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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7060
    작성자 : 히헤헼
    추천 : 28
    조회수 : 9059
    IP : 218.146.***.226
    댓글 : 37개
    등록시간 : 2016/04/03 20:27:54
    http://todayhumor.com/?panic_87060 모바일
    어제 집에 누가 들어 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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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도.png
    구조도.png

    안녕하세요

    정확히는 오늘 새벽에 겪었던 일인데

    저희 가족한테는 좀 오싹하고 무서워서 오유에도 적어봐요ㅎㅎㅠㅠ


    이제 중간고사가 20일도 안남아서 요새는 늦게 자는 편이에요.

    그래도 잠을 잘 못 참는 편이라 기껏해야 새벽 2시까지가 한계인데,

    어제는 그냥 열두시 조금 넘어서 자버렸습니다ㅋㅋ

    근데 잠귀는 또 밝아서, 어지간히 피곤하지 않은 이상은 작은 소리나 자극에도 금방 깨거든요.

    한참 자다가 뭐가 희미하게 '챙그랑'하는 소리 때문에 깼어요.

    눈을 뜬 순간 갑자기 그냥 잠이 확 달아나 버려서 머리맡에 뒀던 핸드폰으로 트위터 확인하고 카톡확인하고 다시 폰을 껐어요.

    근데 저희 집 거실 바닥엔 그 뭐라 해야하지,

    푹신푹신한 매트? 라고 해야하나.. 쨌든 오래된 집이라 거실 쪽엔 아예 난방도 안되고 겨울엔 완전 냉골이라 테이프로 그 매트를 이어 붙여 놨거든요.

    그런 매트는 맨발로 밟으면 쩍쩍 달라 붙기도 하고 사부작 거리는 소리도 많이 나요.

    근데 진짜 누가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서 그 매트 위를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진짜 안봐도 조심조심 걷고 있구나 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전 그 소리 듣자마자 엄마라고 단정지어버렸어요.

    이건 좀 가족사이긴 한데..

    저희 엄마가 약간 알콜 의존증이 있어요. 그냥 누가 안말리면 습관적으로 마시고, 술 안마시면 잠도 못자고..

    최근 1~2년 사이에 그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해져서 아빠랑 저희랑 많이 싸웠거든요.

    안 마시겠다, 치료 받겠다 해놓고 또 술마시는 일이 되풀이 되고 누구 말도 안들으려고 해서..

    근데 몇 주 전에 저랑 대판 싸우고 지금까지는 조금 호전된 편인데

    밤에 살금살금 부엌쪽으로 걸어가는 소리를 듣자마자 '아, 엄마 또 몰래 술마시러 가는구나'라고 생각해 버렸죠.

    여태까지 그런 일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 생각들자마자 갑자기 화가 나면서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일단 현장을(?) 바로 덮치진 않고 침대에서 내려가서 문을 살짝 열어봤어요.

    저희 집은 가로등 빛도 안들어오고 커튼을 쳐 놓으면 완전 암흑 그 자체예요.

    그래도 부엌쪽 창문으론 가로등빛이 아주 희미하게 들어오긴 하는데, 그래봤자 부엌에 있는 집기들을 대충 분간 할 수 있는 정도? 밖엔 안되거든요.

    근데 부엌쪽에서 소주병 열 때의 '드르륵 딱'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저 진짜ㅋㅋㅋ 이런 쪽으로 청각이 너무 곤두서서...ㅠㅠ 엄마 밉다...

    쨌든, 그 소리 듣고 진짜 엄마가 또 술마시는 구나 라고 확신을 했죠.

    그 순간 그냥 문을 열고 저도 발소리 죽여서 부엌으로 걸어 갔어요. 제가 괜히 큰 소리 내서 아빠 깨우면 야밤에 또 언성 높이는 일 생길까봐..

    부엌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긴 한데 그냥 열어두는 편이라 문틀에 서서 냉장고 쪽을 봤죠.

    근데 냉장고 앞엔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뭐지? 하면서 찬찬히 보니까 싱크대 수납장 앞에 누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윤곽이 보였어요.

    몸집이 자그마하고 딱 모양이 술꺼내서 마시려는 폼새길래 엄마라고 확신했죠.

    근데 그쪽도 제가 온 소릴 들었으니까 아무 소리도 안 내고 그 자세 그대로 굳어 있더라고요.

    전 일단 '하아..'하고 작게 한숨을 쉬었어요. 그리고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작게 '엄마 뭐해요?'라고 했죠.

    엄마가 꼼짝도 안해요. 그래서 제가 바로 옆에 까지 걸어갔어요. 제가 빛을 등지니까 더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그냥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서 대충 보이긴 하니까 굳이 불은 안켰어요. 아빠랑 동생 깨우고 싶지도 않았고..

    근데 가까이 다가간 순간 뭐라고 해야하지..

    비린내 라고 해야하나.. 쨌든 그런 냄새가 확 맡아지면서 괜히 어깨가 서늘해지는거예요.

    그래도 그때까진 그 사람이 엄만줄 알았어요. 대답이 없으니까 그냥 다짜고짜 화부터 냈죠.

    '또 시작이에요? 술은 언제 또 사왔어요?'

    그제야 꼼짝도 안하던 그 사람이 머리를 살짝 드는데,

    저는 그때서야 뭐가 이상하다는걸 깨달았어요. 진짜, 진짜로 어렴풋하긴 했는데, 긴 머리카락이 그 사람 등을 타고 스르륵 넘어가는게 보이더라고요.

