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귀화하기 전 안현수에 대해 쓰는 거니까 빅토르 안 대신에 안현수라고 적을게요.
대부분 사람들은 안현수 귀화를 파벌 때문이라고 알고 계시더라구요.
근데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파벌은 빅토르 안도 말했지만 큰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파벌싸움은 진작에 해체가 되었다고 하구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올림픽 공헌자를 홀대했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은 이미 사라진 파벌싸움보다는,
나라에 공헌한 사람을 홀대하는 풍습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과정도 잘 알아야하구요.
일단 안현수는 파벌 싸움의 주축으로 꼽히는 전명규에게 뽑혔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특혜였죠.
당시 안현수는 아무런 공헌도가 없는 선수였습니다.
그런 선수를 가능성만 보고 전폭적으로 올림픽에 데려갔다는 건 분명 안현수가 불합리하게 뽑힌 게 맞습니다.
물론 그 올림픽에서 경험을 쌓아서, 다음 올림픽에서 기대에 부응한 안현수를 칭찬해줘야하죠.
덧붙여 그런 경험을 미리 쌓게 해준 전명규에게도 분명 공헌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족이지만 전명규는 쇼트트랙이 유명하기도 전에 한국에 들여와서 금메달밭으로 만든 사람입니다. 여러 가지 기술도 만들었구요.
전명규가 없었다면 안현수뿐만이 아니라 쇼트트랙 자체가 한국에서 형편없었을 거라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어쨌든 그 후 승승장구 할 거 같았던 안현수는 전명규 지시를 어기면서 어긋나죠.
전명규는 대학원 들어가서 코치의 길을 가라고 말하고, 안현수는 선수생활 더 하겠다고 거절합니다.
안현수의 맘은 저도 이해하고, 여러분도 아실테니 전명규의 입장을 이야기해보자면,
전명규는 항상 어린 선수를 발탁해 메달을 땄습니다.
이유는 한국 체형상 어릴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라네요.
서양인의 경우는 나이가 들어도 쇼트트랙 기량을 유지하지만, 동양인은 힘들다고 판단해서 세대교체를 굉장히 빨리 했습니다.
하지만 더 뛰고 싶었던 안현수의 바람을 무시한 건 분명 사실이죠.
안현수는 거절하고 거기서 갈라선 겁니다.
그 뒤로 분명 파벌 싸움은 있었는데,
경기 중에 일부러 안현수만 가로막는 일은 사실 없었다고 하네요.
그건 다른 글에도 적었지만, 예전에 한국의 작전은 이거였습니다.
최대한 결선에 많이 보내서, 한 명은 가드하고, 다른 한 명은 달려서 금메달을 노리는 겁니다.
심하면 가드하는 사람은 반칙도 불사했죠.
뭐가 되었든 외국인 입장에서는 공정하지 않아 보였을 겁니다.
이런 방법으로 에이스를 만들거나(월드컵 같은데서 한 명에게 몰아주기),
메달을 골고루 나눠서 병역을 면제받곤 했다는 겁니다.
근데 이게 문제가 되자 선수들도 공정히 겨룬 겁니다.
그 과정에서 이호석 어머니와 안현수 아버지의 싸움이 크게 나기도 했죠.
이호석 어머니는 기존의 서로 나눠갖자는 입장, 안현수 아버지는 그런 게 어딨냐는 입장.
원칙적으로는 당연히 안현수 아버지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관례가 잘못되었으니까요.
어쨌든 이호석이 너무 과하게 욕을 먹는 건 있는 거 같아서 다른 분 글을 올리겠습니다.
http://blog.naver.com/linkn?Redirect=Log&logNo=60104315296
어쨌든 그 후로 안현수와 관계없이 파벌은 심해지고, 양쪽 코치들은 다 숙청을 당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이제 한체대와 비한체대의 파벌싸움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물론 파벌없는 사회는 없듯이 있기야 있겠죠.
심지어 양궁도 파벌이 있다고 하니까요.
그러나 그건 고칠 수도 없는 작은 부분이고, 사회적 구조를 고치지 않은 체 그 부분만 고치면 더 역효과가 클겁니다.
그것보다는 저는 안현수 사건에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어야하는지 봤으면 좋겠네요.
http://news.hankooki.com/lpage/sports/201402/h20140223162950111960.htm
안현수의 인터뷰입니다.
빙신연맹이 돈을 줬을 수도, 아니면 안현수가 일을 작게 만들려고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저 말이 맞는 거 같아요.
파벌보다 더 큰 일은 대한민국은 영웅을 홀대하고, 그 사람이 하고 싶은 걸 막는다는 데 있습니다.
빙엿이 안현수는 선발전에서 떨어졌다고 했는데,
그거 맞아요. 아무리 금메달 땄어도 특혜로 선수로 뽑아갈 순 없죠.
그러나 금메달 딴 선수를 위해 의료시설 제공하고, 재기할 기틀은 마련해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금메달 딴 선수를 뛸 수도, 훈련할 수도 없게 만들어 놓고, 한 줌의 기회도 안 준다는 건 말이 안되죠.
박태환도 훈련할 곳이 없다고 하고, 그 외에도 여러 종목의 영웅들이 이런 문제를 겪을 겁니다.
기량이 떨어지거나 부상당했다고 해서 사람을 팽한다면, 사람은 소모품으로밖에 생각 안 한다는 거죠.
지금 파벌이 문제가 아니라 이게 문제입니다.
다쳤거나, 기량떨어진 올림픽 영웅들에게 끝까지 기회를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들이 빅토르 안처럼 재기 못할지라도,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우리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단순히 있지도 않은 파벌싸움 철폐로 끝날 게 아니라,
올림픽 영웅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제도를 만드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