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정말 화창한 날이었지.
아니 오히려 더웠던 거 같아.
지퍼를 열었을 때, 썩은 냄새가 바로 올라와서
토할 뻔 했으니까
근처 산에 묻을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렌트했었는데,
집에도 없는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어서
정말 최고였지.
하루지만 꽤 멀리 갔었으니까
초여름인 걸 잊을 정도로 행복했어.
사실 잠깐이지만 트렁크 쪽은 기억도 나지 않았어.
휴게소에 들려서 멀찌감치 차를 세워두고
커피 한 캔을 사서 담배를 태우면서
잠깐 그늘진 벤츠에 앉았었는데,
휴가철도 아닌데 사람이 꽤 있더라고
그 더운 날에 말야.
어쩔 수 없이 빨리 차로 돌아갔지
차까지 빌려가면서 이렇게 멀리까지 왔는데
저 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도 눈치채면
망하니까
정말 오랜만에 찾아갔었지.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돌아가시고
종친회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선산에
한 자리에 두 분을 모시고 그 후로
단 한번도 찾아올 수 없었지. 마음이 너무 힘들었거든.
소주 두 잔과 북어포를 올려두고 절을 했었지
고개를 들 수가 없더라고.
그렇게 오랜 시간 찾아오지 않았던 것이 죄송했으니까.
그래도 자식인데 이해해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 곳에 묻었어 거기라면 아무도 파헤치지 않을테니까.
시체도 두 구, 무덤도 두 곳이었으니까 딱 맞잖아.
돌아오는 길에 좀 들떴었나봐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서
꽤 오랜 시간 머뭇거렸었으니까
그 때 과속을 해버린거지
그게 그렇게 후회스럽더라고
아.. 조금만 신중했더라면
핏자국과 장갑과 삽을 처리했더라면
그래도 다행이야
공소시효가 어제로 끝났으니까
정말 잘 숨겼지. 이제 찾아도 아무런 상관없어.
병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