    저희 엄마는 단발이거든요.

    저희 집에 머리 긴 사람은 동생이랑 저밖에 없어요. 순간 팔을 물론이고 볼 까지 소름이 확 돋아서ㄷㄷ..

    불켤 생각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뚫어져라 내려다 보다가 뒷걸음질 쳐서 거실까지 나왔어요.

    진짜 안방까지 가는 순간에도 그 사람이 부엌에서 뛰쳐나오면 어쩌나 엄청 벌벌 떨었어요. 그리고 안방에 갔죠.

    엄마랑 아빠랑 동생은 전부 안방에서 같이 자거든요.

    원래 문을 안닫고 자는 편인데 그날따라 안방 문이 닫혀 있길래 벌컥 열고 들어갔어요.

    근데 그때 정말ㅋㅋㅋ 세 사람은 맨 바닥에서 자는데 한 눈에 봐도 세명이 다 누워 있는 거예요. 아빠는 벽쪽에 붙어 자고 있고 동생은 가운데서 자고 있고, 그리고 반듯하게 누워서 자고 있는 엄마까지..

    몸이 어는 것 같았어요. 바로 아빠랑 동생 사이에 뛰어들듯이 비집고 들어가서 누워버렸죠. 저도 참 대책없이ㅋㅋㅋㅋ

    제가 아빠 등을 건드려서 아빠가 깼어요. 절 보더니 뭐하냐고 묻는데ㅠㅠㅠ 진짜 작은 소리로 '아빠 누가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것 밖엔 못했어요. 고개를 들어서 문쪽을 보니까 제가 들어올때 안방문을 닫지도 않았더라고요ㅠㅠ..

    그 말에 아빠가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가봤어요. 말렸는데 그냥 나가시더라고요. 일단 아빠가 거실 불을 켜고 부엌쪽으로 갈때까지 얼어붙어서 전 누워 있었어요. 조금 지나니까 부엌불도 켰는데, 그때 아빠가 '**(제 이름)엄마. **엄마'하고 심각한 목소리로 엄마를 깨우더라고요.

    엄마가 힘겹게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봤어요. 저도 그제야 부엌에 가봤어요.

    아 근데..진짜 흔적이 고스란히 있더라고요.

    부엌 수납장 문은 열려 있는데, 그 앞에 온갖 양념통이 꺼내져 있었어요. 고추장 통이며, 간장 통이며.. 그중에 몇개는 뚜껑이 열려 있었어요.

    제가 들은건 아마 참기름병 뚜껑을 열때 난 소리 같았어요. 소주병이랑 비슷하게 생겼잖아요..

    그리고 부엌엔 보일러실 문이 있는데, 보일러실 안에 또 바로 뒷문이 있거든요.

    보일러실 문은 닫혀 있고 뒷문은 열려 있었어요. 사람은 없고요..

    진짜 오밤중에 난리가 났죠. 저보고 그 사람이 누구였냐고 묻길래 여자인것 같다고 말했어요. 저희 가족 전부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나 밖엘 나가봐야하나 고민하다가, 없어진 물건도 없고 해입은 사람도 없는데 신고해봤자일 것 같아서 신고는 일단 안하고

    혹시 열려 있는 문이나 창문 있는지 단속한 후에 일단은 다시 잤어요..

    사실 무서워서 저는 자지도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인집 할아버지 댁에 아빠가 올라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죠.

    어제 우리 집에 사람이 들어왔는데 댁은 별일 없으셨나고.. 그리고 뒷문들이 하나같이 부실하고 낡아서 잠금장치를 바꾸던가 문 자체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저희는 이 집에 2년전에 이사왔는데 집이 생긴지는 거의 30년이 다됐다고 하더라고요.

    쓸데없이 뒷문이 두개나 있고 전부 널빤지 처럼 부실하고 갈고리 처럼 생긴 낡은 걸쇠도 느슨해서 그냥 힘줘서 잡아당기니까 나사째 바닥에 떨어진것 같았어요. (제가 듣고 깼던 챙그랑 소리도 걸쇠가 타일위에 떨어진 소리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일단 아빠가 임시로 걸쇠를 다시 붙이긴 했는데, 불안해서 아까만 해도 보일러실 문이 잠겼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러 다닌 것 같네요ㅋㅋ 나중에 한 번 더 보러가야겠어요..ㅠㅠ 그동안 저희 가족이 이 낡은 집에 살면서 너무 방범에 무관심하지 않았나를 되돌아 보기도 했고..

    그나저나 그 사람이 어떻게 저희 집에 들어올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요.

    집주인 할아버지가 좀 유별난 분이시라 담벼락 전체를 둘러서 깨진 병같이 뾰족한걸 박아 두셨고, 쇠창살도 있는데..

    물론 빈틈을 노려서 들어왔을 수도 있겠죠..ㅠㅠ 또 기껏 들어와서는 뒤진 곳이 싱크대 수납장이었다는게..

    만약 그 사람이 나쁜맘 먹었음 거기 꽂혀 있던 칼로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는 거고, 애초에 제가 깨어나서 상황을 미리 알지 않았더라면 무슨일이 더 생겼을지 상상만 해도 소름끼쳐요ㅠㅠ

    제가 '숨바꼭질' 영화 본 다음에 한동안, 집 비워뒀다가 들어오면 누가 들어와서 숨어 있지 않은지 다 둘러보는게 일이었거든요ㅋㅋㅋ

    이것도 왠지 한동안 트라우마 될 것 같습니다..ㅠㅠ 다시는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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