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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86433
    작성자 : 은빛미리내
    추천 : 12
    조회수 : 1683
    IP : 223.33.***.9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6/02/22 17:44:55
    http://todayhumor.com/?panic_86433 모바일
    전역
    드디어 전역이다.
    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군생활을 마감하는날...
    나는 부대를 벗어나면서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왔다.

    나는 자대배치를 받고 얼마지나지 않아 소위 말하는 고문관으로 거듭났다.
    나는 체력도 약하고 아주 내성적인 성격이라 군입대 전부터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었었다.
    거기에 심한 우울증 까지....
    나는 군대에 들어가서 나의 이런 성격을 바꿔보겠노라 신검 을 받을때 나의 이런 문제들을 함구하고 현역입대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다짐은 자대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산산히 부서졌다.
    약한 체력으로 인해 아침구보때도 항상 뒤쳐졌고 말을 할때도 자신감이없어 속삭이듯 말하고....
    그중 제일 힘든게 사람들을 대하는거였다....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어색해서 나오지 않는 군대말투....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고 그런 나를 보는 고참들과 간부들 그리고 동기들의 눈초리도 좋을리없었다.
     
    군대에 오면 바뀔거라 생각했던 나의 모습은 오히려 더욱더 초라해지고 작아졌다.
    그로인해 우울증은 더심해졌고 안정제도 없었던 나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고참들은 그런나를 갈구기 일쑤였고 구타도 번번히 일어났다.
    동기들 마저 나를 멀리했으며 후임들까지도 나를 무시했다.
    나는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간부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관심병사로 지정해서 분대장들에게 잘지켜보라고 말할뿐이었다.

    관심병사가 되고나서 나는 더욱더 이상한 사람으로 주목받고 사람들과는 더 두꺼운 벽만 생겼을 뿐이다.
    이제 분대원들은 거의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였다.
    근무를 설때도 말한마디없이 시간을 때우다 들어갔고 밥을먹을때도 내주위엔 아무도없이 홀로먹었다.
    그리고 심심하면 이어지는 고참들의 갈굼과 후임들 앞에서 대놓고 무시하고 병신 취급하는 행동들....
    군대를 와서는 안되는것이었던가.....

    하지만 이것도 모두 지난이야기다.
    오늘 나는 드디어 전역을 하니까....
    전역하는 오늘 까지도 예전생각을 하면 아주 몸서리가 쳐진다.
    이렇게 위병소를 빠져나와 부대를 벗어날수 있다는게 꿈만 같다.
    엄마 아빠가 마중을 나와있다.
    엄마 아빠도 내가 반가운지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신다.
    손을 잡아드리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다.
    엄마 아빠는 내가 들어있는 하얀천이 덮인 관을 부둥켜안은채 대성통곡을 하신다.

    군대에서만 나올수 있다면 나는 무슨짓이든 할수있었다.
    야간에 불침번 근무를 마치고 나는 막사뒤 빨래건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빨래줄을 풀어 옆에있는 소나무 가지에 묶고 매듭을 지어서 목에다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전역을 할수있었다.
    2년을 모두 체우지는 못했지만 이 끔찍한 곳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전역인 셈이다.
    그리고 이제서야 나는 알수있었다.
    군대에서 바뀌는건 나의 성격이아니라 나의 운명 이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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