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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6792
    작성자 : gerrard
    추천 : 13
    조회수 : 2467
    IP : 219.255.***.203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3/16 12:58:24
    http://todayhumor.com/?panic_86792 모바일
    재업]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14, 15,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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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아.. 주말에 날씨 좋다고 해서 놀러가려고 했었는데;; 일에 파묻혀 계획취소ㅠㅠ

    이럴 땐 쉬는 날과 일하는 날이 정확히 구분된 분들이 정말 부럽다는ㅠㅠ

    그리고. 제가 앞에 썼던 글보신 분들이..
    ' 훌륭하신 어른들 밑에 자라서 글쓴님도 잘 자라셨을 거 같아요. ' 라는 댓글들을 달아주셨는데요.

    어머나ㅋㅋㅋ 그런 쓸데없는 오해는 금물입니다ㅋㅋㅋㅋㅋ

    물론 저희 할머니와 엄마, 아빠.. 좋으신 분들이에요.

    하지만 그냥.. 마음 씀씀이가 조금 넓으신 정도로만 생각해주세요 ^^;;

    할머니와 엄마도ㅋㅋㅋ 잠깐 이성을 놓으실 때면 할미넴으로 빙의하시곤 한답니다ㅋㅋㅋ

    그리고 저는.. 저는ㅋㅋㅋ 그냥.. 엄마의 등짝스파이크를 두려워하는.. 사람 좋아하고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그런 29세 난봉쟁이여성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ㅋ
     
     
     
    앞에 언급했던것처럼 본인에게는 아주 오래된 고물남자친구가 있어요ㅋ
     
    흔히 연애를 하면.. 서로의 친구들과도 자주 만날 일이 생기곤 하잖아요?
     
    저 역시도 남자친구(이하 박군)의 친구들을 만날 일이 자주 생기곤 했어요.
     
    박군의 친구들은.. 음ㅋㅋㅋㅋㅋ 저 못지 않게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남성들이에요ㅋ
     
    박군과 저는 나이 차이가 좀 있는지라, 뭔가 차원이 다른 음주가무를 즐겼달까..
     
    그 음주가무 패밀리 중 한 친구(유흥남이라 칭하겠음. 흥!) 에 대한 얘기에요.
     
    본인이 20살 때 박군과 사귀게 되고, 하루가 멀다하고 박군의 친구들을 만났던 때가 있어요.
     
    ' 야~ 여자친구 생겼대매? 얼굴좀 보자~ ' 뭐 이런 식이었겠죠;
     
    박군손을 잡고 박군의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대부분 술집ㅋㅋ)에 가서 인사를 하면
     
    ' 아~ 반가워요~ ' 라며 술잔 가득 술을 따라주던 패밀리들ㅋㅋ
     
    ' 희야씨라고 했죠? 와 눈 정말 크시네요~ 혹시 주변에 솔로인 친구들 없어요? ' 이런 수작들도;;
     
    박군의 친구들은 본인에게 참 잘해줬어요.
     
    친구의 애인들과도 함께 자리를 한 적도 많았구요.
     
    그런데 그.. 문제의 유흥남은 한 번도 여자친구를 대동하고 나타난 적이 없었어요.
     
    외모가 별로여서? 절대 아니에요.
     
    패밀리 중에 가장 우월한ㅋㅋ 외모의 소유자였어요.
     
    당시 20대 중반이였던 나이에도 꽤 괜찮은 중형차를 몰고 다닐 정도로 재력?도 빠지지 않았구요.
     
    입을 열면 청산유수ㅋㅋㅋ 말도 정말 재미있게 잘하던 사람이였어요.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던 유흥남이었지만..
     
    본인은 그 유흥남이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유흥남의 얼굴을 보고있으면 떠오르는건.. 뱀.
     
    그냥 뱀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뱀이 살갗을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냥 유흥남에 대해선 좋다 싫다 말도 안 하는.. 그런 정도를 유지했던 것 같아요.
     
    (사실 유흥남에 대해 안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이유가 하나 더있는데.. 그건 판에 쓸수없는 19금 얘기라 자체스킵하겠음.)
     
    그냥 만날 때마다 인사 정도만 하고 거의 말을 섞지 않고 지낼 때쯤
     
    여럿이 모였던 술자리에서 만취했던 유흥남이 본인을 쳐다보며 했던 말은.
     
    ' 난 희야 눈이 너무 싫어.. 그냥 눈만 쳐다보면 맥이 빠지는 기분이야; ' 하는 말.
     
    박군과 박군의 다른 친구들은 ' 술쳐먹고 뭔 헛소리여.. 눈 커서 시원하고좋구만. ' 이라며 유흥남의 말을 잘라버렸지만.. 단순한 외모비하가 아니란 게 느껴져서 참.. 찝찝했어요.
     
    그렇게 박군과 만나며, 대학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박군이 패밀리ㅋㅋ들과 1박 2일로 놀러가게 됐다는 말을 했어요.
     
    당시 유흥남의 아버지께서 가지고있던 펜션 중 하나를 통째로 쓰며 논다던 얘기.
     
    박군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 안 돼. 가지마. ' 라고 얘기했어요.
     
    ( 평소에 본인은 박군에게 관대함. 방목하는 수준임. 나이트든 클럽이든 언제나 OK.
     박군을 믿는 것도 이유겠지만.. 더 큰 이유는 그냥 본인이 귀찮아서인 것 같음ㅋㅋ )
     
    박군은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본인을 설득하려 했지만, 택도 없는 말씀!
     
    사귀면서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던 본인이기에.. 박군도 더이상 토달지 않았어요.
     
    ' 나 친구들이랑 놀러가는 거 싫어? ' 라고 물어보길래
     
    ' 응. 이번에는 그냥 가지마. 대신 맛있는 거 해줄게. ' 라고 말했어요.
     
    박군이 친구들과 놀러간다는 말을 꺼냈을 때 기분은.. 참.. 더러웠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 같달까;
     
    어쨌든 박군은 그 자리에서 베프에게 전화를 걸어
     
    ' 희야가 절대 가지말래. 나 빼고 니들끼리 놀다와 ' 라고 얘길했어요.
     
    박군의 베프는.. ' 희야 그런스타일 아니잖아? 내가 얘기해볼까? ' 라며 본인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본인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ㅋㅋㅋ ' 박군 놓고갈게요.. ' 라며 백기를 들었어요.
     
    시간이 지나, 박군의 친구들은 약속했던 날에 펜션으로 떠났어요.
     
    친구들이 놀러간 날. 박군과 본인은 잠깐 만나 데이트를 한 후 저희 집앞으로 걸어갔어요.
     
    집 앞에 거의 다다랐을쯤, 대문이 열리면서 나오는 건 박군의 어머니ㅋㅋㅋ
     
    ' ㅇㅇ(박군)아! 너 오늘 친구들이랑 놀러간다고 하지 않았었어?? '
     
    ' 아.. 내가 어머니한테 말씀 안 드렸었나? 몸도 피곤하고.. 희야도 가지말래서 그냥 안 갔어 '
     
    ' 잘했다. 남자놈들 떼로 몰려가봤자 술밖에 더먹냐. 희야엄마가 집에 맛있는 거 해놨더라.
     집에 밥없으니까(ㅋㅋㅋㅋㅋ) 희야네 온김에 밥 얻어먹고 들어와라~. '
     
    그렇게 박군은 밥먹여서 돌려보내고 박군과 통화 후 잠자리에 들고.. 그 다음 날.
     
