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훈련병 시절 이야깁니다.
때는 7월, 장맛비가 억수로 내리던 그 시기에 입대를 하고 전혀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내무실을 같이 쓰는 기분이란...
아~
근데 확실히 군대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모이더군요.
저랑 같은 내무실에 태권도 사범을 하다가 온 친구, 밖에서 어깨일(?)하다가 들어온 친구, 모델일 하다가 나이 스물하나에 애를 만들고 온 친구...
뭐 저처럼 평범한 대학생이 더 많았지만요.
야간행군도 끝마치고 훈련병 생활도 한 삼사일 남아서 나름 군생활에 적응했다고 착각하던 시기.
무더운 밤에 잠은 안 오고 심심한 나머지 조교들의 눈을 피해 슬슬 설이 풀리기 시작했죠.
저는 당시 일번초로 교관의 눈을 감시하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 태권도 사범이라는 친구가 갑자기 귀신야그를 꺼내더라구요.
" 아. 나 저번에 야간행군할 때 귀신 봤다. "
뭐. 당연히 안 믿었지요.
개인적으로 귀신의 존재는 믿습니다만, 그걸 본다는 이야기는 잘 안 믿습니다.
뭐랄까 걍 시선이나 좀 끌어보고 싶어하는 거 같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당연히 그 얘기도 안 믿었죠.
근데, 그 친구가 참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죠.
몇몇 야그가 돌더니 그 친구가 자기가 일산에 있을 때 겪은 이야기를 시작하더라구요.
" 내가 일산에서 있었을 때 이야긴데... "
" 어, 나 일산 사는데? "
누군가 봤더니 모델하다 온 친굽니다.
" 그래? 그럼 잘됐네. 그 왜 일산에 00사거리 있잖냐. "
" 어, 00사거리. 알아. 유명하지. "
사실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 ㅡㅡ;;
뭔가 사범친구가 조금 설명하니까 모델친구가 떡 알아차리는 걸 보니 ' 되게 유명한 곳인갑다 ' 싶었죠.
근데 모델 친구가 갑자기 얼굴이 굳는 겁니다.
" 어, 나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
그 순간 갑자기 전 내무실이 집중했죠.
아. 이거 잘하면 흥미진진해지겠구나. 이런 느낌?
" 그래? 그럼 계속 들어봐.
사실 그렇게까지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야...
아니. 솔직히 지금까지 내가 겪은 일중에서 가장 안 무서운 야근데, 걍 왠지 하고 싶네.
내가 그 날 친구들이랑 술을 진창 마시고 헤어져서 들어가던 길이었어.
근데 어짜다보니 00사거리를 지나게 된 거야.
뭐. 시간도 자정을 훨 지났고 사람도 없었지.
근데 사거리에서 뭔가가 보이는 거야.
참. 또 누가 사거리에서 술마시고 진상을 부리고 있나 싶었지. "
뭐. 다들 생각했죠. 아~ 그넘이 귀신이구나. 뭐 사실 별로 무섭진 않았습니다.
" 근데 이게 좀 행태가 이상하더라구... 라기보단 사람이 할 수 있는 행태가 아니더라구.
난 그 때 아. 또 봤구나. 싶었지.
어땠냐면 이게 한자리에 서 있다가 갑자기 뒤로 휙 날르더라구.
붕~ 하고 말이야.
그리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그리고 또 다시 붕~ 하는 걸 계속 반복하는 거지.
속으로 그놈 참 웃긴 놈일세. 그네 타나 싶더라. "
사범 친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뭐...사실 좀 김빠지더군요. 그닥 무서운 얘기도 아니고...
하긴 현실이 다 그렇지 뭐 싶었습니다.
근데 그 때 모델친구가 말을 꺼내더라구요.
" ...그 왜, 나 여자친구 있는거 말했지? "
이 친구가 애까지 낳았으면서 결혼은 안 하고 있더군요.
뭐. 일단 군대 제대하면 할거라나?
" 내가 서울에서 일이 있을 때였어. 마침 여자친구도 불러서 같이 놀다가 나는 서울에 남고, 여친은 돌아갔지.
나는 그 친구 택시 잡아주고 택시 번호판 찍어서 보냈어. 좀 걱정도 되긴 했지만... 번호판도 찍었고 택시기사 아저씨도 착해보여서...
근데 다음 날 아침 갑자기 전화가 온 거야.
폰번호를 보니 여자친구 어머니더라구...
그래서 무슨 일인가 받아보니, 여자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거야.
깜짝 놀라서 일도 팽개치고 병원에 갔지.
내가 그 날 그냥 보내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고...
근데 가보니 의외로 멀쩡하더라. 들어보니 00사거리에서 쓰러져 있었다고... "
아. 이 때 갑자기 뭔가 필이 돋더군요.
아. 혹시 본 건가?
" 의사 말로는 외상은 없고 단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거라고...
그냥 기절한 거라고 하더라. 기절했는데, 다행히도 사고도 안 나고, 이른 아침에 일찍 발견돼서 큰 문제는 없다고...
조금 있으면 퇴원할 거라고...
안심했지. 다행이 여자친구도 곧 정신을 차렸고...
근데 얘가 너무 무서워 하더라. 일어나자 마자 울고...
그래서 내가 한동안 계속 손잡고 있어줬는데 조금 안정이 됐는지 그 때 본 걸 얘기하더라고...
자기가 길을 건너고 있었는데...
도로 저 쪽에서 어떤 사람이 자길 바라보고 있었다는 거야.
처음엔 그냥 나처럼 늦게 돌아가는 사람인가 보다 싶었대...
근데...이 사람이...갑자기 휙-하고 없어지더니...
갑자기.
...
...
...
...
...
자기 눈 앞에 얼굴을 쑥 들이밀었대. "
아. 이 순간 소름돋았습니다.
글로 쓰니 별로 무섭지 않은데. 여튼 그 당시는 정말... ㅜㅜ
사범친구가 말하더군요.
" 아. 그 때 내가 본 그 놈인가 보네. 그게 사실은 붕~ 하고 오는 건데 여자친구는 가까이서 봐서...
갑자기 휙~ 하고 나타난 걸로 보였겠구나..."
" 어. 그래서 나중에 알고봤더니...
나도 들은 얘긴데... 예전에 거기서 사고가 있었대더라... "
이게 조금 가물가물한데 사고가 자주 났던 곳인지, 아님 걍 그 사고만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네요ㅡㅡ;
" 근데 그 이후로 거기서 유령이 나와서 자기가 죽기 직전의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는 거야.
탁~ 차에 치여서 붕~ 하고 날아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