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오유를 지켜본 사람은 아닙니다.
그리고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저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아주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성시대에 대한 공식적인 차단은 반대합니다.
이것이 여시에 대한 옹호로 비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 역시도 그 동안 여시에 대해 가졌던 모든 긍정적인 생각이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더는 상종도 하기 싫습니다.
우리는 이미 한 커뮤니티를 공식적으로 차단했습니다. 누구나 잘 아는 그 쓰레기 집단이죠.
그러나 그 차단으로 오유의 원천, 오유라는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는 본질에는 상처를 입었다고 봅니다. 나는 그 본질을 이념적으로는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는 개방성, 자유, 평등 등 여러 다른 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만, 이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닐까 합니다.
친목 금지, 닉언급 자제 등의 규칙은 개방이라는 본질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고, 수없이 많이 열렸던 콜로세움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개진할 수 있는 자유라는 본질이 민낯 그대로 드러난 한 형태였으며, 동성연애자에 대한 편견 없는 인정은 평등이라는 본질을 잘 보여준 한 사례였습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수없이 많은 논쟁이 열렸고 원색적인 비난도 오고 갔으며, 누군가는 이것에 실망해서 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다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기도 했지만, 결국 오유는 자기가 가던 길을 잠시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한 걸음씩 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본질과 완전히 동떨어진 한 가지 사례가 나는 일베 차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단 말고는 답이 없는 집단 맞습니다. 그것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오유는 그 차단으로 자신의 본질에 상처를 입은 것 또한 맞다고 봅니다.
오유인들이 "지금 이 시기에" 여시 회원들의 유입을 견제하고, 그들의 헛소리에 비공감을 먹이고, 말도 안 되는 개소리에 신고를 때려서 차단을 해 나가는 것은 적극 찬성합니다. 나 역시도 그런 것이 보이면 그들이 여기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겁니다.
다만, 누군가를 공식적으로 "앞으로도 영원히" 오유와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일베 하나로 끝났으면 합니다. 그건 여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오유와 지금의 오유 그리고 앞으로의 오유를 위해서, 비록 지금은 좀 힘들고 아니꼽고 짜증나더라도, 이런 선례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이것 말고는 길이 안 보일 수도 있지만, 늘 그랬듯이 우리는 길을 찾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