    1박 2일로 놀러갔던 친구들이 돌아오는 날이었어요.
     
    박군과 베프는 그 날 저녁 따로 약속이 있다고 했어요.
     
    점심밥을 얻어먹으러ㅋㅋ온 박군에게 밥을 던져주고 식탁 앞에 마주앉아있는데.
     
    밥을 다 먹은 박군이 그릇을 정리한 후 베프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 야 언제 오냐? 약속시간 맞춰서 올 수 있겠어? '
     
    ' 야 박군아.. 너 어디냐? '
     
    ' 나 희야네 집이지. 올 때 반건조 오징어 사오는 거 잊지마라! '
     
    ' 야지금 오징어가 문제가 아니야.. 우리 지금 안 좋아... '
     
    ' 뭔일 있어? '
     
    ' 가서 얘기해줄게.'
     
    목청 큰 두 남자의 통화를 생중계로 듣고 난 후 본인의 팔에 돋아나던 소름.
     
    표정이 굳은 탓인지, 박군이 제얼굴을 살피며 ' 몸 안 좋아? ' 라고 물어봤어요.
     
    ' 아니 그냥.. 놀러가서 무슨일 있었대? '
     
    ' 그냥 술쳐먹고 속이 안좋은가부지뭐; '
     
    본인의 동생들과 레슬링을 하며 놀던 박군은 베프의 연락을 기다리다 혼자 모임에 나갔어요.
     
    ' 모임 끝나면 전화할게~ ' 라며 나간 박군.
     
    동호회 모임 술자리에 나간지라.. 밤늦어야 집에 들어가겠구만~ 하며 세라랑 떠들고 있을 때 박군에게 전화가 왔어요.
     
    ' 희야 나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 잠깐만 밖으로 나와 봐. '
     
    전화를 받고 집앞으로 가니 박군이 서 있었어요.
     
    조용한 데서 박군이 풀어놓은 말과 그 뒷얘기들.
     
    이번에 놀러가는 건 유흥남이 주도했다는 얘기.
     
    일단 숙박이 해결됐으니 돈들일 별로 없겠다며 친구들도 좋아라 했다고 했어요.
     
    박군의 친구들이 펜션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유흥남이 말을 꺼냈대요.
     
    ' 야.. 나 아는 여자애 있는데 걔랑 걔 친구들 오늘 갈 데 없다더라? 불러서 같이 놀까? '
     
    20대 중반의 혈기왕성했던 박군의 친구들이 그런 기회를 마다할리 없지.
     
    펜션 도착 후 친구들을 내려준 유흥남이 어디에선가 여자들을 태우고 돌아왔다고 했어요.
     
    스무살 여자들.
     
    박군의 친구들도 생각지 않았던 횡재(?)라 여기고 술판을 펴고 놀았다고 해요.
     
    그렇게 술잔이 기울어지고, 술에 취해 머리들도 기울어질 즈음.
     
    박군의 베프(말술임!) 는 취한 친구들과 여자들을 챙기며 굴러다니는 술병들을 대충 정리했대요.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보이지 않던 유흥남.
     
    ' 뭐.. 어디 쳐박혀 자고 있겠지 ' 라고 생각한 베프는.
     
    그 날 처음본 쌩판 모르는 여자보다는ㅋㅋ 친구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친구들만 어깨에 이고지고 방으로 던져놓은 후 잠이 들어버렸대요.
     
    그리고 숙취와 함께 깨어난 다음 날.
     
    널부러져 자고 있는 친구들을 깨우며 ' 해장라면 끓여 먹자! ' 를 외쳤던 베프.
     
    방에서 나와 보니 거실에 쓰러져 자고 있던 여자들이 보이지 않았대요.
     
    일단 집주인(?)인 유흥남을 찾아야 겠단 생각에 여기저기 둘러보다 열게 된 2층 방문.
     
    침대에 쓰러져 혼자 자고 있는 유흥남이 보였대요.
     
    ' 야 빨리 일어나 속쓰리고 배고프고 죽겠다~ ' 라며 이불을 들췄는데..
     
    응? 유흥남은 옷을 전부 벗고 있었대요.
     
    베프의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은;; (지금 이순간 당신들이 하고 있을 바로 그 생각!)
     
    ' 야 너 빨리 일어나 봐! ' 라며 유흥남을 두들겨 깨웠다고 했어요.
     
    술에 취해 잠에 취해 눈을 떴던 유흥남은.. 벌떡 일어나더니 침대 옆을 쳐다봤대요.
     
    ' 없네? 어디 갔어? ' 라는 눈빛의 유흥남.
     
    박군의 친구들이 잠든 사이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여자들.
     
    해장라면을 흡입하며 모여앉은 친구들은 유흥남의 얼굴만 쳐다봤대요.
     

    ' 아.. 오다가 골프장 하나 봤지? 아버지가 거기 회원이셔서 나도 여러 번 따라다녔거든.
     
     어제 나랑 계속 얘기하던 여자애가 거기 캐디야.
     
     몇 번 얼굴 마주치고 해서 연락처 받아냈지.. 여기 놀러오는김에 전화했더니
     
     자기도 친구들이랑 있대서 데리고 온 거고. 야 아무일 없었어. 있었대도 지가 뭘 어쩔 거야? '

     
    ...박군의 친구들이 아무리 혈기왕성한 철부지였대도 최소한의 도덕심은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어젯밤의 문제 뿐만 아니라 말도 없이 가버린 여자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대요.
     
    (펜션이 있는 곳은 대중교통이 다니는 곳이 아니랬음. 아주 외진 곳에 있었다고.)
     
    ' 야 유흥남! 너 걔 전화번호 알잖아? 니가 전화 한 번 해 봐. '
     
    라는 친구들의 말에 유흥남은 코웃음치기 바빴다고 해요.
     
    그렇게 라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치워버린 후.
     
    찜찜한 기분으로 서울로 돌아가려고 주섬주섬 준비하던중 유흥남의 핸드폰이 울렸대요.
     
    전화가 온 곳은 경찰서.
     
    전화를 받은 유흥남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네요.
     
    전 날 술자리를 같이 했던 여자들은 20살이 안된 여자' 애 '들 이였다고.
     
    (나중에 보니 고3 취업반으로 캐디일을 하고 있던 엄연한 학생들이였다고 해요;;)
     
    경찰의 말에 의하면 (엄연한 사실이기도 함)
     
    미성년자를 외진 곳에 데리고 가서 술을 먹인 후 잠자리를 했다는 것.
     
    부랴부랴 경찰서로 가보니 어제의 그 여자애들이 앉아 있었대요.
     
    박군의 친구들은 ' 어제 쟤네가 스무살이라고 했다! 우린 그걸 믿었을 뿐이다! ' 라고 얘기했지만, 어제와 달리 여자애들은 말이 없었대요.
     
    경찰들이 박군 친구 일행을 쳐다보는 눈빛은 ' 천하의 개쓰레기들 ' ...
     
    결국은 주동자(?)이자 하면 안 될 짓을 한 유흥남 아버지가 오신 후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대요.
     
    여자애들끼리도 서로 말이 엇갈려서, 나이를 속였다는 게 어느정도 인정이 됐다고 해요.
     
    하지만 같이 술을 마시고 하면 안 될 짓(!)까지 했다는 건 엄연한 사실.
     
    경찰은 양쪽의 말을 들은 후 합의를 종용했다고 했어요.
     
    유흥남의 아버지와.. 유흥남와 붙어있던 여자애의 부모님.
     
