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려 줄 이야기는 나도 지인에게 건네 들은 이야기라, 흐름상 살이 좀 붙여질 수도 있어.
김군은 평소 나처럼 호러 미스테리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
공포영화 매니아였고 이런 쪽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처음엔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일반적인 공포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점점 더 그 수위가 올라가게 된 거지.
그러다, 새벽의 저주 같은 좀비영화도 보게 되고 고어쪽으로 빠지게 된 케이스야.
우리 때 한창 그런 이야기가 있었거든...
L모 놀이동산에 있는 기구 중에 밑으로 뚝 떨어지는 게 있는데 그걸 타다가 어떤 여학생의 머릿가죽이 벗겨졌다더라... 하는 등의 괴담이 떠돌아다녔는데, 김군도 그 이야기를 듣고 접해서는 안 되는 쪽도 보고 만 거야.
그게 바로 '스너프 필름' 이지.
스너프 필름이라는 게 무언의 목격자 같은 영화를 통해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있지만, 우리는 일부러 검색해서 찾아보고 하진 않자나.
근데 사람의 호기심이라는 게 어찌나 요망한 건지 보면 안 된다고 할수록 더 보고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인거지.
김군도 그런 케이스로 스너프 필름에 빠지게 되었고 시중에 유통되는 스너프필름은 거의 대부분이 가짜로 만들어진거고 개중에는 특별하게 진짜 스너프필름이 있긴 한데...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단 모습이 찍힌 사진이라던가, 홍수로 인해 물에 떠내려온 시체라던가... 그런 것들이 일부 불법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
암튼 김군은 그런 자료를 찾아봤고 보면 볼수록 심신이 피폐하게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며칠이 지나곤 그만두었다는데 그리고 나서 바로 그것을 접하게 된 거야.
평소와 다름없는 그 날 저녁.
잠들기 전까지 컴퓨터로 게임도 하고 연예면과 스포츠면의 기사도 읽고 그랬대.
그리고 나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시골에서 상경한 김군은 홀로 자취생활을 했고 방 하나 거실 하나 구조의 4층 빌라에서 살았는데.
방에는 옷이나 잡다한 것을 쌓아놓고 생활은 컴퓨터가 있는 거실에서 대부분을 해결했다고 해.
그렇게 잠자리에 든 김군이 밖에서 들려오는 번개 소리에 번뜩 잠에서 깼는데, 비가 어찌나 쏟아지는지 더위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빗물이 다 들이치고 있더래.
벌떡 일어나서 창문을 닫으려고 창가로 다가간 김군이 창문을 다 닫고 돌아서던 그 때에 마침 번개가 쾅하고 쳤는데 김군 눈에 뭔가가 보인거야.
김군의 창문에서 고개를 살짝만 돌리면 베란다의 통유리가 보이는데 미처 그쪽 문은 닫지 못했던 거야.
창문을 닫고 베란다 문도 닫으려고 했던 건데, 바로 그 베란다 문에 사람이 서 있었대.
비가 들이쳐오는데 그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의 형체 말이야.
김군은 그것과 정면으로 맞닥트리고 만 거지.
한참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자세 그대로 그것을 응시하는데, 왜 그런 거 있잖아?
사람의 형체이긴 한데, 온통 검은색으로 뒤덥혀서 얼굴은 물론 무엇을 입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가 없는 그런 모양새.
그렇게 한동안 바라보고 있던 김군이 도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리를 지르려고 했는데 그걸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대.
그것의 목이 점점 돌아가기 시작한 거야.
근데 이게 목이 꺾여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긴머리를 풀어헤친 그것의 머리가 다트판이 회전하듯이 위쪽으로 점점 올라가기 시작하더라는거야.
처음엔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형상이었는데 이게 점점 목의 위치가 바뀌면서 마치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형태로 점점 바뀌어간 거지.
그것이 이목구비가 있다면 눈이 아래로 내려오고 입이 위로 올라가는... 그런 형색이 되어버린 거야.
그 순간에도 그것의 몸에는 계속 빗줄기가 들이쳤고 김군의 베란다는 점점 물로 흥건해지기 시작했대.
김군은 마치 그 순간이 영원과 같았고, 그 모습 하나하나가 누군가가 영상에 슬로우를 건 것처럼 아주 느리게... 하지만 또렷하게 보였다고 해.
이미 김군의 사고는 공포로 마비가 되었고 그저 눈을 뜨고 그 상황을 직면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거야.
그리고 완벽하게 목이 돌아가서 입과 눈의 위치가 바뀐 그 때에 그 목이 열려진 김군의 베란다 창문 밖으로 쑥하고 나가더래.
목아래 신체 일부는 그대로 베란다 안에 서 있고 목만 둥실 떠서 밖으로 나간 거야.
공포심에 소변을 지릴 것 같던 김군이 놀란 눈으로 열린 베란다 창을 봤는데, 그것이 베란다 창 윗부분에 뒤집혀진 목을 매달고 김눈을 노려보고 있더래.
