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형상을 한 혼혈 천사와 혼혈 악마가 존재하는 세상.
태어날 때부터 그들을 구분하는 능력을 타고난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은 자신의 능력을 저주하며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 후 다시 살아난 그는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상에 존재하는 악을 지옥으로 돌려보내기에 나선다. 그래야만 지옥으로 가게 되어 있는 자신의 운명이 뒤바뀌어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악과 싸우지만, 그에게 성스러운 사명감 따윈 없다. 그가 원하는 건 오직, 자신의 구원뿐이다.
술, 담배에 쩔어 살면서 계속되는 전투에 지쳐만 가던 콘스탄틴. 그런 그에게 어느 날, L.A 강력계 소속의 여형사 안젤라(레이첼 와이즈)가 찾아와 쌍둥이 동생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거대한 어둠의 힘 속으로 빨려 들게 되는 데….
콘스탄틴은 악마와의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 그것만이 그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다. 그리고 확실한 건 이 지상에 선악의 균형이 깨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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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프리스트, 반 헬싱, 블레이드, 황혼에서 새벽까지, 월야환담
그 스스로 어둠을 등에 업고 초 현실적인 악의 존재들과의 싸움을 계속하는 다크 히어로들의 이야기만큼 흥미진진한 것도 없다.
우리는.. 어째서 그들의 이야기에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그들은 기묘한 세계와 우리의 일상에 반 쯤 걸쳐진 채 한 눈으로는 자신의 업보와 절망을 바라보고 한 눈으로는 악의 세력의 응징에 대한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을 좇는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그들이 가진 삶의 형태가 주는 비장함, 신화속 대적자들의 매력, 공포와 악이 풍기는 지독히 위험한 매혹..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지난 여름을 달구었던 반 헬싱이 유럽 전역을 무대로 보편적 설화의 캐릭터들을 내세운 즐거움으로 우리에게 어필한 반면
콘스탄틴은 부패와 향락으로 찌든 도시에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지옥이기도 하며 천국이기도 하다는 신선한 세계관으로 접근한 지독히 가톨릭 문화적인 영화다.
따라서 크리스챤이 아니라면 영화의 재미는 반은 접고 감상할 것을 각오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지독히 불친절한 이 영화의 상징성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아는대로 간략하게 이영화 콘스탄틴 이야기 하고 있는 부분을 좀 짚어보고 싶다.
첫째, 존 콘스탄틴을 보자. 존은 요한의 미국식 표기인데 아마도 영화에서는 세례자 요한을 뜻하는 것 처럼 보인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 살면서 하늘나라의 도래와 회개를 위해 고독히 살다 인생을 마감한 그리스도의 선구자이다. 영화에서 역시 존 콘스탄틴의 삶에 왜곡되어 있긴 하지만 세례자 요한의 삶을 투영시키기란 그리 어렵지 않고, 세례의식을 떠올리는 상황들도 많이 연출된다.
콘스탄틴은 동로마 제국 콘스탄티노플을 의미하는데 거룩한 종교의 중심지였으며 향락의 도시였고, 아랍권과 유럽권의 수대의 걸친 전쟁터이자 문화의 교류점이기도 했다. 콘스탄틴 역시 천국과 지옥, 천사와 악마 간의 전쟁 사이에 유린당하는 슬픈 영혼으로 표현되고 있다.
둘째, 가브리엘과 루시퍼를 보자. 영화는 가브리엘 역에 여배우를 선택하는 멋진 센스를 구사하는데, 천사가 주는 중성적 느낌과 곱슬 금발과 흰 옷이 주는 특유의 이미지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물론 영화 중간에는 동양인 천사도 등장시키면서 인종적 편견에서 기인했음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에서 가브리엘을 만난 사람은 그에 대해 안좋은 편견을 갖을 수도 있을 것이다. 콘스탄틴의 "네가 배신자구나" 하는 대사를 통해서나 영화의 상황을 통해서나.