    적지 않은 금액을 합의금 명목으로 드린 후에야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해요.
     
    이런저런 과정에서 알아낸 것은.
     
    그 여자애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펜션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
     
    있어 보이는 집 아들에게 돈 좀 뜯어내보려 했다는 게 기정사실화 됐지만 유흥남 또한 더 큰 잘못을 했기 때문에 어떤 액션도 취할 수 없었대요.
     
    뱀이 꽃뱀을 불러들인 꼴이지.
     
    친구들이 이런 일을 겪으며 한동안 박군은 저에게 조심스럽게 대했어요.
     
    평소와는 다르게 말을 아끼던 박군.
     
    ' 희야.. 너 왜 그 날 나한테 놀러가지 말라고 했어? '
     
    ' 그냥. '
     
    ' 그냥? 진짜 그냥이야? '
     
    ' 진짜 그냥인 게 아니면 어쩔건데? '
     
    ' 어쩌겠다는게 아니라.. 나도 그 날 거기 갔으면 골치 아팠을 거 아니야.. '
     
    ' 골치 아픈 데서 빼내줬으면 고맙다고 할 일이지 뭔 말이 많어; 앞으로 친구 잘 보고 만나기나 해. '
     
    이때까진 박군에게.. 보이고 듣는 촉에 대해 말하기 싫었어요.
     
    박군이 박군의 가족들에게서 들은대로만.. 짐작만 해주길 바랬던 것 같아요.
     
    박군이 어머니께 친구들의 얘기와 저에 대한 말을 털어놓자
     
    ' 그런 놈을 친구라고 만나고 돌아댕겼냐! ' 라며 성질내셨던 박군의 어머니는
     
    ' 희야, 고맙다. 저놈 저거 덩치만 컸지.. 앞으로도 니가좀 지켜봐줘라. ' 라는 부탁을 하셨어요.
     
    이후 박군은 본인의 말 한 마디에 배를 보이며 재롱을 떠는 덩치큰 노예(돌쇠)로 전락.
     
    일이 있기 전에.. 본인의 눈에 유흥남이 마땅치 않아 보일지라도.. 그래도 박군의 친구 중 한 명이기에 유흥남에 대한 느낌이나 이미지를 박군에게 털어놓지 않았어요.
     
    앞에 말했던 ' 뱀의 느낌 + 19금 느낌 ' 을 박군에게 풀어놓자..
     
    박군 또한 유흥남의 바르지 못했던 사생활에 대해 털어놓더라구요.
     
    ' 유흥남 그놈이 희야 니눈 무섭고 싫다고 했던 게 이유가 있었나 보다. '
     
    엄청난 합의금으로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들었던 유흥남은.
     
    그 후로도 정신 못 차리고(이게 제일 큰 반전임!) 헛짓을 하다가..
     
    어떤(!)사건을 겪고 난 최근에야 인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어요.
     
    그 어떤 사건까지 말하자면 너무나 길어질 것 같으므로..
     
    오늘은 여기까지만 쓸게요.
     
    뿅.





    15.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날씨도 춥고 여기 분위기도 춥네요;;

    어떤분이 댓글에 ' 예쁘실 거 같아요. ' 라고 써주셨는데요ㅋㅋㅋㅋㅋ

    눈 큰 거랑 예쁜 거랑은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ㅋㅋㅋ

    그냥 웃어 넘기려 했으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관계로ㅋㅋㅋ 저 예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눈은 큽니다. 커요. 정말 큽니다. 진짜 쓰잘데기 없이 눈만 큽니다.(궁금하다고 하셔서;)

    사진 올려달라던 분.. 음ㅋㅋㅋ 제가 사진을 올리는 순간 ' 엽기 호러판 ' 이 아닌 ' 엽기판 ' 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넣어두겠습니다.

    그리고ㅋㅋㅋ 19금에 대한 뜨거운 관심ㅋㅋㅋ 나 이런 거 너무 좋아ㅋㅋㅋㅋㅋ
     
     
     
    앞글에 썼던 것처럼 본인의 남자친구(이하 박군)에게는 ' 유흥남 ' 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베프, 절친까진 아니지만.. 같이 어울려 노는 무리 중에 속한 친구 정도.
     
    그 유흥남은 평소 행실이 바르지 못한.. 그런 놈이었어요. 오죽하면 별명이 의자왕이였을까;
     
    ( 아, 실제 의자왕은 백성을 사랑하는 인자한 왕이셨다고하네요!
     
     의자왕의 타락한 이미지는 일본이 만들어 낸 억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유흥남을 감히 의자왕이라 불렀던거.. 반성해야겠어요ㅠㅠ)
     
    전편에 썼듯 유흥남은 엄청난 액수의 합의금으로 부모님 허리를 풀더처럼 접히게 만든.. 참 나쁜놈이에요.
     
    박군외 다른 친구들도 그 사건으로 인해 유흥남과 조금 거리를 두긴 했지만. 철 없는 남성들의 우정이란 명목하에 -_- 어느순간부터 슬슬 다시 만나기 시작하더라구요.
     
    물론 박군은 본인의 당부(압박?) 에 의해 최대한 거리를 두며 지냈지만요.
    (완전 쌩까고 지내는 건 아니였음. 여럿이 모일 때 얼굴 맞대는 정도로만 유지.)
     
    사건 이후 유흥남은.. 카드 압수 + 자동차 압수 라는 초강수를 두셨던 부모님의 의지에 무릎 꿇고 한동안은 거지(!)같은 몰골로 쥐죽은 듯 지냈다고 해요.
     
    유흥남이 친구들과의 관계도 어느정도 회복을 하고 잃었던 경제권(!)도 되찾을 무렵, 친구들 모임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타났었대요.
     
    아.. 그 전에 유흥남은 공식적으로 여자친구를 소개하는 일 따윈 절대 없었다고 하네요.
     
    ' 내 여자친구야~! ' 라며 데리고 나타난 여성은.. 예상외로 평범한 여성이었대요.
     
    지금까지 유흥남이 잠깐잠깐 만나왔던 여성들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듯 단정하게 예뻤던 여자분.
     
    이래저래 인사를 나누고 2차로 자리를 옮기려던 중 유흥남의 여자친구는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며 인사를 했고 유흥남은 여자친구를 바래다 준 후 2차에 합류하기로 했대요.
     
    혼자 돌아온 유흥남.
     
    친구들은 유흥남에게 질문을 쏟아놨대요.
     
    ' 니 스타일 아닌데? ' ' 어디서 만났어? ' ' 저런 여자가 널 만나주긴 하냐? ' 등등.
     
    ' 아.. 부모님이랑 잘 아는 분 딸이야. 그냥 몇 번 만났는데 애가 착하더라구.
     그냥 무난하고.. 집도 어느정도 살고.. 그래서 한 번 만나보기로 했지. '
     
    역시 유흥남다운 대답이였네요;;
     
    하지만 의외로 유흥남은 그 여자분과의 만남을 오래 지속했어요.
     
    몇 년을 무난하게 그 여자분과 연애를 하는 모습에.. 친구들도 신기하게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몇 년을 만나다보니 결혼 얘기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
     
    거기다 부모님들끼리 잘 아는 사이셨다고 하니, 결혼얘기가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겠죠.
     
    유흥남과 여자분(A라 칭하겠음) 의 결혼얘기가 본격적으로 오갈 때쯤.
     
    한 직장에 오래 다니질 못하고 이직을 반복하던 유흥남에게 유흥남의 아버지가 한 줄기 빛을 내려주셨대요.
     
