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은 참 많지만 그 중에 한가지.
복숭아를 유난히 좋아하는 제가 어느 날 복숭아 한 상자를 사서 유모차 밑에 있는 바구니에 싣고 오는데
폐지를 줍고 계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그걸 보시고는 그거 얼마나 하더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래서 얼마얼마 합니다. 했더니 아고 비싸다..우리 할멈도 복숭아를 참 좋아하는데..하시더니 폐지가 담긴 리어카를 끓고
휘적휘적 가셨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지나가더군요.
이 복숭아를 좀 나누어 드릴까. 괜히 동정한다고 기분 나빠하시면 어쩌지. 그 때 당시 형편이 어려웠던 저도 큰 맘 먹고 산 거라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해서 망설여지기도 하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깐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활아버지는 횡단보도를 건너 벌써 저만치 가고 계셨습니다.
뛰어가서 드릴까 싶기도 했지만 유난 떠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어영부영 집에 오고 말았습니다.
집에 와서 한참을 복숭아 상자를 내려놓지도 못했네요.
내 생애 제일 맛없는 복숭아였습니다.
올 해 스무살이 된 우리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마트 다녀오던 길에 생긴 일이였으니 벌써 십년도 더 된 일이네요.
그 후 밖에 나갈 적마다 우연히라도 한 번 더 뵙게 되면 꼭 복숭아 한 상자 사드려야지 하고 유심히 살펴보곤 했었는데 한 번도 못뵙고 세월이 이렇게 흘러버렸습니다.
그래도 이 때쯤, 복숭아 철이 돌아오면 그 분이 생각나면서 그 때 복숭아를 드리지 못했던 게 두고두고 후회됩니다.
지금은 길 가다가 노인분들이 뭘 팔고 계시면 필요가 없더라도 꼭 팔아드리는 걸로 마음의 짐을 좀 덜어보고자 하지만 뭐 잘 되진 않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별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제게는 마음에 콕 박혀있는 가시처럼 지금도 건드리면 아픈 후회되는 일 중에 하나입니다.
뭐 주절주절 그냥 써봤습니다.
어케 끝내야 하나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