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7일 개최한 대통령 후보자 대회가 시작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온 친박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의 고성과 욕설로 난장판이 됐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김관용·김진·김진태·신용한·안상수·원유철·이인제·조경태·홍준표(가나다 순) 등 경선 후보 9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9대 대선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를 개최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점이 되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김진태 후보 지지자 300여명은 일제히 인 위원장을 향해 “대통령 탄핵 시킨 배신자”, “사기꾼은 물러나라”며 야유를 퍼부었다. 이들은 연설 도중에 “당비 가지고 호텔 가서 밥 먹었냐”, “개XX는 죽어야 돼” 등 욕설을 퍼부었고, 이에 인 위원장 연설은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이들은 인 위원장에 이어 정우택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 "지난 3개월간 인명진 위원장과 함께 위기를 극복했다"고 주장하자 일제히 원색적 야유를 퍼부었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경태, 원유철, 안상수 등 다른 후보 연설 도중 김 의원의 이름을 연호하며 세를 과시했다. 이 때문에 다른 후보 지지자들의 연설은 구호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순서가 돼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은 크게 고문된듯 "여기에 나온 훌륭한 선배들보다 경험도 능력도 부족하지만 문재인, 안철수보다는 잘할 수 있다"며 "이번에 또 정권을 빼앗기면 태극기를 흔들기는커녕, 관공서에 걸기는커녕, 태극기에 노란색 리본이라는 국적불명의 리본을 걸어놓을 수도 있다"고 세월호 추모 리본을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어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라고 묻자 지지자들은 "아니오"라고 외쳤고, "국정농단이 문제라고 생각합니까"라는 물음에도 일제히 "아니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대통령을 지키겠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 맞지 않느냐"고 말하자 지지자들은 "예"라고 답했다.
이들은 김 의원의 정견 발표가 끝나자 “김진태 대통령”을 외치며 썰물처럼 대회장을 빠져 나갔다. 한 당직자는 “한국당 정견 발표장인지 김진태 의원 출정식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박사모 등 친박단체들은 김 의원을 '영웅'이라 부르며 집중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