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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8687
    작성자 : 애플블룸
    추천 : 7
    조회수 : 686
    IP : 121.129.***.247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2/10/25 23:03:46
    http://todayhumor.com/?pony_8687 모바일
    [자작/팬픽] 플로우티어즈 - 10
    ###### 플로우티어즈 - 10

    “비올라…….”

    라이라는 비올라의 물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핑키파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저 조그맣고 어린 포니도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일까?

    “말해줘, 언니는 뭐든지 알고 있잖아. 포니는 죽으면 어디로 가? 내가 가게 될 곳에 무지개도 있을까? 슈가큐브코너같은 곳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비올라는 말하면서 숨이 거의 넘어갈 것처럼 힘들어했다. 라이라는 불안한지 발을 동동 굴렀다. 

    “비올라, 더 이상 말하지 마.”

    라이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핑키파이는 비올라가 곧 이 세상을 떠날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비올라가 입을 열려는 순간, 핑키파이가 비올라에게 가까이 다가가 웃어보였다. 

    “비올라! 포니는 죽지 않아.”

    핑키파이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활기가 돌아와 있었다. 축 늘어졌던 갈기도 어느새 예전의 핑키파이처럼 몽글몽글하게 변했다.

    “핑키파이?”

    라이라가 놀란 얼굴로 핑키를 쳐다보았다. 핑키파이는 비올라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싶었다. 그건 웃음이었다. 

    “포니는 죽지 않고 이쪽에서의 삶이 다하면 구름 위로 올라가게 돼. 그곳에서는 아프지도 않고, 다른 포니들도 엄청 행복하게 살고 있어.”

    “구름? 클라우즈 데일 같은 곳이야?”

    “아니 그곳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이야. 가장 하늘을 잘 나는 페가수스도 날아갈 수 없는 곳에 있어. 그곳에 가려면 이곳에서 착한 일을 많이 해야 되는데, 비올라는 너무너무 착해서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그곳에 갈 수 있는 거야.”

    핑키파이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파티수레에서 고깔모자와 인형들을 꺼냈다. 비올라는 핑키의 말을 믿고 있는지, 핑키를 따라 웃고 있었다. 

    “거기에는 슈가큐브코너도 있어?”

    “그럼! 거기에는 진짜 짱 큰 거대한 슈가큐브코너가 있어. 나도 나중에 올라가게 되면 거기에서 일하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비올라도 놀러와. 언니가 케이크를 잔뜩 챙겨줄 테니까.”

    “……그런데 거기 가려면 꼭 이렇게 아파야 하는 거야?”

    “으응. 워낙 높은 곳으로 가야하니까 몸이 준비하느라 그런 거야. 조금만 참으면 아주 편해질 거야. 정말로.”

    “그 말을 들으니까 정말로 편해지는 것 같아…….”

    비올라가 배시시 웃으며 힘없이 말했다. 핑키파이는 최선을 다해 비올라가 웃게끔 농담을 던지고, 웃긴 표정을 짓고, 파티풍선을 불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핑키파이가 커다란 풍선을 비올라에게 건네며 말했다. 

    “비올라! 이 풍선을 가지고 가. 그곳은 높은 곳이라 하늘을 나는 이 풍선을 가지고 가면 더 편할 거야. 가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비올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웃는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비올라?”

    라이라가 비올라의 발굽을 잡은 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핑키파이는 풍선을 치우고 평온하게 잠들어있는 비올라를 보았다. 그리고 결국 올 것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핑키파이의 밝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몽글거리던 머리가 축 쳐졌다. 그리고 비올라를 위해 짓던 웃음 뒤로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라이라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끄윽끄윽 소리를 내며 흐느꼈다. 

    지금 누구보다 힘든 것은 라이라일 것이다. 핑키파이는, 더욱 더 플로우티어즈를 용서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 * *

    셀레스티아 공주님에게 트와일라잇의 편지가 배달되었고, 포니빌은 사악한 마녀 플로우티어즈에 대한 공포에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포니빌이 사악한 마녀에 대한 소식으로 떠들썩해진 가운데, 비올라의 장례식은 너무나도 조촐하게 치러졌다.

    플로우티어즈를 포니빌에서 쫓아내자는 움직임이 퍼졌지만, 정작 쫓아낼 대상인 플로우티어즈는 나타나지 않고 셀레스티아 공주님으로부터도 답변이 오지 않아서, 저주가 하나하나 실현될 때까지 사실상 포니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비올라가 죽은 뒤, 비올라를 알고 지내던 포니들은 큰 실의에 빠졌다. 핑키파이는 며칠째 갈기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라이라였다. 

    라이라는 비올라가 죽은 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비올라의 묘비 앞에서 지냈다.

    “저러다가 라이라도 큰일 나겠어.”

    “요새 잘 먹지도 않는다던데.”