    유흥남의 아버지가 소유하고 계시던 건물에서 지하 1층은 술집으로, 지상 1층은 식당으로 개업을 권유하며 유흥남의 손에 쥐어주신 거죠.
     
    하루아침에 가게가 하나도 아닌 둘.. 사장님이 되버린 유흥남.
     
    신바람이 나서 가게 인테리어를 보러 다니며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다고 해요.
    (나머지 친구들은 이 시기에 많은 방황을 했음ㅋㅋㅋ 금수저 물고 태어난 놈이라며ㅋㅋㅋ)
     
    이때 유흥남은 유흥남 다운 일을 하나 벌리는데..
     
    그냥 호프집 정도로 오픈하려 했던 지하 1층을 좀더 문란한(!) 술집으로 개업하려 수작을 썼어요.
     
    ' 그런 장사는 절대 안 된다! ' 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뭐라고 대응을 했는지는 몰라도 며칠 후 유흥남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인테리어를 시작했대요.
     
    흔히 말하는 ' 여자 나오는 술집 ' 을 디자인 한 거죠.(개버릇 남주냐)
     
    지하 1층은 술집으로 지상 1층은 보쌈집으로 개업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박군의 베프에게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 유흥남 개업하기 전날에 고사지낸대. 애들도 전부 다 부를 꺼라던데? 박군 갈 꺼냐? '
     
    ' 안 가. '
     
    ' -_- 알았어. 그럼 개업식날 얼굴이나 잠깐 비춰~. '
     
    ' 봐서. '
     
    이런 대화가 오고 갔어요.
     
    원래 새로 시작하는 장사는 고사를 지내고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술집. 그것도 여자 나오는 술집을 개업한다는 아들이 못 미더우셨던 유흥남의 부모님은 ' 그런 장사는 기를 잘 누르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 라는 말을 어디서 들으셨는지..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서 고사 + 굿을 하자고 하셨대요.
     
    뭐.. 가게를 두 개씩이나 떡하니 차려주신 부모님 말씀이니.. 유흥남도 흔쾌히 알았다고 한 거죠.
     
    가게건물 앞에서 고사상을 차려놓고 복색을 차려입은 무당이 왔던 날.
     
    미리 구해놓은 종업원들과 유흥남, 부모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고사를 지내기 시작했대요.
     
    별탈없이 고사 + 굿을 마친 후 무속인은 둘러서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 명씩 살펴봤대요.
     
    유흥남의 가족, 친구를 제외한 종업원들만 한쪽으로 세우더니..
     
    짧게짧게 점을 보듯 한 마디씩 해줬다고 해요.
     
    ' 아가씨는 불을 조심해야 해. ' 이런 정도로만 아주짧게.
     
    무속인이 종업원들의 얼굴을 다 살펴본 후 유흥남과 가족들이 서있던 쪽으로 몸을 돌렸대요.
     
    그리고 유흥남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 오빠. 오빠.. 나 다 알고 있었어. 오빠 벌 받을 거야. '
     
    라는 짧은 말을 뱉어내고 유흥남의 부모님께 인사를 한 후 돌아섰다고 해요.
     
    (그 무속인은 나이가 많은 여자분이였댔음. 절대 오빠라는 호칭을 쓸 일이 없는 상황인 거지.)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어이가 없어서 유흥남의 얼굴을 쳐다봐도.. 유흥남은 별거 아니라는 듯 뒷마무리를 하고 친구들을 끌고 술을 마시러 갔대요 
     
    다음 날 술집 + 보쌈집 개업식을 마치고, 얼마 후 유흥남은 오래 만났던 A양과 결혼을 했어요.
     
    건물 위치도 좋고 목이 좋은 자리라 2개의 가게는 정말 장사가 잘됐다고 해요.
     
    돈도 많이 벌고 알콩달콩 신혼재미에 빠져들던 날.
     
    어느날부턴가 술집에서 일하던 아가씨들이 한 두 명씩 빠져나가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대요.
     
    처음엔 말도 없이 결근을 하고.. 나중에는 말도없이 그만둬버리는.
     
    ' 일할 사람은 쎄고 쎘어. 다시 구하면 그만이야 ' 라며 자신만만했던 유흥남이였지만 그런 일이 반복이 되고 영업에 지장이 생기자 점점 걱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고 해요.
     
    거기다 1층의 보쌈집까지.. 그 많던 손님이 하루아침에 줄어드는 기현상까지;
     
    가까운 데 보쌈집이 또 생긴 건가? 하고 살펴봐도 그런 건 없었대요.
     
    매출이 컸던 술집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아가씨들을 구해봐도 쉽지 않았대요.
     
    그나마 일하러 오겠다는 아가씨가 있어 유흥남이 가게로 나가 기다렸던 날.
     
    ' 언제부터 일할 수 있어요? 우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
     
    ' 아.. 저 일 못할 거 같애요. 죄송합니다. ' 라며 고개를 숙였다던 아가씨.
     
    ' 아니.. 일자리 급하다고 꼭 일하게 해달라고 전화로 말했었잖아요? '
     
    ' 그게 여긴줄은 몰랐어요. 죄송해요.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 알 수 없는 말을 했다던 아가씨.
     
    유흥남은 ' 이게 뭔 소린가.. ' 하는 마음에 아가씨를 붙들고 늘어져 꼬치꼬치 캐물었대요.
     
    아가씨의 입에서 나온 말은,
     

    원래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아가씨들끼리는 정보교환(?) 이 굉장히 빠르다는 것.
     
    유흥남의 가게는 사장의 터치도 없고 손님들도 점잖은 편이라 일하기 좋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
     
    하지만 가게에서 일하던 아가씨들이 하나둘 뭔가를 보기 시작하면서 그만뒀다는 것.
     
    그런 데서 일하면 재수옴붙는다는 게 흔히들 하는 말인지라 선뜻 일할 사람도 없다는 것.
     
    소문은 정말 빨라서 이미 가게에 오겠다는 아가씨도 없을거라는 것.
     

    아가씨는 이런 말들을 쏟아놓고 자리를 떠났다고 해요.
     
    친구들을 불러모아 술을 마시고 이런얘기를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던 유흥남.
     
    거기다 1층의 보쌈집은 파리만 날리는 지경까지;
     
    그리고 신혼 재미에 녹아들어야 할 집에서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고 했어요.
     
    밤이면 밤마다 즐거워야 할 신혼부부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A양과 부부생활을 하려고 눕기만 하면 유흥남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대요. (이거 19금인가?;;)
     
    처음에는 ' 자기~ 많이 피곤했나 보다~ 오늘은 그냥 자자~ ' 라며 웃어보였던 A양도 그런 날들이 계속되자 ' 자기 어디서 바람피우고 다니는 거 아니야? ' 라며 날을 세웠대요.
     
    '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 걸 꺼야.. ' 라며 생각하던 유흥남도 남자로서의 창피함 + 걱정, 의심하는 와이프 A양까지..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네요.
     
    장사도 안 되고 급기야 와이프와 각방까지 쓰게 된 유흥남은 허구헌날 친구들을 불러모아 술판을 벌이기에 바빴다 해요.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박군의 베프가 간만에 술 한 잔 하자며 연락이 왔어요.
     
    박군과 본인, 베프와 여친. 이렇게 넷이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 야.. 우리라도 가끔 유흥남네 보쌈좀 팔아줘야 되는 거 아니냐? 요새 너무 썰렁한 거 같더라.. '
     
    라며 운을 뗀 베프.
     
