고는 나처럼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하시더라. 그 무엇보다 Tricia의 어머니가 흘리시던 눈물이 날 감동시켰지.
난 그 후로 자주 Tricia의 가족의 초대를 받게됐어. 그 내용이 같이 피자를 먹자거나 그녀의 가족과 함께 동물원에 놀러가자는 시시한 것이라 하더라도, 내게 주어진 초대장 만큼은 언제나 고급 편지지에 정중한 초대 문구가 손으로 정성스럽게 쓰여져 있었지. Tricia의 어머니는 언제나 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그녀의 사정이 허락하는 것 그 이상으로 좋은 것들을 준비해주느라 정신이 없으셨어. 믿기 힘들겠지만, 난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난 그냥 가고 싶은 곳이나 보고 싶은 영화에 대해서 언급만 하면, 어김없이 Tricia 가족의 초대를 받곤 했지. 난 마치 놀이를 하듯, Tricia의 말을 전부 믿어주는 척하기 시작했어. 우리는 괴물, 물리학, 철학 등 수 많은 주제에 대해서 매우 심각한 토론을 하곤 했지만, 그건 전부 상식을 벗어난 Tricia의 시점에 근거한 이야기들이었고, 정상적인 논리와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어. 그래도 재미있긴 했어. 하지만 내가 Tricia의 초대에 언제나 응했던 것은 무엇보다 Tricia의 어머니 때문이었어. 어머니는 딸이 드디어 친구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기뻐하겼거든. Tricia와 어울리는 건 언급했듯이 이상하게도 재미있는 구석이 있었지만, 우리 둘 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어. 난 Tricia가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해서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때마다 그녀를 데려갔고, 그녀가 멋대로 헤매고 돌아다닐 때 마다 그녀를 쫓아다녔어. 그녀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할 때마다 난 그녀를 보호해주기 바빴지. 다른 애들은 대체 내가 왜 그녀와 같이 어울리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지.
그녀의 상태는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어. 그녀는 “나쁜 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 “내 안의 악마를 몰아내야 한다”며 자해를 하곤 했어. 한동안 나는 그녀를 열심히 보호했지만, 친구들의 놀림은 점점 그 수위를 더해갔어. 결국 내가 아파서 학교를 하루 쉰 날, 애들은 Tricia를 데리고 진실 게임 (Truth or Dare)를 하자고 꼬셔내서는 그녀에게 벌칙으로 옷을 다 벗고 교실에 들어가라고 했어. 그녀는 친구들이 자기를 놀리고 있다는걸 이해하지 못하고 시키는대로 했고, 그때부터 상황은 완전히 통제불능이 되어버렸지. 엉뚱한 구석이 있던 그녀의 말은 그 때를 기점으로 공포스럽게 변해갔어. 그녀는 자기 안에 있는 악마가 자기를 괴롭힌 애들에 대한 피의 복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자기가 그 악마를 달래기엔 피가 모자라다고 했어. 착해빠진 그녀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기를 괴롭혔던 그 못된 놈들을 걱정하고 있었던거야. 그녀는 자기 피가 다 떨어지면, 그 악마가 친구들을 해치게 될 거라며 걱정했어.
그녀는 학교도 빠지기 시작했어. 그녀는 더이상 나도 초대하지 않기 시작했지. 우연히 본 Tricia는 창백한 낯에 눈 주변에 진한 다크서클을 하고 있었어. 그녀의 집에 전화해도 Tricia의 어머니는Tricia가 통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전해줄 뿐이었어. Tricia가 말해준 유일한 이유는 “미안, ‘그 것’이 내가 너하고 이야기하는걸 싫어해”였어. 그녀가 학교를 연달아 3일 빠진 어느 날, Tricia의 어머니가 하교시간에 맞춰 날 만나러 학교 주차장에 와 있었어. 난 어머니에게서 Tricia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지. 바로 그녀가 자살했다는 소식이었어. 그녀는 자기 침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있었는데, 그녀의 온 몸엔 칼로 벤 상처로 가득했대. 유서에는 “전 친구들을 구해야해요. 용서해주세요” 라고만 써있었어.
