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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86761
    작성자 : 슬픈자료
    추천 : 83
    조회수 : 4007
    IP : 218.48.***.8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3/11 21:28:03
    원글작성시간 : 2005/03/11 21:03:23
    http://todayhumor.com/?humorbest_86761 모바일
    故최해란 선수의 명복을 빌며..
    많은 분들이 알아야 할듯 싶어

    이 글을 퍼옵니다.

    최해란과 이은주


    스물 세살의 여자축구선수가 한 모텔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아주 짤막하게 뉴스란 귀퉁이를 채웠다.

    비슷한 또래의 여배우가 같은 방법으로 세상을 등졌을 때는
    세상 모두가 슬퍼해야 하기라도 하듯 온갖 매체가 비통에 잠겼지만
    여자축구선수의 죽음에 눈길주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물론, 모든 자살과 죽음에 일일이 슬퍼하거나 관심둘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2주 간격으로 벌어진 일에 대한 반응이 너무도 판이하다보니
    가벼운 어지럼증이 난다. 매체 어디를 뒤져도, 짧은 단신으로
    사라진 여자축구선수에 대한 기사는 한 손에 꼽을 정도 뿐이다.
    아니, 이름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최해란. 11살때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그녀는 대학시절 전국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일이 있는
    유망주로 얼마전까지 서울시청 축구팀에 몸을 담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성적에 대한 중압감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다. 23년 생에 비하면 짧기만한 석 장짜리
    유서에서 남겨질 어머니를 한없이 걱정했다는 그녀는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의 대부분을 어머니에게 송금하며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녀의 빈소를 다녀왔다는 네티즌의 글에 따르면
    어린시절부터 허기진 배를 물로 채워가며
    공을 찬 그녀의 영안실에는 그 흔한 축구 단체 어디에서도
    조화 하나 보낸 흔적이 없다고 한다. 장례비 걱정으로
    슬퍼할 여유조차 없어보였다는 그녀의 어머니는 망연자실
    하소연만 하고 앉아있었다고, 그렇게 전했다.

    박주영을 따로 불러 다독이던 회장님이나 '여자축구 발전'을
    앞당기겠다며 남자팀 강제해산하고 여자팀을 신설한 시장님께서는
    이미 다녀가셨던 것일까? 모를 일이다. 다녀갔다면 응당 있어야 할
    조화조차 없었다고 하니. 아니, 시장님께서는 자신이 칩으로 있는
    시청팀의 선수가 스스로 목숨 끊은 일을 알고는 계시려나.

    죽은 그녀가 축구선수였다는 이유만으로 축구단체나
    지역단체장에게 트집잡으려는게 아니다.
    열악한 아마추어 스포츠의 현실은 그녀가 삶에 등을 돌리게 한 주된 요인 중의 하나였다.
    그렇다면, 축구단체든 회장님이든 시장님이든, 그냥 이렇게 모른척
    지나가는건 예의가 아닌게 아닐까.현장에서 취재하는 입장이 아니라
    정확한 내막은 잘 알지 못한다.
    (누가 제대로 취재해서 보도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녀의 팀동료와 친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에 따르면
    서울시청팀은 얼마 전 전국체전때 무명의 대학팀에게
    패배한 뒤 강훈에 강훈을 거듭했다고 한다.
    패배한 날, 감독님께서는 뒷정리하는 선수들을 경기장에 내버려둔채
    혼자 팀 버스를 타고 사라졌다고 한다.

    "너희들은 걸어와"라는 말도 함께 남겨두셨다지.
    그 뒤로 강훈은 시작됐고, 선수단은 합숙과 전지훈련을 반복했다 한다.
    숙소를 이탈한 그녀가 모텔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것은
    그렇다면 그녀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 또다른 잘못이나
    문제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설령 그게 전부하래도 이렇게 외면하는건
    너무한 일 아닐까.수많은 죽음과, 자살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축구판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축구팬이라 자부하는
    사람들만이라도 한번은 더 깊이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그 좁은 판에서도 '승리'만이 유일 목적이어야 하는 우리네
    스포츠계 현실은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언제까지 이렇게 좁은
    틀 안에서만 허덕여야 하는 것인지. 아무리 승부가 지고의 선인 것이
    스포츠라지만, 몇개 팀 되지도 않는 아마추어 종목에서 한 경기
    이기고 지는 것이 이처럼 한 젊은이의 삶을 괴롭게 만들
    정도가 되어버렸다면 그건 정말 잘못된 것 아닌지.

    아무렇지도 않게 '승부에 대한 중압감때문에 자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팀 관계자의 말은 그래서 더 무섭다. '승부에 대한 중압감'이
    한 젊은이의 생을 위협할 정도로 무겁다면, 그리고 그게 마치
    당연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면 그 판은 정말 제대로
    돌아가는 판인 것인지. 주절주절 뇌까려봐도 당체 알 수가 없다.

    그 좁은 판에서도 이것저것 다 따져가며 또다른 유망주(박은선) 대학
    안가고 바로 실업갔다는 이유로 선수생활도 못하게 하는 이놈의 시스템은
    정말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인지. 손 놓고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는 사이
    스물 셋 젊은 생명 하나 끊어졌다. 아무도 관심갖지 않기에 여기서나마
    길게 중얼거려본다. 부디, 좋은 곳에 가소서...

    최해란 선수1983. 3 ~ 2005. 3강일여고-영진전문대-
    서울시청2002년 퀸스컵 득점왕* 빈소 : 광주 미래로21 병원 영안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사진출처 : 서울시 체육회 홈페이지)+)
    그녀가 어느 모텔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3월 3일은,
    그녀의 스물 두번째 생일을 꼭 엿새 남겨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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