    본인의 눈치를 보던 박군을 대신해서
     
    ' 그럴까? 개업한지 꽤 됐는데 나 아직 그 집 보쌈 맛도 못 봤네~ ' 라며 말했어요.
     
    ' 다행이다~. ' 라는 표정을 지은 베프는 우리를 데리고 유흥남의 보쌈집으로 향했어요.
     
    넓은 가게, 깨끗한 인테리어.
     
    하지만 그 넓은 홀에 딱 한 테이블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베프가 전화를 하자 어디선가 뛰어온 유흥남.
     
    ' 아.. 희야 오랜만이네? 우리가게 처음 오지? 앉아 앉아~ 뭐 먹고 싶어? 말만해~ '
    (평소 유흥남은 본인을 굉장히 어렵게 대함. 자주 안 만나서 그런 것만은 아니란 걸 알고 있음)
     
    넷이서 자리에 앉으니 유흥남이 금방 테이블을 채워줬어요.
     
    직접 주방과 홀을 드나들며 음식들을 갖다주던 유흥남..
     
    그리고 유흥남의 등뒤에 어른대던 검은 그림자.
     
    입맛이 뚝떨어져 젓가락을 내려놓고 유흥남의 얼굴을 쳐다보니.. 많이 상해있더라구요.
     
    어김없이 본인의 눈을 피하던 유흥남. 어김없이 유흥남 뒤를 지키던 그림자..
     
    울렁거리는 속에 아무것도 들어가질 않아 물만 마셔대니 박군이 걱정을 했어요.
     
    ' 희야, 너 얼굴 더 하얘졌어! 체했어?'
     
    ' 응.. 좀 체했나? 속이 안 좋네.. '
     
    ' 야.. 안 되겠다. 희야 집에 데려다줘야겠다. 우리 먼저갈게. '
     
    박군이 일어서며 베프 + 여친, 유흥남에게 말했어요.
     
    유흥남은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못 먹고 가서 어떡해. 잠깐만 기다려. 포장해줄게 집에 가져가 '
     
    라며 보쌈을 포장용기에 담아 손에 들려줬어요.
     
    대충 인사를 한 후 보쌈집을 빠져나와 조금 걷다가 길바닥에 주저앉아버렸던 것같아요.
     
    업어준다고 쌩난리를 부리던 박군손을 잡고 한적한 데 앉아 박군에게 말했어요.
     
    ' 유흥남 오빠.. 진짜 뭔일 있는 거다. '
     
    ' ?? 뭐 봤어? 뭐 있어?'
     
    ' 응.. 괜히 저렇게 된 게 아닌 거 같애. '
     
    평소 유흥남을 개무시(?)하던 본인이였지만.. 유흥남의 등뒤에서 꼼짝않던 그림자까지 무시해버리기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속이 가라앉고 박군의 손을 잡고 말없이 집으로 향했어요.
     
    박군을 돌려보낸 후 집으로 들어가 손에 있던 보쌈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무너지듯 주저앉았는데.
     
    어디서 냄새를 맡고 나타난 건지 동생놈1, 2가 ' 보쌈 ' 이라고 씌여진 쇼핑백을 보고 달려왔어요.
     
    ' 누나! 이거 먹을 거야? ' (누가보면 굶겨 키우는 줄 알 꺼임. 식신1, 2)
     
    ' 어. 엄마아빠 드실 거냐고 여쭤 봐. '
     
    신이 나서 안방으로 달려들어간 막내가 엄마아빠를 모시고 나왔어요.
     
    동생들 못지않게 식성이 좋으신 아빠는ㅋㅋㅋ 이게 웬 떡이냐라는 표정으로 보쌈을 쳐다보셨고.
     
    엄마는.. 자리에 서서 한참을 쇼핑백만 쳐다보고 계셨어요.
     
    앞접시와 젓가락을 챙기던 막내를 향해
     
    ' ㅇ범아, 그거 놓지마라. 이거 먹지말자. ' 라고 한 마디 하신 엄마.
     
    아빠 + 동생놈1, 2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봤어요.
     
    ' 그런 거 먹는 거 아니야. 당장 내다버려라. ' 또 한 마디.
     
    눈 앞에 있는 보쌈을 못 먹게 된 게 서러웠는지ㅋㅋ 막내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엄마팔에 매달렸지만 역시나 울엄마는 단호한 여성.
     
    쇼핑백을 집어들더니 집앞 대문옆에 던지듯 놔두고 들어오셨어요.
     
    ' ...그거 안 먹고 그 채로 밖에 두면 고양이들이 헤집어놓을텐데.. ' 라는 보쌈을 아끼는 아빠의 말씀ㅋ
     
    ' 내일 날 밝으면 치울 거니까 그냥 물이나 한 잔 마시고 주무세요. ' 엄마의 말씀.
     
    엄마의 성격을 아는 식신1, 2, 3은 말없이 방으로 퇴장.
     
    다음 날, 박군을 만나 어제 가게에서 봤던 걸 자세하게 말해줬어요.
     
    지극히 현실적인 남성인 박군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 그럼 어떡하지? ' 라고 말했고.
     
    평소 싫어하던 유흥남이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유흥남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 오빠~ 저 희야에요~ '
     
    ' 어? 어.. 니가 나한테 전화를 다하고.. 무슨 일이야? '
     
    ' 물어볼 거 있어서요. 오빠지금 어디에요? '
     
    ' 나지금 가게야. 술집. 손님없어도 가게불은 켜놔야 하니까.. '
     
    ' 그쪽으로 갈게요. 박군도 같이요. '
     
    ' 응 그래.. 술자리 셋팅 좀 해놓을까? '
     
    ' 좋을대로 하세요. '
     
    통화를 끝낸 후 박군과 함께 유흥남의 술집으로 찾아갔어요.
     
    나이가 꽤 있는 종업원만 몇 명 있는 썰렁한 술집.
     
    룸으로 안내한 유흥남을 따라 들어가 앉으니.. 어제 보쌈집에서보다 훨씬 선명한 그림자.
     

    ' 물어볼 거 있다며? 말해 봐. 뭔데? '
     

    ' 오빠. 제말 이상하게 들려도 참고 들으셔야 돼요.
     
     잘은 모르겠는데..
     
     키는 이정도 되는 거 같고.. 허리정도까지 오는 머리에 구불구불 파마하고.. 누군지 알아요? '

     
    유흥남은 말이 없었어요.
     

    ' 누군지 아시냐구요. '
     

    ' 알아. '
     

    ' 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요?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에요? '
     

    ' 몰라. 결혼하기 전에 본 게 마지막이였으니까. '
     

    ' 어떻게 아는 사람인데요? 아.. 그냥 말하지 마요. 전화번호 알죠? 전화 한 번 해봐요. 지금. '
     

    ' 나 걔한테 전화  못해.. '
     

    유흥남은 말없이 술만 들이켰어요.
     
    몇 잔 연거푸 마신 후 유흥남이 꺼내놓은 이야기.
     
    A양과 교제를 시작하면서부터 만났었던 다른 여자분. (B라고 칭하겠음)
     
    유흥남의 바르지 못했던 사생활을 전부 알고 있었지만 유흥남을 참 많이 좋아했다고 했어요.
     
    B가 유흥남을 좋아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유흥남은 A가 더 좋아졌다는 것.
     
    거의 헌신적으로 유흥남을 사랑해줬다고 말했어요.
     
