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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869681
    작성자 : Gamper
    추천 : 11/5
    조회수 : 516
    IP : 222.112.***.162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5/05/25 17:12:46
    http://todayhumor.com/?freeboard_869681 모바일
    [다소 진지]김여사는 여혐단어가 맞습니다.txt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나오는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어렸을 적, 이 것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으로 해석했었는데 대학을 들어와서 보니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이 더 적절한 해석이었던 것을 알고는 씁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곰곰히 따져보면 '인민'이라는 단어는 참 좋은 단어입니다.
    '국민'이라는 단어가 '국가에 종속된 객체'라는 뉘앙스라면 '인민'은 '인간 그 자체의 개인'이라는 뉘앙스라고 할까..

    그런데 공산주의, 사회주의에서 '인민'을 강조하다보니 우리는 이 좋은 '인민'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국민'이 되어야 했죠.
    특히 군부독재 상황에서 '국민'은 '근로자'와 함께 우리의 존재를 강제로 규정당해버렸습니다.
    독재정권은 '너희들은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국민', '그저 열심히 일해야 하는 근로자'로 규정했죠.


    언어라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가졌습니다.
    '민주화'라는 단어는 참으로 소중한 단어인데 일베애들이 쓰기 시작하면서 커뮤니티에서 '민주화'라는 글자를 보게 되면 흠칫 흠칫 하게 됩니다. 언어는 곧 인간사회에서 서로 간의 의사전달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만큼 그 사람의 의식과 나아가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을 반영합니다. 고로 '민주화'라는 단어가 전혀 상반된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이 사회는 그만큼 이 사회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여사'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하던 무렵, 저도 그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때가 있었죠.
    적어도 그 당시의 '김여사'는 그냥 센스있는 드립 중의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단어가 점점 퍼지면서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김여사'가 '여성운전자'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던 순간부터죠.


    초보운전 스티커 문구 중에 기발했던 것이 '지금 밥하러 가는 중입니다.'라는 문구였습니다.
    이 문구가 왜 나왔는지는 다들 아시리라 봅니다.
    운전이 서툰 여성운전자에게 남성운전자들이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 여자가 무슨 운전을 한다고 ㅉㅉ'라며 시비를 거는 일이 빈번해서 나온거죠.


    '김여사'라는 단어는 놀랍게도 90년대 초반에 많이 볼 수 있었던 저 '남성운전자'들의 의식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아까 다른 글의 댓글에서 예를 들었었는데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라는 오래된 유머가 있죠. 남성이 사고를 내면 '교통사고'인데 여성이 사고를 내면 '여성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됩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다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남성중심적인 사회'라는 것을 드러내는 단면이죠. 

    위의 상황을 살짝 비틀어보죠. 
    30대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냅니다. 이 것은 그냥 '단순음주사고'입니다.
    사람들은 이 사고에 대해 '음주운전한 놈들은 다 때려죽여야 돼' 등 '음주운전' 자체에 집중을 합니다.
    그런데 미성년자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미성년자가 술을 먹은 것도 모자라 운전까지 해?'라며 '미성년자의 탈선행위'에 집중을 합니다. 이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미성년자'는 면허도 없을 것이고, 술도 마시면 안되니 '운전을 하면 안되는 사람이 운전을 했다. 게다가 음주이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미성년자에 대한 차별적 반응이라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김여사'는 어떻습니까?
    이 단어를 사용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의식 저변에 깊숙히 녹아들면 들수록 결국 '여성은 운전에 적합하지 않은 존재'로 규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성'이 운전을 해서는 안될 존재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은 없으시겠죠. 여러분들이 '김여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무개념한 여성' 그 자체일 뿐이니깐요. 근데 '김여사'는 그 '무개념한 여성'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여성운전자' 전체를 함유하게 되니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무개념 운전자 동영상만 보면 댓글에 '김여사'가 달립니다.
    이젠 운전자의 성별은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남성운전자가 낸 사고라 한들 '김여사'는 따라다닙니다.
    성별을 떠나 '무개념 운전자'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것은 점점 우리를 '여성들은 운전을 못한다'라는 고정관념을 만들어 주겠죠.
    아니, 이미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네들은 '패션고자', '인실X' 이런 단어 아무렇지 않게 쓰면서 '김여사'는 왜 여혐이라며 ㅂㄷㅂㄷ하는거지?"
    라고 말한다면 저는 비교대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할 것입니다.
    '패션고자', '인실X'과 같은 단어들은 예전, 남성들이 주도하던 온라인 문화에서 '남성'들이 본인들의 '유희'를 위해 탄생시킨 단어들입니다. 사실 그렇게 아름다운 단어는 아니기 때문에 지양하는 것이 맞죠. 하지만 정작 이 단어를 탄생시키고, 그리고 즐겨쓰는 '남성'들은 이 단어를 계속 향유하려 합니다. 이 단어로 인해 '성적모멸감'을 느낀다면 그 피해자일 '남성'이 정작 사용하길 원하는 단어라는 말이죠. 하지만 '김여사'는 그 반대로 '남성'들이 본인들이 아닌 '여성'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여기서 이 단어에 공격받는 대상인 '여성'들이 불편하게 느낀다면 안쓰는게 맞죠. 설령 그게 소수의 여성들이라 한들 그 개개인의 인격을 우리가 무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반대로 '패션고자'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한다면 사용을 자제하자고 우리 다같이 공론화 하는 것이 맞고요.

    새누리당이 잘 쓰는 정치술수가 있죠. 바로 전선을 흐릿하게 하는 것.
    그래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피아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과거 운동권을 대학사회에서 무너뜨리는데 아주 주요하게 만들었고, 진보진영이 주구장창 당하고 있는 전술 중의 하나죠.
    일베가 괜히 타사이트 가서 분탕질 하는게 아닙니다. 태생이 그런지라 그쪽 동네 선배들의 술수를 잘 배웠기 때문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여시대전'을 지켜보면서 이게 자꾸 '여시나 일베나 똑같다', '여혐'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며 과거 운동권들이 했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여시'는 '여시의 잘못된 행태'로 까야지 굳이 '일베'를 가져와서 같이 깔 필요는 없습니다. '여시'는 '여시의 잘못된 행태'로 까야지 굳이 '여초카페 ㅉㅉ'로 진행되서는 안됩니다. 그들이 '여성'들이라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인다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더더욱 위험한 생각이고요. 어디 오유는 여자가 없어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건가요? 그냥 '존스타운 집단 자살(학살)' 사건처럼 폐쇄적인 집단 속에서 간혹 드러나는 성별과 무관한 사회적 현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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