그러나 성서에서 나타나는 가브리엘이 어떤 천사인지를 살펴보면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하느님의 메신져 역할을 하는 천사로 대천사로 추앙받고 있기는 하나 세라핌이나 케루빔같은 고위 천사는 아니다. 또한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 탄생을 예고하기도 하고 세자 요한의 탄생의 순간, 성자 탄생을 목동들에게 알리는 순간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요한의 아버지를 벙어리로 만들어 버리는 등 천사 치고는 (인간의 입장에서) 오만함도 어느정도 느껴지곤 한다. 영화에서도 그의 표현은 때로 과격하고 비인간적이며 때론 일개 하수인..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성서에서 이름이 거명되는 천사는 셋인데, 가브리엘, 라파엘, 미카엘이 그들이다. 가브리엘은 냉정한 메신저이고 , 라파엘은 인간적이고 온화한 퇴마사이며, 미카엘은 군인의 이미지로 하늘나라 군대를 이끌어 악마 군단을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렸던 가브리엘이 영화에서 적그리스도의 탄생에 개입한다는 해석은 과히 그 센스가 놀랍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루시퍼를 보자. 루시퍼는 빛과 광명이란 뜻으로 하느님에 버금가는 천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신의 섭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유의지로 그를 거슬러 악마들을 데리고 지옥에 내려가 그 대장이 되었다. 조로 아스터교와 영지주의의 영향으로 종종 신의 적대자로 묘사되곤 하지만 그 역시 결국 신의 섭리하에 놓여있다. 다만 지옥에서 신을 원망하며 그 무리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에서 가브리엘이 루시퍼에게 힘 한번 못써보고 당하는 것도, 그가 빛과같은 흰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도, 신의 섭리에 결국 한 몫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제 아무리 악마의 수장이지만 결국 하느님의 섭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셋째, 영화에서 등장하는 악마들의 모습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리스도교가 역사 속에서 그 영향권을 넓혀가면서 이교도의 신들이 악마의 하수인으로 전락당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아랍권의 바알이나 베엘제불과 같은 신들이 그 예인데, 그중 베엘제불은 파리대왕이라고도 불리며 부패와 질병의 악마이기도 하다. 영화 중에 벌레 악마들이 우글우글한 장면들이 있는데 이것은 단순한 마귀들이 아닌 고급 악마들이 본격적으로 사건에 개입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하급 악마들의 모습은 좀 더 인상적인데, 영화에서 그들은 머리 윗부분, 즉 뇌가 없는 모양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것은 그들에게 자유의지가 없음을 뜻한다.
인간이 생전에 선행을 행하여 덕을 쌓을수도, 악행으로 죄를 지을 수도 있는 것은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옥에 있는 영혼은 육체는 없고 혼만 있기 때문에 자유의지, 즉 선의지나 반성의 의지는 있어도 덕행을 쌓을 수는 없다. 따라서 현세의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덕행을 대신 쌓아주어야 한다. 이것을 산자와 죽은자의 통교라고 하는데, 천국에 있는 성인들이 우리들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해주는 것 역시 가능하고 이것을 성인들의 통공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지옥의 악귀들은 육체는 있으나 자유의지가 없기에 그들은 고통받기만 할 뿐 더이상 덕행을 쌓을 수가 없다. 은총은 상호적인 것이어서 자신이 받아들이고자 하지 않으면 아무리 큰 은총도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성서에서 예수님도 '주님의 은총으로 구원받았다' 고 한 것이 아니라 '네 믿음이 널 살렸다' 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은 많지만 악귀들의 비주얼을 통해 이러한 점까지 표현하고 있다는 점은 이 영화가 보통이 아님을 다시금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범하고 있는 자기모순 같은 점에 대해서이다.
영화는 확실히 '자살하는 넘은 지옥에 간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결과적으로는 두번씩이나 자살한 콘스탄틴도, 자살로 인해 지옥에 떨어진 이자벨도 천국으로 간다. 게다가 천사가 악마와 짜고 사탄의 아들을 세상에 불러들는가 하면, 십수년간 악마를 퇴치해온 퇴마사에게는 거의 저주급으로 지옥행을 선고하기 일쑤이다.
이 모든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하느님은 기묘한 방법으로 세상을 구원으로 인도하신다" 라는 것이다.
하긴 신은 이미 자기 자신을 혹은 신과 다름없는 자신의 아들을 세상에 내려보내 사람들에게 조롱받고 저주받게 하고 죽이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과 악마마저 구원사업은 실패라고 규정한 그 순간 모든 것이 완성되기에 이른다.
결국 마지막에는 배신자와 같았던 가브리엘도, 콘스탄틴의 영혼을 갈구하던 루시퍼도, 얼굴한번 못내밀어본 악마의 아들 적그리스도 역시 존 콘스탄틴 이라는 인물과 그 주변 사람들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섭리의 소도구로 작용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따라서 미친놈처럼 가브리엘이 지껄인 '콘스탄틴, 너 사람됐구나!!" 하는 외침은 그것이 변모된 사람의 영혼을 바라보며 순수하게 기뻐하는 천사의 본성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가브리엘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종교에서의 죽음은 인간의 종말이 아니기에 죽음=악 의 공식을 섯불리 성립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무고한 네 영혼의 죽음 -이자벨, 알콜중독 신부(아이덴티티에서의 놀라운 정신분열 연기!!!), 콘스탄틴의 제자, 인쇄소에서 일하던 친구- 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신부의 임종엔 천사가 지켜주었으며, 이자벨은 결국 천국으로 갔고, 콘스탄틴의 귀여운 조수는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쿨한 천사로 변신해 있다. (친구도 아마 좋은 곳으로 갔지 않을까) 이것은 가톨릭 문화의 특징중 하나인 순교정신의 독특한 표현이라고 본다.
루시퍼에게 엿을 날리던 특이한 카리스마의 콘스탄틴의 모험이 계속되길 바라는 나의 바램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누가 이 영화를 보고 두시간짜리 자살방지 겸 금연 영화라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 뭐라고 반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여러 모로 좋은 영화 아닌가.
요약.
1. 담배 많이 피지 마라
2. 자살하지 마라
3. 루시퍼 존내 쎄다
4. 가브리엘 안나쁜놈
5. 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신의 손바닥 안.
6. 태클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