    재력이 대단하셨던 유흥남의 부모님과 역시 잘 알고 지냈던 A양의 부모님 또한 괜찮은 재력가.
     
    하지만 B는 가진 거라곤 빚밖에 없는 여자분이였다고 했어요.
     
    가족은 있지만 사정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살아, 혼자 좁은 집에 살았다던 B.
     
    결혼은 A와, 연애는 B와.. 이런 마음으로 만났던 걸 어쩌면 B도 알고 있었을 거라고 했어요.
     
    그렇게 몇 년을 양다리를 걸치며 생활했던 유흥남.
     
    부모님 뜻에 맞춰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아들이 기특해서 가게를 차려주신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만약 B와의 문제가 불거진다면 아버지에게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대요.
     
    A와의 혼담이 진행되던 중.
     
    유흥남은 B를 만나 지고 있는 빚의 금액을 물었고, B는 지나가듯 대답을 했었대요.
     
    가게를 차리기 직전, 유흥남은 돈을 모두 긁어모아 B에게 줬대요.
     
    헤어지자면서. 곧 결혼한다고. 있는집 딸이랑 결혼해서 평생 잘 먹고 잘 살 거니까 너도 이 돈 갖고 빚갚고 궁상 그만떨고 니 인생 살으라고.
     
    B는 한 마디 말없이 유흥남을 쳐다봤고, 그런 B를 놔둔 채 유흥남은 돌아서버렸대요.
     
    그게 마지막이였다고 했어요.
     
    그렇게 가게를 차리고.. 결혼을 하고.
     
    B의 언니라는 분에게 마지막으로 B를 본 게 언제냐고, 혹시 어디있는지 아느냐고 물어왔던 전화를 몇 번인가 받았었지만 유흥남은 외면하고 무시했대요.
     
    단순 실종이길 바랐었다고 했어요.
     
    개업식 전 날, 무속인이 ' 오빠 ' 라고 불렀을 때 떨리는 손을 감추기 힘들었다고도 했어요.
     
    와이프는 오빠라는 말을 쓰지 않고.. 유흥남을 오빠라고 불렀던건 B였으니까.
     
    연애 때부터 늘 긴생머리를 고집하던 와이프가 어느날 갑자기 발작적으로 구불구불하게 파마를 하고 들어왔던 날부터.. 그날부터 부부생활도 어긋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어요.
     
    긴얘기를 털어놓고 '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 ' 라며 한숨 쉬던 유흥남.
     
    본인은.. 정말.. 나오는 욕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나 인생 살면서 내가 이렇게 욕 잘하는 줄 이 날 처음 알았음)
     
    유흥남을 쳐다보는 박군의 눈도 이미 싸늘.
     
    어디에 있는 건지.. 어떻게 된 건지부터 알아야 달래주고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 개업식날 왔던 무속인 찾아가 보세요. 헛소리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까. '
     
    라고만 말해주고 욕을 삼키며 박군과 함께 집으로 왔어요.
     
    밥얻어 먹겠다는 박군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서자, 날아오는 건 엄마의 등짝스파이크 X2
     
    ' 니들 쌍으로 어딜 갔다 온 거야!!!!!!! ' 라며 당장 손부터 씻으라고 욕실로 밀어넣던 엄마.
     
    우리모녀는 그럴 때 쿵짝이 잘 맞으므로.. 말없이 손씻고 입었던 옷 벗어버리고 밥을 먹었어요.
     

    ' 어제 그 보쌈, 아침에 치우려고 나가봤는데 건들지도 않고 그대로 있더라.
     
     다른 거 같앴으면 고양이들이 그냥 냅뒀겠어? 그것들도 아는 거지.. ㅉㅉ
     
     박군 너, 이상한 놈들 만나지도 말고 희야도 끌어들이지마라.
     
     아무래도 니엄마한테 전화해서 주의 좀 주시라고 말씀드려야겠다. 남의 자식 때릴 수도 없고..;; '

     
    ' 어! 어머니.. 사람 잘 가려서 만나고 다닐게요ㅠㅠ 집에 전화는 하지마세요ㅠㅠ 죄송해요.. '
     

    ' 내 말 허튼소리로 듣지마. 죄송하면 밥이나 한 그릇 더 먹어라. '
     

    ( 제삿상에 올라갔던 음식은 유난히 그 맛이 떨어진다던 말이 있음.
     
     엄마말과 본인의 촉을 합해본 결과, 보쌈집의 음식이 맛이 없었던 이유가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가 됐음.)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얼굴이 반쪽이 된 채 나타난 유흥남은.. 이미 가게를 전부 정리한 후였어요.
     
    본인이 말했던대로 무속인의 집에 찾아가니, 무속인이 무지막지하게 화를 냈다고 했어요.
     
    집에 발도 들여놓지 말라면서.. 온갖 쌍욕을 다하던 무속인에게 빌고 사정하니..
     
    정말 마음 아프게도 B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말.
     
    죽어서도 편하지 못하고 유흥남의 뒤에 서 있었다는 B.
     
    어디로 간 건지, 어디에서 죽은 건지도 모른다며 뒤늦게 울며 후회하던 유흥남에게 무속인이 해준 말은,
     
    ' 바다가 보인다. 자꾸 바다만 보여. 거기가 어디길래 그렇게 놓지를 못할까.. '
     
    바다. 어릴 적부터 가정 형편이 좋지 못했던 B는 한 번도 바다에 가본 일이 없었다고 해요.
     
    유흥남의 차에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며 좋아했던 B가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어요.
     
    무속인의 눈에 보였던 바다가 아마도 그 곳일 거라고 생각했대요.
     
    ' 달래주는 굿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근데 넌 지금 정말 떳떳한 거냐? ' 라고 물어보던 무속인의 질문에.. 

    유흥남은 대답을 할 수 없었대요.
     
    고민 후 부모님과 처가집, 와이프에게 사실을 전부 털어놓은 후 사죄를 드렸다고 했어요.
     
    크게 실망하셨던 부모님, 장인어른, 장모님, 와이프까지.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 이혼을 시키네 마네 큰소리가 오가고..
     
    당분간 별거하며 시간을 가지자며 짐을 싸들고 나간 와이프.
     
    그렇게 모든 걸 다 놔버린 후 유흥남은 다시 무속인의 집에 찾아갔대요.
     
    처음과는 달리 어서 들어오라며 반겨줬다던 무속인.
     
    ' 들어설 때부터 알아봤어. 이제 힘 합쳐서 좋은 곳으로 보내주자. ' 라고 말을 하며 달래주는 굿을 하기 위한 시간과 장소를 일러줬대요.
     
    B의 마음을 달래 좋은 곳으로 보내주기 위한 굿, 정성이 끝난 후.
     
    유흥남은 신원확인이 안 된 익사자, 실종자 등을 찾아 헤맸지만.. 끝내 찾을 수 없다고 했어요.
     
    철없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많이 사랑해줬던 사람에게 몹쓸 짓 했다며 울곤 했어요.
     
    집안에서 축출당하고, 별거하고 있는 본인의 꼬라지가 너무나 당연한 거라며.
     
    전.. 유흥남보다는 B라는 여자분이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유흥남은 인과응보일 뿐.)
     
    자살을 한 후 마음 아프게 떠다녀야 했을 그 여자분을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길닦아주며 달래줬던 무속인이 있었으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다음에 태어나면 정말 좋은 세상 사실 거라고. 믿고 싶어요.
     
    아.. 역시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입니다!
     
