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범(10,000)
-정신 차리고 이것 좀 봐라.
하얀색 종이에 붉은 글씨로 내 이름이 적혀있다.
종이를 들고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는 그 사람은 내 앞에 쭈구리고 앉아서 종이를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있었다.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며 손가락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지만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아마 방금 어딘가로 떨어진거 같은데, 공사현장에 이런 구멍 같은게 있을 꺼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눈알을 굴려 주위를 보니,
눈앞에 보이는 철근은 보란듯이 내 배를 관통해 있었고, 팔 다리는 비정상적으로 꺽여 있었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머리속에 아프다는 생각뿐이었고,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 난 너같은 놈들이 싫어~ 서로 피곤하잖아.
달도 없는 밤이라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무섭게 인상을 쓰고 있는 듯 보였다.
목소리가 나왔다면 빨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 가족 3명이라.... 근데 2살된 애도 있었네?
아프다.... 아프다.... 차라리 이 사람이 내 머리에 총알이라도 박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이것도 모자라서 여자를 강간하려다가 여자가 도망치니까 쫒아가다가 추락사....
그래. 그 망할년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 꼬라지로 누워 있지 않겠지. 그 년 때문이다!!! 그 년 때문이야!!
살기만 하면 반드시 죽여 버릴꺼야!!!!................. 팔다리를 잘라서 그 년 입에 처 넣을꺼야!!!!! ..................아파!!! 아프다고!!!
어디에 숨든 찾아 낼꺼야!!!! .......................죽일꺼야....죽...일꺼야... 죽... 인다... 죽인...다....죽...일꺼.....
의식이 점점 흐릿해져 가는거 같다. 서서히 고통도 줄어드는 것같다.
차라리 잘된거 같다. 잘됐다....
- 애는 왜 죽였어? 애도 그냥 죽였어?
애는 왜 죽였냐고 물어보는 그 사람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 같았다....
---------------
몸이 공중에 뜬 느낌. 온통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로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쿵!!!!!!!!!!!
끄아악!!!!!!!!!!!!!!!!!!!!!!!!!!
몸이 박살나는 느낌이 들었고 엄청난 통증에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손가락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 앞에는 방금 전 보았던... 너무나 익숙한.... 내 배를 관통한 철근이 보였다.
톡톡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소름끼치게 웃으며, 하약색 종이를 내밀고 그 곳을 보라는 듯이 한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있었다.
하얀색 종이는 붉은색으로 내 이름이 적혀 있다.
손창범(9,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