눈이 아래로 내려온 그 상태 그대로 얼굴을 반만 삐죽이 내밀고 김군을 찢어죽일 것처럼 내려다보고 있었다는거야.
김군은 그 순간 감당할수 없는 공포를 느꼈고 그대로 고꾸라져서 기절을 했어.
그렇게 기절을 한 김군은 다음 날 아침이 되서야 깨어날 수 있었어.
간밤에 일어난 일이 꿈을 꾼 건가 싶은 마음에 일어나자 마자 베란다 창문을 먼저 확인해 본 김군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어.
베란다 쪽은 들이친 빗물로 인해서 여기저기 물기가 가득했는데, 그나마 비가 새벽에 그쳐서인지 군데군데 말라가고 있었나 봐.
근데.. 김군이 목격한 그 돌아간 머리가 매달려있던 그 부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이 몇 방울 떨어져 있더라는 거야.
타다만 잿가루를 뿌려놓기라도 한 것 같은 그런 검은 물이 말이야.
놀란 김군은 빗물이 들어오면서 어딘가에 튀어 흙탕물이 된 거라고 애써 위로를 했는데, 김군도 알고 있었던 거지.
김군 베란다엔 흙탕물이 튈만한 어떤 것도 없다는 사실을..
그렇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학교로 향한 김군이 그날 오후까지 강의를 듣고 집으로 향하는데, 그 집으로 오는 길이 너무나도 싫었다는 거야.
장마철이라 비도 기분 나쁘게 추적추적 내리고..
어제 본 그것의 모습이 잊혀지기는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생생하게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터라 도저히 그 상태로는 집에 올 수가 없었던 거지.
고민을 하던 김군은 친구들한테 전화를 했고, 다행스럽게 친구 한 명이 시간이 되서 학교 근처에서 같이 술을 마시게 된 거야.
막걸리에 파전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는데, 연거푸 들이킨 막걸리에 김군이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어.
그리고 어제 있었던 믿지 못할 이야기를 친구에게 털어놓았지.
친구는 코웃음을 치면서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딨냐며 김군이 변태처럼 그런 자료들만 며칠동안 보니까 헛것을 본 거라고 비웃었어.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그런 자료를 찾아보게 된 경위가 L모 놀이기구에 머릿가죽이 벗겨진 여학생이었으니까...
친구가 그렇게 유추하는게 어찌보면 가장 이성적인 상황이었던 거지.
김군도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수긍이 가더래.
보지 말아야 할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 죄책감에 시달려서 환상을 본 거라고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는 거야.
그러고 나니까 겁을 집어먹었던 자신이 우스워보이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던 김군은 평소보다 더 오바해서 웃고 떠들고 주량도 넘어서게 술을 마시고 그랬다고 해.
알딸딸하게 취한 김군이 마을버스 막차를 타고 집앞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잠시 그쳤던 비가 또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더래.
정류장에서 김군 집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데 정류장이 있는 큰도로가를 벗어나서 10분정도만 좁은 주택가 골목을 지나면 바로 김군네집이 보이는 그런 위치였다고 해.
도로가를 무사히 걸어온 김군이 주택가 골목에 들어섰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데, 등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래..
친구와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어제 일을 곱씹었던 김군이 애써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뒤를 돌아봤는데 김군과 열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어떤 사람이 우산을 쓰고 있더래.
일단 사람의 형상을 확인한 김군은 자기가 너무 오바한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더래.
세상에 귀신 같은 게 어디 있다고...
이만한 일에 쫄아서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던 거지.
그렇게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등 뒤에서 계속 김군과 같은 방향으로 인기척이 들리더래.
김군이 일부러 발걸음을 늦춰봤는데도 김군을 스쳐지나가지 않고 계속 그렇게 그 인기척이 김군 뒤를 쫓아오더라는 거야.
말로만 듣던 퍽치기인가 싶었던 김군이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뒤를 돌아보니까, 우산을 쓴 그 사람도 김군과 마찬가지로 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 있더라는 거야..
형체를 확인하려고 눈을 찡그리고 봤는데, 바로 옆에 큰 고목나무가 있어서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 해.
기분이 이상해진 김군이 서둘러 고개를 돌리고 집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순간 김군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주저앉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대.
그리고 그 자리에 못박힌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는데, 그 순간에도 빌어먹을 호기심이 발동한 거야.
소름이 돋고 무서운 상황의 원인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어진 거야.
그래서 고개를 조금씩 돌려서 봤는데 그 우산을 쓴 사람이 가로등불 바로 아래 서서 김군을 바라보고 있더래.
김군은 자기가 느낀 공포의 실체를 확인할 수가 있었어.
그건..
우산을 쓴 사람이 아니고..
긴머리를 마치 우산처럼 부풀려서 펼치고 머리에 비해 말도 안 되게 가느다란 목을 지닌 여자의 모습이었던 거야.
김군이 이상함을 느꼈던 게 우산을 쓴 자신의 모습을 보니까, 한 손은 우산 손잡이를 잡고 한 손만 내려져 있었더라는 거지.