    사람마음 가지고 장난치는 건 정말 할 짓이 아니라고 봐요.
     
    댓글중에 ' 어떻게 연애를 그렇게 오래 해요? ' 라고 물어보셨던 분이 계셨는데요.
     
    음.. 박군과 저는 감정표현에 솔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화난 거 숨기며 꽁해있지 않고 그냥 바로 말해서 풀어버리고. (안 풀리면 물어버리는 것도 OK)
     
    좋고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러울 때, 밀당이랍시며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것.
     
    전.. 마음을 숨기면 행동도 숨기게 되는 거라 믿거든요.
     
    숨은 행동의 끝에는 거짓말이 따라붙겠죠. 거짓말이 쌓이면 의심으로 가게 될 거구요.
     
    그냥 애초에 그런 거 없이 좋을 때 좋다! 싫을 때 싫다! 라고 표현하는 게 서로의 정신건강에도 유익할 거라 믿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감정표현에 솔직하면 자주 싸울 수도 있는 단점을 간과하지마오ㅋㅋㅋ)
     
    음.. 어떻게 마무리 하지?
     
    뿅.






    안녕하세요. 29女입니다.

    장기출장 때문에 오랜만에 글쓰게 됐어요.

    달아주신 댓글들도 오늘 아침에야 한 번에 몰아서 봤다는;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

    악플들은..음ㅋㅋㅋ 그냥 그러려니 하려구요.

    오픈된 공간에 사적인 얘기 찌끄리면서 악플이 하나도 없기를 바라는건 말도 안 되니까요.

    허허허허허.
     
     
     
    앞 글들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 저희 외할머니는 무속인이세요.
     
    항상 집으로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어찌보면 피곤한 일을 업으로 삼고 계세요.
     
    그래서 엄마와 본인은 최대한 자주 할머니댁으로 찾아뵈며 지내고 있어요.
     
    ( 뭐.. 본인이 할머니 곁에 있는다고 크게 도움된다거나 하는 일따윈 없음ㅋㅋ
     그냥 본인이 할머니 보고싶어서 가는 게 더 가까움ㅋ )
     
    본인이 학생이였을 때.
     
    방학이면 거의 할머니댁에서 지내다시피 했었거든요.
     
    여름방학이 되어 동생놈 1, 2를 끌고 외가로 내려갔어요.
     
    동생놈들을 똥개마냥 온동네를 휩쓸고 돌아다니고, 본인은 학점의 압박ㅋㅋ으로 빈방에 엎드려 책을 폈어요.
     
    졸며 책보며를 반복하며 비몽사몽하고 있을 때쯤,
     
    마당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리기에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어요.
     
    어떤 처음 보는 아저씨가 마당에 서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더라구요.
     
    할머니는 신집에, 엄마와 외할아버지는 시내에 나가고 안 계실 때라
     
    ' 어떻게 오셨어요? ' 라고 물으며 아저씨에게 다가가니
     
    ' 아.. 점보러 왔는데요.. ' 라며 대답했어요.
     
    슬쩍 얼굴을 보니.. 좋지 않은 인상, 느낌, 분위기의 집합체.
     
    이목구비가 못 생겨서 안 좋은 인상이 아닌, 그냥 스스로의 마음으로 안 좋아진 인상이랄까..
     
    어쨌든 점을 보러 온 사람이니 잠시만 기다리라 말한 후 신집 대문 앞에서 할머니를 불렀어요.
     
    ' 할머니! 찾아온 사람 있어요! '
     
    ( 평소 할머니는 당신의 아들, 딸, 손주들이 신집 근처에 얼씬거리는 걸 질색하셨음.
     특히 울엄마와 본인은 접근금지 수준임. )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할머니를 부르자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나오셨어요.
     
    ' 할머니, 어떤 남자가 할머니 뵙겠다고 찾아왔는데;; '
     
    ' 신집으로 오라고 해라. 넌 빨리 집으로 내려가 있고. '
     
    집으로 내려가 ' 저쪽에 있는 집 보이시죠? 저희 할머니 거기 계시니까 가보세요. ' 라고 아저씨께 알려드린 후 본인은 다시 책을 펴들었어요.
     
    한참이 지난 후 할머니가 집으로 내려오셔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 희야, 잠깐 나좀 보자. '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그 남자가 할머니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어요.
     
    ' 희야, 부엌에 들어가서 소금 좀 가져와라. '
     
    ' ?? '
     
    할머니의 말씀을 들은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뭔가 중얼거리며 할머니께 부탁하는 것 같았어요.
     
    무슨 말을 들은건지 할머니는 서 있는 남자를 둔 채 안채로 들어가버리셨어요.
     
    쌩하니 들어가버리신 할머니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남자는 중얼중얼 욕을하며 마당에 침을 뱉곤 나가버렸어요.
     
    저러니 인상이 안 좋지; 하고 생각하며 부엌에서 소금을 가져다가 뿌리곤ㅋㅋㅋ
     
    할머니가 계신 안채로 갔어요.
     
    ' 할머니~ 들어가도 돼요? '
     
    ' 들어와라. '
     
    방문을 열고 들어서서 할머니 옆에 앉았어요.
     
    ' 할머니. 소금 가져다 대문 앞에 뿌렸어요. '
     
    ' 잘했다. 저런놈들이 내집에 들락거릴 때마다 머리가 울려.
     아까 그 놈 조만간 다시 찾아올 거니까 그 때는 면전에 대놓고 소금 뿌려라. '
     
    평소에 할머니는.. 할머니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얘기를 거의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방금 그 남자가 무슨 말을 했던 건지 궁금했지만 여쭤 볼 수 없었구요.
     
    눈을 감고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눈을 뜨시곤,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 희야, 너 이 할미가 죽을 날 받아놓은 상태라면 어떻게 할 거냐? '
     
    ' 할머니 그런 소리 하지마요. '
     
    ' 궁금해서 그런다. 그럴 때 내새끼는 어떻게 할지. '
     
    ' 울며불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신들에게 기도할껀데;; '
     
    ' 그럼 니엄마랑 아빠가 그런 상태라면? '
     
    ' 하나님 부처님 다 찾아가며 기도하겠지.. 아근데 할머니 이런 말씀 안 하시면 안 돼요? '
     
    할머니는 씁쓸하게 웃으시더니 말을 꺼내셨어요.
     
    아까 그 남자가 할머니앞에 찾아와 했던 말은.
     
    그 남자의 어머니가 병으로 위독한 상태라고 했어요.
     
    남자의 어머니는 재산이 엄청나게 많은 분이구요.
     
    자식이 4명이 있지만 아무에게도 재산을 나눠주지 않은 상태였대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자식들끼리 재산싸움이 날게 불보듯 뻔하니, 용한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찾아왔었다고 했어요.
     
    한 마디로 위독한 어머니의 상태가 걱정되어 찾아온 게 아닌, 재산을 지키는 방법을 알기 위해 찾아왔던 거죠.
     
    다른 형제들이 손을 못 쓰게 기도를 하던 굿을 하던 해서 재산이 자기 앞으로 돌아오게 만들어주면 사례는 넉넉히 하겠다고도 했대요.
     
    ' 위독하다는 자네 모친 걱정은 안 되는가? ' 라고 할머니께서 묻자
     
    ' 저희 어머니는 사실만큼 사셨어요. 넘치는 돈으로 호강도 충분히 하셨구요. '
     
    라고 남자가 대답했다네요.
     
    하지만.. 할머니의 눈에 보이는 건 달랐대요.
     