Tricia의 어머니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 소식을 전해듣기 전에 자신에게서 들었으면 해서 직접 전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난 그녀가 날 찾아온 이유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 난 Tricia의 어머니를 끌어안고 몇 번이고 말해줬어, “어머니 탓이 아니에요”라고.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통곡했어. Tricia의 장례식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나와 그녀의 부모만 참석했어. 다른 학생들도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척, 삼삼오오 모여서 울거나 점심시간에 Tricia를 기리며 슬픈 노래를 틀거나 하긴 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녀의 장례식에 오지는 않았어. 난 거의 매주 Tricia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잘 지내시는지 확인하곤 했어. 그녀는 항상 내가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지 물어봤고, 마치 자기 일처럼 나의 기쁜 일과 슬픈 일에 공감해줬어. 끝내, 그녀는 더이상 자기 딸이 목숨을 끊은 집에서 살 수가 없다고 하면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됐지. 그 뒤로 Tricia 어머니와는 연락이 끊어졌어.
저번 달, 그 뒤로 처음으로Tricia의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어. 그녀가 이사간다고 했던 Texas 주에서 나에게 소포가 하나 와있더라고. 소포에는 이런 내용의 편지가 붙어있었어: “너에게 이걸 보내는게Tricia의 마지막 부탁이긴 했지만, 이렇게 하는게 잘 하는 짓인지 난 도저히 모르겠구나. 만약 네가 이 상자를 열고 싶지 않다면, 그냥 열지 말거라. 안에는 Tricia의 일기장이 들어있단다. 내 딸이 죽기 전날에 나한테 부탁하길, 네 친구 중에 누가 죽게 된다면 자기 일기장을 너한테 전해달라고 했거든. 그땐 그 애가 항상 하는 이상한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얼마전에 지인으로부터 Jill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그 애와의 약속이 생각나서 이렇게 너에게 보낸다.”
편지를 읽어보고 일단 난 깜짝 놀랐어. 우선, 지금은 벌써 여름방학 중이고, 난 Jill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거든. Tricia가 죽었을 때 쯤 해서 나도 친하게 지내던 애들과 멀어지게 됐어. 왜인지 몰라도, 더 이상 그 애들이 친구처럼 느껴지지 않았거든. 난 겨우 친구라고 부를 만한 애를 한 명 기억해내고 그 애에게 전화를 걸어 Jill이 정말 죽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 그녀는 학교 친구들과 절벽에 다이빙을 하러 갔다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커다란 암초로 다이빙을 했다나봐. 친구들 말에 의하면 그녀의 머리가 달걀처럼 깨졌고 그녀의 시체 주변이 피로 새빨갛게 물들었대. 우리는 Jill에 대한 추억 이야기를 잠시 공유하고 전화를 끊었어.
난 소포로 온 상자를 꺼내 내 무릎위에 올려놨어. 솔직히 난 이 상자를 열고 싶지 않았어. 뭔지 모르게 소름이 끼치는 이상한 직감이 있었거든. Tricia가 죽기 직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냐고? 그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내 친구였어. 우리끼리 작은 소리로 몰래 나누던 이야기들,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내게 필사적으로 해주던 ‘그 것’에 대한 이야기들, 내 걱정을 해주던 내 친구, 아무도 도와주지 못했던 내 친구. 난 몸서리를 치며 그 상자를 침대 밑으로 쑤셔넣었어. 아니, 난 그 상자를 열고 싶지 않아.
드디어 고등학교 생활의 마지막 학년이 시작되었어. 그런데 왜인지 난 전혀 신나지가 않았어. 보통 인생에서 제일 빛나는 기간이라고들 하잖아, 그렇지? (고3이? 신기하네… 역자주) 사실 어제 밤에 Brett이 갑자기 죽어버렸어. 학교에는 Brett이 어제 밤 학교 뒤 숲 속에서 살해당했다는 소문으로 시끌시끌해. 어른들은 아무도 우리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문은 점점 더 확대 재생산되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야.
내 머리속은 소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어. 지금 일어나는 일이 모두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가도 이내 생각이 흩어져버리길 반복하고 있어.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던, 이제 주변에서 ‘그 것’의 존재를 확실히 느끼고 있다는 점이야.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난 침대 밑에 ‘그 것’이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있어. 내 악몽 속에는Tricia가 계속 나와. 꿈 속에서, Tricia는 걱정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무슨 말을 빠르게 하지만, 난 그녀가 하는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여러분, 난 이 상자를 열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머리 속에서 뒤집히고 있어. 그녀가 나에게 전해야 할 말이라는게 뭘까? 그게 뭔지 한번 알고 나면, 난 모르던 때로 두 번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게 아닐까?
내가 상자를 열어보기로 결정하게 되면 여러분들에게 알려줄께.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배댓: Open it. She may be trying to protect you. 열어봐. 그녀가 널 보호하려고 그런 걸 수도 있어.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3p2df2/the_new_gir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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