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도해도 너무 한다
수수료와 예대마진에 수익구조 의존, 은행 정책 문제없나
미디어다음 / 심규진 기자
국내 은행들의 수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우리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 투자와 적자 경영으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은행들이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한 것 만은 분명합니다.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04년 국대은행 당기순이익 현황’에 따르면 19개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 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조 1000억원이 늘었습니다.
은행들이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우선 대손충당금(대차대조표에 의해 자산으로 표기되는 어음 등 부실채권)을 크게 감소시키고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합리화를 이룬 은행 측의 노력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은행의 수익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높은 수수료와 예대마진에 의존해 손쉽게 수익을 올리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우리 시중 은행의 총 수익 가운데 이자수익은 81.8%(26조6000억원)로 미국(56.3%)이나 일본(74.0%)과 비교하면 큰 비중입니다. 은행 수수료는 지난 5년 새 35%가 올라 물가 상승률을 큰 폭으로 뛰어 넘습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은행의 수수료 원가 산정 방식이 들쭉날쭉할 뿐 아니라 최고 원가의 4.8배까지 수수료를 챙긴다고 합니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은행 측의 행태가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사람들은 요즘 은행에 가서 일 처리 하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입을 모읍니다. 다른 은행에 10만원을 송금하는데도 2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고, 은행 업무 시간이 지나면 거래 은행의 현금인출기에서도 600원 내외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이용고객들로부터 ‘악착같이’ 수수료를 거둬들인 덕분인지 19개 은행 수수료 수익은 3조7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8.8%가 증가했습니다.
예금 금리 인상은 거북이처럼 느린데 반해 대출금리 올리기는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2004년 12월 은행들의 예대마진율은 2.11%로 96년 0.42%보다 5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은행들은 IMF 당시 고금리 시대를 거치며 예대마진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시대(은행 이자로 인한 순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경우)’인 요즘에는 설득력이 없는 주장입니다.
수수료와 예대마진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은행들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에 대한 대출은 기피해 오히려 경기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카드 채 사태나 부동산 투기 사태 등에서 보듯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은 구축하지 않으면서 단기적 수익 확대에 치중한 경영 행태는 우리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뻔히 보면서도 수수방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책임도 큽니다. 9일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들이 불합리하게 부과하고 있는 수수료의 폐지와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나섰지만 “너무 뒤늦은 조치”라는 게 대부분 국민들의 생각입니다.
합리적인 신용평가를 통해 효율적이면서도 건전한 자금 중개 기능을 수행해야 할 은행. 하지만 우리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기능은 방치한 채 ‘수익성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손 쉬운 돈벌이에 골몰하는 형국입니다. 우리 시중은행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네티즌 여러분들의 따끔한 한 마디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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