    그 남자의 어머니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는 것.
     
    남자 주위에 어른거리는 게 보였지만 그건 남자의 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있었다는 것.
     
    ' 자네 모친은 앞으로 10년은 너끈히 살아내실걸세. '
     
    남자의 표정이 굳어졌대요.
     
    ' 의사가.. 의사가 이미 가망이 없다고 했어요.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면 받을 재산으로 사업하려고 이미 일도 벌려놓기 시작했는데.. '
     
    천하의 나쁜놈이죠;; 부모가 오래사신다는 말에 기뻐하지는 못할망정..
     
    ' 어차피 사실만큼 사셨는데.. 그냥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굿이라도 해주시면 안 될까요? '
     
    이런 쓰레기 같은 말까지 할머니앞에서 늘어놨다고 해요.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할머니는 남자에게 말씀하셨대요.
     

    ' 나도, 병원에 있는 의사들도..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자네 모친은 지금 의식없이 누워 계시지.
     
     사람의 의식이 잠시 몸을 떠나있을 때 어디에 머무르고 있을까?
     
     몸을 떠나 자유롭게 날 수 있다면..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보러 가지 않겠나?
     
     부모에게 자식보다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없지.
     
     자네 모친의 의식이 지금 여기 가까이에 있다면, 자네가 쏟아놓은 말들을 듣는다면..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보게.
     
     그리고 곧 큰일 생길테니 내 말 잘 기억하게. '
     

    할머니는 그말씀만 던져놓고 집으로 내려오신 거라 했어요.
     
    남자는 구질스럽게 할머니 뒤를 따라왔지만 소득이 없자 욕을하고 가버린 거였구요.
     
    ' 할머니, 그 큰일이 뭔지 물어보면 안 되죠? '
     
    ' 그 놈 조만간 다시 올 거니까 그때되면 알게 될 거야. '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정말 그 남자는 다시 집으로 찾아왔어요.
     
    그 날 아침에 ' 희야, 대문 잘 잠궈둬라. ' 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대문을 꼭꼭 잠궈뒀구요.
     
    (평소에는 대문을 닫아놓지 않음)
     
    그 남자는.. 처음 찾아왔을 때 이리 흘끔, 저리 흘끔 쳐다보며 조용조용 두리번거리던 사람이였는데..
     
    이번에는 대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며 난리를 피웠어요.
     
    그날따라 신집이 아닌 거주하는 집의 안채에 계시던 할머니가 대문을 열어주셨어요.
     
    문을 열어주자 벼락 같이 뛰어들어와 할머니 치맛자락에 매달리며
     
    ' 살..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세요.. ' 라며 울부짖었어요.
     
    할머니는 특유의 냉정한 표정으로 남자를 빤히 내려다보고만 계셨어요.
     
    남자는 무릎 꿇고 살려달라며 빌고 있었구요.
     
    제정신이 아닌 듯한 남자를 쳐다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건 버스, 차도, 구급차.
     
    누가 교통사고가 났군.. 하며 생각할 때,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 자네 모친은 어떠신가? '
     

    ' 저희 어머니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제 딸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가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구요! '
     

    ' 그건 나도 알아. 자네 모친은 어떠시냔 말일세. '
     

    ' 왜 자꾸 그걸 물어요? 나도 몰라요! 제발 제딸좀 살려주세요.. 뭐든 다 할테니 제발 살려만주세요.. '
     

    할머니는 성큼성큼 부엌으로 들어가시더니 소금 한 바가지를 들고 나와 남자에게 뿌렸어요.
     

    ' 저번에 알아듣게 얘기해줬으면 적당히 해야지.
     
     자네 모친 죽으라고 그렇게 속으로 기도를 해대는데, 사단이 안 나는 게 이상한 거지.
     
     내가 말했지. 몸을 떠난 의식이 어디에 머무르고 있을지 생각해 보라고 했지.
     
     자네 딸이 멀쩡히 걸어가다가 왜 달리는 버스로 뛰어들었을까?
     
     사람의 의식이 몸을 떠나면 어린아이처럼 단순해지지.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사람의 영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도 당연한 거야.
     
     자네 모친이 앙심을 품고 자네 딸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말이 아닐세.
     
     세상에 그런 부모는 없어.
     
     모든 일이 사람의 의지에 좌우되는 건데, 자네가 울고빌며 모친의 쾌차를 기도했다면 자네 모친은 벌써 자리 털고 일어났을 걸세.
     
     악한 마음으로 악한 생각만 하니.. 자네 주위에 나쁜 영들만 붙어있는 거야.
     
     자식들 주위를 맴도는 자네 모친의 의식, 자네의 악한 마음 때문에 들러붙어있는 나쁜 영, 그리고 어리고 기가약한 자네 딸까지. 

     이제 알겠어?
     
     자식이 사경을 헤매니까 이제야 좀 간절한 마음이 드나? '

     
    남자는 무릎 꿇고 앉은 채 어린애처럼 펑펑 울었어요.
     
    할머니는 남자를 데리고 신집으로 들어가 부적을 써주셨다고 했어요.
     
    부적을 손에 꼭 쥔 남자는 거듭거듭 인사를 하며 돌아갔어요.
     
    ' 저런 심성 가진 놈은 역겹지만 다친 어린아이가 안 됐구나.. ' 라며 할머니는 혀를 찼어요.
     
    참..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렇게 다를 수가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네요.
     
    그런 일들을 겪으며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고..
     
    개학이 코앞이라 서울로 올라오려 준비할 때쯤, 남자는 다시 찾아왔어요.
     
    어머니와 딸이 점점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며,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찾아왔댔어요.
     
    처음 봤을 때보다 조금은 나아진 인상.
     
    ' 저.. 소문으로 듣기에 돈은 웬만하면 안 받으신다고 들어서요.. ' 하며 남자는 인삼 한 꾸러미를 내밀었어요.
     
    ' 이런 거 필요없으니까 가져가 달여서 모친이나 떠먹여 드리게. '
     
    ' 사양하지 마시고.. '
     
    ' 아 필요없데도! '
     
    남자는 머쓱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돌아갔어요.
     

    ' 희야, 저놈 얼굴 봤지? 니 생각이 맞다. 좋아진 거야.
     
     심보를 곱게 쓰려고 억지로라도 노력을 하면 나중에는 그 노력이 몸에 밴 습관이 되는 거다.
     
     사람 심보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 심보가 곱고 표정이 밝으면 어두운 것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단다.
     
     억지로라도 웃어라. 아니면 남이 웃을 일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해라.
     
     너로 인해 다른 사람이 웃는 걸 보면 너도 모르게 같이 웃고 있을 거다.
     
     할미말 잊으면 안 된다. '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할머니가 하신 말씀은 항상 기억하고 있지만, 그게 또 매번 실천하기가 어렵잖아요.
     
    (나만 그런가? 의지박약 -_-)
     
    그래서 본인은 남이 웃게 만들어 주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다른 사람이 나로 인해 화내거나 기분나쁘지 않도록 하는 걸로 할머니 말씀을 지키려고 노력 중입니다. (노력만.. 노력만..ㅠㅠ)
     
    아.. 간만에 썼더니 힘드네요;
     
    출장 갔다 완전 방전돼서 돌아오고 며칠 쉬고 나니 내일부터 다시 일해야 하네요ㅠㅠ
     
    남은 일요일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뿅~  
    출처 판 흠냐 님

    http://pann.nate.com/b319813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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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pann.nate.com/b320053252
    gerrard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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