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베스트에 올라간 글, "탈퇴할 때 하더라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서울여대 재학생입니다"
에 대한 내용입니다.
탈퇴하신 것 같지만, 혹시나 싶어 올립니다.
개드립이란 사이트의 익명게시판에 올려진 글을 퍼오셨더군요.
좀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글을 남깁니다.
"학교에서는 돈을 다 줬고, 용역비를 어떻게 나눠줄 지는 용역업체의 책임인데, 엉뚱하게 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며 난리를 치고 있다"가 요지인듯 합니다.
1. 학교 재정이 어려워 임금 동결 및 예산 삭감이 이루어지는 가운데서도?
=> 직원 임금예산의 경우 총액을 보면 동결처럼 보이지만, 세부항목을 보면 정규직의 임금은 호봉상승분등을 반영하여 인상되었으나 임시직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동결'처럼 보이는 것뿐입니다. 작년에 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한 덕분이겠지요. 교원의 급여예산도 3.6인상되었습니다. 수업시수는 줄었는데 급여는 오른, 신기한 예산안입니다. 총장이 보낸 메일에 그렇게 적혀있다고 무조건 진실이라고 믿지마시고, 학교 홈페이지에 예산안 공개되어 있으니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2. 용역비내에서 조절은 업체가 알아서 할 몫?
=> 누구에게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으나, 청소용역계약시 용역비 산정은 인건비 + 일반관리비 + 업체이윤의 항목으로 이루어집니다. 서울여대와 용역업체는 시급 6,000원을 기준으로 올해 계약을 체결하였고, 청소노동자들의 2014년 시급은 6,200원이었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작년의 경우 학교와 업체간 5,700원에 계약한 후, 해당 업체에서 500원을 추가부담하여 시급 6,200원이 가능했습니다. 업체측 주장은 14억정도의 년 용역비로 계약하고 2억여원 가량을 손해보았다고 합니다. 학교가 바라는 것은 이것이겠지요. 얼마가 됐던 용역업체한테 내놓으라고 하라는 것.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하고 손을 씻었다던 로마인 빌라도처럼 말입니다.
3. 예산을 증액해 줬는데 더 올려달라고 아우성?
=> 노동조합에서 학교측에 예산 추가 증액을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서울지역 타 대학과 동일한 수준의 근로조건을 보장하라는 것. 2015년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소속 서울지역 13개 대학교(고대, 연대, 이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광운대, 한성대 등등)의 청소노동자 시급은 6,550원입니다. 작년보다 350원 인상된 것이고, 서울여대에서도 그만큼만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다만, 서울여대의 경우 이미 예산을 증액하여 더 올리기 힘들다 하니, 토요근무 인원을 조정하여 부족한 비용을 현재의 예산내에서 충당하자는 것입니다. 60명 전원을 매주 토요일 출근시켜 4시간씩 일하게 하지 말고, 꼭 필요한 건물에만 토요근무를 투입하자는 것이고, 이렇게 하면 학교측도 한푼의 예산도 증액할 필요가 없습니다. 토요근무도 서울여대와 용역회사간 계약에 포함된 내용이므로, 원청인 학교측이 계약내용을 조절해주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학교측에 요구하는 것입니다. '더 올려달라고 아우성'이라니요....
=> 한푼의 예산증액도 필요없는데 학교측이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저도 궁금합니다. 현재까지 들었던 유일한 답변은 "4년제 대학을 나온 계약직들도 월 120만원밖에 못받는다"였습니다. 대졸자도 월급 120여만원밖에 못받는데, 청소노동자들이 그보다 더 많이 받으면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학교 계약직의 상당수는 서울여대 졸업생들입니다. 학교측은 졸업생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 1~2년 써먹고 해고하면서, 저임금으로 예산 아끼고, 학교 취업률은 높이는 일거양득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계약직 노동자들과 청소노동자들을 마치 '계급'처럼 구분하는 발상도 웃기지만, 계약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자랑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더 웃긴 얘기입니다.
4. 학생들 피해?
=> 기숙사 문제를 왜 노동조합의 파업탓으로 돌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전체 청소노동자중 반수 정도만 민주노총 소속이고, 이 이원이 파업한 기간도 4월말의 일주일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는 파업이 아닌 농성을 중심으로 투쟁중이라 기숙사 생활의 불편과 노동조합의 파업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 '생계문제로 장난치지 마라'는 현수막이 학교를 향한 저주와 증오처럼 느껴진다고요?. "장난치냐"는 말은 노동조합이 파업과 농성에 돌입한 직후 학교측 관계자가 조합원들에게 했던 얘기입니다. 그 조롱에 대한 답일뿐입니다.
=> 고등어, 청국장의 악취. 청소노동자들의 한끼 식대는 2,000원입니다. 본관로비에서 농성에 돌입한 이후, 한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식사를 함께 해먹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받는 공간이었다면 그마저 힘들었겠지만, 행정관이었기때문에 염치불구하고 밥 좀 먹었습니다. 고등어, 청국장뿐만 아니라 김치찌개도 끓여먹고, 부추전도 부쳐서 본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께도 미안한 마음을 담아 한접시씩 돌렸습니다. '교내'라고 표현하면서 마치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처럼 포장하시는게 영 불편하군요.
=> '길에 누워계셨다'. 누가 들으면 길바닥에 누워 선탠이라도 즐긴 줄 알겠습니다. 아마도 20일 개교기념식 행사때 파업 한달여만에 처음으로 학교에 모습을 드러낸 총장님을 붙잡고 "우리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던 그때의 일을 얘기하시는 것 같습니다. 길에 누워계셨던 분들, 건장한 학교 남자 직원들과의 몸싸움에서 다치셔서 넘어지셨던 것이고, 119 응급차량에 실려 병원에 이송되셨습니다.
5. 교내 집회로 학습권 침해.
=> 올해 파업과정에서 총 4번의 집회가 있었습니다. 그중 3번은 정문에서 집결하여 본관까지 행진하고 본관안 로비에서 집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옥외집회시 학생들 공부에 방해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그렇게 했습니다. 그것마저 하지말라면..... 죄송합니다.
=> 노동조합은 자기 사업장내에서 집회등 쟁의행위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용자의 정상적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가 법상 쟁의행위입니다. 업무를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쟁의행위에 포함되지도 않습니다. 이 과정은 결국 누군가의 피해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헌법으로 보장하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약자이기 때문에 그에 대항할 만한 '힘'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점, 노동자들의 그같은 권리가 결국 사회전체에 유익한 결과를 낸다는 점등의 사회적 합의가 있기때문입니다.
=> 파업과 집회 자체를 불온시하거나 그 피해만을 부각한다면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집회를 할 수 없을 것이고, 파업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의 공부에 방해되는 소음에 대해 "우리는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조합도 그런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만 '대학'에서는 무조건 파업과 집회등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시면 그에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6. 총학생회의 현수막 철거
=>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청소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래, 3년째 비슷한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의 기사(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6624)를 참고하시면 좋겟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수막을 어쩌다 철거한 것이 문제가 아니고, 총학생회가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을 대해온 태도와 입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현수막등을 철거하고 나흘이 지났지만 총학생회는 아직도 노동조합에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이런 총학생회의 행태에 특별히 대응할 생각은 없습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고, '주인'인 학생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을'도 아니고 '병'인 청소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노동조합의 입장글에서도 밝혔듯, 이번 사태로 인해 깊이 상처받고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입니다. 노동조합은 서울여대 학생들이 더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함께 보듬고 지켜낼 생각입니다.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