근데 뒤돌아서 확인한 그 사람의 모습은 분명 두 손 모두 바닥을 향해 내려져 있던 모습이었다는 거야.
우산을 쓰고 두 손을 모두 내릴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었으니 김군이 다시 뒤돌아 볼 수밖에 없었던 거지.
또 다시 좌절할 것 같은 공포심에 사로잡힌 김군이 한참동안 그 여자를 바라보는, 기가막히게 또 다시 그 여자의 목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는 거야.
친구와 먹은 막걸리로 인해 방광이 터질 것처럼 팽장된 상태였던 김군은 그 공포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소변을 보고야 말았대.
그리고 목이 돌아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 때...
다행히도 김군의 휴대폰이 울린 거야.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술자리에서 불안해 보이던 김군이 걱정돼서 전화를 한 거지.
그 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린 김군이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굳어져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겨우겨우 풀고 미친 듯이 집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대.
뒤를 돌아보면 그것이 바로 뒤에 붙어서 김군을 따라올것만 같은 생각에 빗속에 우산도 내팽게치고 뒤도 안돌아보고 정신없이 집으로 달리기만 했대.
그리고 빌라 입구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더래.
어둑어둑한 주택가 골목에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평소 김군이 보던 풍경 그대로였고 아까 봤던 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는 거야.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김군의 시선이 어느 한곳에 고정되었는데, 그건 바로 50미터 정도 뒤에 있는 한 전봇대였어.
전봇대 위에 가로등이 있어서 어두운 골목안에서도 그 전봇대는 유독 잘 보였는데, 일직선으로 곧게 서 있는 전봇대의 아랫부분이 휘어져 보이더라는 거야.
김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는데,
마치 그림자만 있는 누군가가 거기 서 있는 것처럼 그 부분만 음영이 달라 보이더라는 거지..
근데 그 때 그 평평했던 전봇대의 그늘진 곳이 불쑥하고 튀어나오더래.
마치 납작한 벽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말이야.
소스라치게 놀란 김군이 집으로 도망을 치는데, 튀어나온 그것이 김군을 향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달려오더라는 거야.
빌라 현관부터 4층 김군의 집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뛰어올라온 김군이 가까스로 집문을 닫고 걸쇠를 걸었는데, 빌라 복도에서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뛰어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거야.
김군은 문고리를 부여잡고 바들바들 떨면서 속으로 알고 있는 신이란 신들께 모조리 기도를 했다는 거야.
그리고 그 소리가 멈췄는데.. 그게 바로 4층 김군의 집 앞이였던 거야.
김군은 문고리가 마치 자신의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손으론 문고리를 쥐어잡고 다른 한손으론 입을 틀어막고 문에다 귀를 대고 밖에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 때 누군가가 문을 쾅하고 두드리더래.
놀란 김군이 문에서 귀를 떼고 손잡이를 더 움켜쥐는데, 이번엔 문짝을 부술 기세로 쾅쾅쾅 하고 치더라는 거야.
그 때 심정으론 친구들 데려와서 술판 벌인다고 구박하던 앞집 아줌마라도 제발 나타나달라고 빌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빌라 사람들에겐 그 엄청난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대.
그렇게 몇 분쯤 지났는데 밖이 조용해지더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던 김군이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손에 힘을 풀려고 하는데, 이번엔 김군이 잡고 있던 문고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더래.
분명 이중걸쇠를 걸고 문을 잠궜는데, 김군이 손에 힘을 풀려고 하자마자 문고리가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한 거야.
미치고 펄쩍 뛸것 같은 심정이 된 김군이 손에 힘을 주고 버티는데도 문고리는 맥없이 돌아가고 천천히 문이 열리고 말았대.
김군은 자포자기 상태가 돼서 열리는 문을 바라보며 현관문 앞에 주저앉고 말았어.
그리고 열린 현관문 앞엔 그 여자가 온몸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서 있었대.
어제 돌아갔던 머리 그대로..
찢어질 듯한 그 눈매 그대로..
김군을 노려보며 그렇게 서 있었다는 거야..
주저앉았던 김군은 공포심에 사고가 마비되면서 왠지 모르게 웃음이 실실 나왔다고 하는데 웃으면서도 사람들이 이렇게 미쳐가는구나 싶었다고 해.
그렇게 서 있는 여자의 다리 밑으로 검은 물이 뚝 뚝 떨어지고 있었고 김군은 그걸 그저 넋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대.
검은 물이 계속 떨어져 김군 쪽으로 흘러오던 그 때 김군은 또 다시 기절을 했대.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현관문 앞에서 김군을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대.
김군의 현관문 앞에는 어제 베란다에서 본 것 같은 검은 얼룩이 또 생겨있었다고 해..
정신을 차린 김군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자료들을 모두 삭제하고 즐겨찾기 해 두었던 사이트들도 모조리 지워버렸어.
김군이 겪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 건지, 김군의 죄책감이 만든 환상인지 아직까지 알 수는 없지만.
검은 얼룩만은 실제였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