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 작성하느라 행갈이가 엉망인 점 양해해주세요)
집 회사 집만을 오가는 오유징어에게 소개팅은 최후의 탈출구일 겁니다.
얼마 전 소개팅을 해보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연락처를 받아 주말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사진은 서로 보지 못하고 이름과 나이 정도만 알았습니다.
세상을 다 태워버릴 것 같은 날씨라 저녁으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음식점 커피 등등이 다 모여있어서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건물로 약속장소를 잡았죠.
드디어 대망의 당일.
생각보다 지하철이 막혀서 약속시간에 간당간당하게 도착했습니다.
다행인지 몰라도 그분은 아직 도착하지 않으신 듯 했습니다.
건물 입구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따라 머리도 마음에 안 들고 땀을 많이 흘려서 땀냄새도 조금 나는 것 같고.
오랜만에 하는 소개팅이라 더욱 긴장이 되더군요.
정각이 되자 멀리서 누군가가 두리번 거리며 오시는 걸 보았습니다.
단발보다는 긴 머리에 30대 초반이라고 하기에는 동안인 얼굴. 그리고 귀여운 옷차림.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분이셨습니다.
두리번더리던 그 분의 눈과 제가 마주쳤고 서로 "혹시~?"라고 물었습니다.
서로 한 번 씽긋 웃고서는 제가 "가실까요"하며 입구의 문을 열었습니다.
부끄러워 하시며 고개를 잘 못드시는 모습이 심쿵하데 만들었습니다. 연애세포는 다 멸종한 줄 알았는데 가슴이 잔망스럽게 두근거리더군요.
음식점은 6층에 있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속 올라가야 했습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많이 덥죠?"
"아니에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저도 방금 왔어요."
이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정작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제 이상형입ㄴ...."
차마 그 말은 못 했습니다. 어느덧 4층에 도착했고 여자분의 전화기가 울리더군요. "받으세요~"
여자분이 잠시 멈칫거리며 전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더군요. 연락처에 없는 사람인지 번호만 덩그러니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으며 여자분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는 겁니다. 10초도 안 되어서 통화는 끝이났고.
여자분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시곤 제 얼굴을 빤히 보시더군요. 급한 일이 생겼구나 했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여자분이 천천히 입을 떼시더군요.
"ㄴ..누구세요?"
"네???"
"혹시 김xx씨 아니세요?
처음 듣는 이름이 여자분에게서 나왔고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한꺼번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동안인 외모, 일부러 여자분에게 가까운 곳으로 잡았는데 오기까지 오래 걸렸다는 말, 오빠만 있다고 했는데 언니 이야기가 나오고.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혹시 xx씨 아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에욬ㅋㅋㅋ"
여자분은 웃음을 겨우 참으며 말했고 저도 너무 황당해서 웃음만 터져나왔습니다.
방금 그 전화는 여자분이 만나기로 한 진짜 소개팅 상대였고, 그래서 여자분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신 거였죠.
만나서 서로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문득 제 핸드폰을 보니 제 소개팅 상대에게 어디시냐고 카톡이 계속 와있었고.
저희는 한참을 거기 서서 웃다가 서로의 상대를 찾아 흩어졌습니다.
"좋은 분 만나세요!" 헤어지며 제가 외쳤습니다.
황당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기분 좋은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것이 진짜 인연일까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분의 연락처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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