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 눈팅만하다가 처음 쓰게되는 글이 이런거라 굉장히 심란합니다.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 같아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네요.
저랑 남자친구는 CC로 햇수로는 4년된 커플입니다.
연애를 시작할 때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구애로 고무신 거꾸로 신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사랑과 관심을 받는 쪽이라 이런 거 전혀 생각지도 못했네요.ㅠㅠ
말도 참 잘 통하고 정 많고 참 어른스러운 사람이라 시간이 갈 수록 제가 더 좋아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저에게 많이 의지가 되고 사람냄새나는 사람이었습니다.
애교많고 닭살스러운 거 싫어해서 주변에서 저희를 편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권태기 같은거 느끼지도 못할 만큼 서로 편한사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개강을 하고 고학년이 되어서 서로 시간내서 짬짬히 보고, 바쁜거 이해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찰나
갑작스럽게 고백을 받았습니다.
바람피웠다고..
그 상대는 랜덤채팅에서 만난 여자
그것도 아픈여자
그것도 많이 아픈 여자.
처음 랜덤채팅을 했다고 했을 때 그 여자의 존재는 알고 있었습니다. 한달 전 정도에 얘길 하더군요.
아무리 우리가 오래만나고 했지만 다른 사람이니까 안맞는 부분도 있었겠죠. 남자친구는 저의 현실적인 점을 싫어했습니다.
이에 대한 일탈(?)로 랜덤채팅을 한 것인데, 거기서 그 아픈여자를 만난겁니다.
3년을 봐온 입장에서, 남자친구의 성격을 잘 아는 입장에서 아프다는 것은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정심이 많고 여리고 감상적이고 그런 사람이니 더 극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생각이요.
그런데 곰같이 둔하게 그냥 넘어갔어요 제가.
왜냐면 아픈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책임지기 힘드니까요.
잘못하면 아픈사람 가지고 장난친것 밖에 안되는 그런 일을
남자친구가 할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저는 솔직히 다른 이성에 대한 호기심 같은거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남자친구 스스로 정리하고 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나 봅니다.
오늘 그여자랑 계속 만나고 있고 계속 만날 것이고 너한테 미안하지만 그여자는 나없음 안되는 사람이라고하면서
제가 헤어지자고 하길 바라는 눈치였어요.
그리고 제가 먼저 눈치를 챘지만 그여자랑 잤답니다. 항암치료로 머리 한올 없는 그여자랑.
처음에는 그 잤다는 사실이 너무 배신감이 들어서 화가나서 때리고 던지고 했지만
저는 솔직히 헤어질 자신이 없습니다.
뻔뻔하게 말하는 그 얼굴이 두려워서 얘기하다가 그냥 집으로 먼저 돌아왔어요.
3년본여자가 3주 본 랜덤채팅에서 만난 여자보다 의미가없냐
그렇게 물어보면 응 하고 대답할 거 같아서 무서웠어요.
이 일이 있기 일주일 전부터 이상한 질문
나 없으면 죽는 여자한테 나를 양보할 수 있냐
이런거 물어보는 것과
다른 작은 행동들이 맞물려서
이해가 되다 보니까 너무 서러워서 미칠거 같았어요.
이렇게 뻔뻔해도 되나요?
어떻게 3주, 그것도 지방사는 여자라 치료받으러 서울 올라온 거니 3주도 안되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이랑 3년을 한시도 떨어져있지않고 대소사, 집안일 뭐 다 아는 가족같은 사람을 비교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단순이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불쌍한 마음이 합쳐서 이런 지경에 다다른것 같습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끝까지 저의 핑계를 대는 그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지금도 그여자와 함께 병원에 있다고 제 전화를 끝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제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갑자기 떼어진 느낌이라 다소 구질구질하게 굴게 되는 것 같은데
절 만나면서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아 싫었다고하는데
자신을 잃어버린 건 제가아닐까합니다.
왜 우리가 헤어지고 난 다음에 후회할 남자친구가 걱정이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어떻게 해야할까요ㅠㅠ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충격도 너무 크고 지금도 같이 있을 것을 생각하니 몸서리쳐집니다.
제가 화나서 그여자한테 나쁜말을 했다고
미간을 찌푸리던 얼굴이 생각납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ㅠㅠㅠ
두서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속상하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