    묘지를 들르는 포니들은 하나 같이 라이라에 대해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 마디씩 했다. 라이라는 비올라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감당하기에 비올라의 죽음은 너무 큰 슬픔이었고, 그것은 라이라에게서 모든 의욕을 앗아가 버렸다. 그리고 핑키파이는 가끔 라이라의 곁에서 비올라를 위해 함께 울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포니빌은 슬픔에 잠겨있었다. 비올라뿐만이 아니라 플로우티어즈에게 처음 지목을 받았던 빕스씨, 그리고 다른 포니들의 죽음이 포니빌 전체에 슬픔의 기운을 몰고 왔다.

    죽은 포니들과 친분이 있던 포니들 중에 몇몇은 그나마 슬픔을 극복해내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갔지만, 라이라를 비롯한 소수의 포니들은 사별의 슬픔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핑키파이가 느끼는 슬픔의 크기도 엄청났다. 포니빌에 있는 모든 포니들과 친구였던 그녀였기에 포니들이 차례대로 죽어버린 지금 핑키파이는 더 이상 슈가큐브코너에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해져있었다. 

    플로우티어즈에게 대항하려던 핑키파이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고, 플로우티어즈의 행방은 묘연했다. 핑키는 지쳐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매일 죽은 포니들을 위해 묘지에 들르는 것을 빼먹는 일은 없었다.

    포니빌에서 가장 걱정되는 포니는 바로 라이라였다. 그녀는 지난 한달 동안 몰라보게 살이 빠져버렸다. 비올라를 잃은 충격에 먼저 다른 포니에게 말을 거는 일도 없어졌다. 가장 절친한 친구 중 하나인 봉봉조차도 그런 라이라에게 접근하지 못할 정도였다. 

    핑키파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포니빌 공동묘지에 들렀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비올라의 묘비 앞에서 눈물 흘리는 라이라를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저녁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플로우티어즈가 숫자를 셌던 포니들은 이제 다 죽었어. 이게 바로 그녀가 원하던 것이었을까?’

    핑키파이는 슬픈 눈을 하고 생각했다. 그때, 어디선가 익숙하고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핑키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그곳에는 놀랍게도 플로우티어즈가 서있었다.

    “플로우티어즈!”

    핑키파이가 놀라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비올라의 묘비 앞에서 흐느끼던 라이라도 그 소리에 놀라 플로우티어즈를 보았다. 

    “플로우티어즈가 나타났다아아아!”

    핑키파이는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다. 플로우티어즈는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회색 포니는 여전히 세상에서 지을 수 있는 가장 우울한 얼굴로, 긴 다리를 천천히 움직여 묘비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핑키파이의 외침이 닿았을까, 잠시 후 포니빌 공동묘지로 포니빌의 주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핑키는 플로우티어즈에게 다가가서 소리쳤다. 

    “플로우티어즈! 이제 만족해? 네가 지목한 포니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리고 남아있는 포니들은 너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고! 이제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돌아온 거야?”

    “…….”

    플로우티어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슬픈 눈으로 주위를 바라볼 뿐이었다. 

    곧 포니빌의 주민들이 각자 집에서 무기로 쓸 만한 것들을 들고 플로우티어즈를 에워쌌다. 

    “마녀를 죽여라!”
    “네가 우리에게 저주를 걸었다는 그 포니냐!”
    “쫓아내!”
    “때려죽여!”

    포니들이 무기를 들고 소리쳤다. 트와일라잇이 이미 포니빌 전체에 플로우티어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놓았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적개심은 극에 달했다. 

    “우리도 네가 한 짓에 대해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거야. 이 사악한 마녀야!”

    핑키파이가 눈을 크게 뜬 채로 플로우티어즈에게 윽박질렀다. 그제야 플로우티어즈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성난 포니들을 둘러보더니, 난감한 얼굴로 발을 제자리에 굴렀다.

    “핑키파이, 이건 옳지 않아.”

    플로우티어즈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말이 핑키에게 지금 들릴 리가 없었다.

    성난 포니들이 점점 플로우티어즈를 향한 포위망을 좁혀 들어왔다. 이제 조금 있으면, 모든 포니들이 플로우티어즈를 향해 무기와 발굽을 휘두를 테고, 사악한 마녀는 응징을 당할 것이다. 

    “마녀를 쫓아내자!”

    하지만 공격이 시작되려는 그 순간, 밤하늘이 번쩍하더니 천둥과도 같이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히익!”
    “저주다! 마녀의 저주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포니들은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들리자 겁에 질려 물러섰다. 아무리 화가 났다고는 하지만, 포니빌의 포니들은 싸움에 익숙하지 않아 겁이 많았다.

    핑키파이도 놀라서 몸을 바짝 웅크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다시 플로우티어즈가 있는 쪽을 바라보자, 더욱 놀라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이구나! 포니빌 백성……아차.”

    땅이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외치던 밤하늘 색의 포니가 하던 말을 멈칫하고 다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야. 모두들…… 이렇게 말하는 게 맞았었지?”

    그녀가 핑키파이를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

    핑키를 비롯한 모든 포니들이 얼빠진 표정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밤을 다스리는 포니, 루나공주였다.  

    ------

    [이전편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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