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0년을 살았는데 오늘이 그 중에서 최고의 날일 겁니다. 한국인들이 탄핵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방식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헌법절차를 준수했고 아무도 죽지 않았으며 쿠데타도 없었습니다. 아랍의 봄과는 달랐어요. 전 이걸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의 영국 BBC 인터뷰 中)
“국민이 정권을 두려워하면 ‘독재’고,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하잖아요. 이번 계기로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관료들이 충분히 국민을 두려워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권력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게끔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터키 통신사 CIHAN의 알파고 시나씨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하며 주요 외신들도 잇따라 긴급 생방송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AP·AFP·로이터 등 주요 통신사들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또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즈(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속보를 내보냈다.
특히 방송사들은 정규 뉴스를 끊고 긴급 생중계로 전환하는 등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의 CNN은 오전 11시 파면 결정이 나자마자 홈페이지 톱기사에 ‘PARK OUT(박근혜 파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전면에 실었다. 영국 BBC, 일본 NHK, 중국 CCTV 등도 긴급 타전하며, 홈페이지 1면에 대대적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NYT는 “한국이 대통령을 퇴출했다”는 헤드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이 쫓겨나는 상태, 강제성에 초점을 맞췄다. NYT는 박 대통령에 대해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이자 냉전시대 군부 독재자의 딸”로 묘사하며 “보수 기득권의 상징”으로 설명했다.
AP는 이번 탄핵을 두고 “권력에서 쫓겨난 점”을 강조하며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의 엄청난 몰락이다. 2012년 대선에서 아버지에 대한 보수의 향수 속에 승리한 독재자의 딸이 스캔들 속에서 밀려났다”고 판단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탄핵 이후 한국의 정세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FT는 “헌재의 결정은 한국을 역사적 순간에 놓이게 했다. 뇌물이나 정경유착 인사로 변질된 한국에 개혁의 바람이 불길 바란다”고 밝혔다.
알파고 시나씨 기자는 “한국에 온지 10년이 넘었는데 헌정 상 최초의 일이 벌어져 놀라울 따름”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진보뿐만 아니라 보수층의 애정을 박탈당했고 이번 스캔들로 인해 모든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공고했던 박정희 신화가 무너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으로 보수의 개념이 재검토되는 방식으로 이념적인 재구성화가 이뤄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의 한 방송사 기자도 “탄핵 과정을 실시간으로 본사에 전달하고 있다. 헌정 사상 대통령 파면은 처음 있는 일인데다 동북아 외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관계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