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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6577
    작성자 : 루나틱프릭
    추천 : 10
    조회수 : 1754
    IP : 121.176.***.85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3/02 23:08:23
    http://todayhumor.com/?panic_86577 모바일
    뮤즈
    다소 읽기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술기운을 빌려 쓰는거라 전개가 이상해도 이해바랍니다.




    -에우테르페-

    음악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음악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그 옛날의 고전음악부터 지금의 일렉트로닉까지, 음악이란 각자의 방식대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날카로운 음률이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 헤집어놓는 그 기분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지도.

    뮤즈라는 존재를 아는지 모르겠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뭐시깽이들인데
    노래를 불러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하고,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요정들 말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뮤즈가 있다고 한다. 당신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그런 존재들.

    때로는 연인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고.
    어떤 행위일 수도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어떠한 시각적인 무언가일지도 모르지.
    잘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어떤가.
    나의 뮤즈... 사랑스러운 나의 음악의 요정 말이야.

    -에라토-

    내 기억에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었다. 사람들이 보기엔 어땠을 지 모르지만
    최소한 나의 눈에는 그 어떤 비너스보다도 아름다웠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처음 만난 순간은 그저 그랬다. 나는 조원, 그녀는 조장.

    그래, 그녀가 나의 뮤즈였을 것이다.
    육감적인 몸매와 각선미, 도도한듯 귀여운 얼굴과 그 훔치고 싶은 촉촉하고 달콤해보이는 입술까지도.
    어째서인지 그녀는 나를 보면 웃음짓고 가끔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다.
    가끔씩 등을 찌르는 시선에 뒤를 돌아보면 황급히 내 눈을 피하던 그녀의 모습도.

    그녀만 생각하면 나는 영감이 매우 솟구쳐올랐다.
    포르티시시모 같은 격정적이고 뜨거운 움직임, 
    거칠어지는 숨결, 마치 크레센도와도 같은.
    그리고 절정의 순간에 마침내 찾아오는 카타르시스.
    내가 남긴 흔적들이 그녀와 나의 씨앗이 되는 상상을 할 뿐이었다.
    그 흔적들을 지울 때 찾아오는 공허함은 길고도 길었다.
    테누토. 원망스러운 기호였다.

    그 때마다 나는 그녀를 위한 악보에 또 한 마디를 추가했다.

    -멜포메네-

    마침내 그녀를 위한 악보에 '피네'를 찍은 순간이었다.
    나는 눈물날 듯 기뻤다. 드디어 그녀는 나의 진정한 뮤즈가 될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어떤 남자의 모습과
    휘황찬란한 밤거리, 그 어두운 공간에 있는 모텔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없는 강당에는 분노에 찬 피아노의 선율이 울렸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비명소리와도 같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소리.
    나는 눈물흘리고 있었다.
    일종의 배신감일까
    그녀는 왜 나를 보며 웃었는가. 잘 해주었는가. 
    그러면서 다른 남자와 놀아나?

    나는 분명 그녀의 마음을 뺏을 만큼 감미로운 곡을 만들었었지만
    피아노의 선율은 분노와 광기로 뒤덮여 있음이었다.
    나는 울고 또 울고 울다 마침내 웃었다.
    세상 짐을 다 털어버리려는 듯 웃었다.
    객석을 꽉 채운 나의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그렇게 그녀를 위한 나의 음악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테르프시코라, 그리고 탈리아-

    나 왔어.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오늘 리사이틀도 대박이었어.
    내 물음은 메아리가 될 뿐이었다. 
    대답이 없네? 많이 피곤한가봐.
    그녀의 눈이 나를 향했다. 아니, 이미 나를 향하게 되어 있었다.
    너무 예쁘다. 너란 여자는 말야. 
    그렇게 계속해서 나를 위한 춤을 추어줬으면 해.
    관절이 기괴하게 꺾인 그녀의 나신은 피아노 줄 끝의 갈고리에 걸린 채
    천장에 걸려 기괴하고 아름다운 춤을 만들어냈다.
    가끔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탓에 여기저기 터져나가고 엉성하게 꿰메어 놓긴 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눈물이 날 정도로.
    그녀의 선은 세상 어느 것보다도 곱디고운 모양새.

    그녀의 썩어 문드러져가는 눈빛에선 원망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알고있다. 그녀는 지금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왜냐하면 내가 지금 행복하니까. 

    나는 그녀의 웃는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비록 온기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세상 누구보다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사랑하는 
    나의 
    뮤즈.
    루나틱프릭의 꼬릿말입니다
    76561198037886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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