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사이다 게시판에 글쓰다가 처음으로 공게에 진출함. 역사적인 첫글...안녕하세용.
본인의 외갓집은 무속신앙을 믿음.
외할머님의 시어머니... 그러니까 우리 외할아버지의 어머니께서는 마을 무녀님을 따라다니며,
대나무를 받쳐드는 일을 업으로 삼으셨다고 함.
자세히는 모르지만, 굿을 하면 대나무를 들고있는 역할이라고 들었음. 실제 본게 아니라, 묘사하기가 좀 곤란;;
그렇게 시어머님 -> 외할머니 -> 이모, 어머니 대까지, 대대로 무녀님 집안과 소통을 해오며
지금까지 잘 지내고 계심. 당연히 당대 무녀님들은 모두 다른 분들이시지만..
다들 대구에 살고 계셨음. 팔공산이 우리나라 무녀들의 수행 성지라는 얘기도 얼핏 들은거 같고..
본인의 아버지와 어머님께서 연애하시던 시절..
당대 무녀님께서 결혼을 반대 하셨다고 함.
니가 저 남자와 결혼하면, 서방복은 없고. 자식복만 있을터인데 자고로 여자는 서방님 사랑받고 살아야
행복한거 아니겠냐고 설득하셨다고 함.
무녀님의 묘사를 빌리자면, 춘향이와 이도령이 그네를 뛰며 놀고있을때, 뒤에서 눈물 훔치며 지켜보는 향단이 같은 팔자라고..
그리고 그 예언은 이루어졌음.
아버지는 결국 다른 춘향이와 그네를 뛰러 다니셨고, 어머님은 매일밤 눈물로 세월을 보내셨음.
제엔장....
당시 아버지 상태는 좀 짜증나는...지금 생각해도 짜증나는데. 암튼 제정신은 아니었음.
도박도 하셨는데.. 타짜라는 영화를 봤을때.. 전라도 아귀, 경상도 짝귀 기억들 나실꺼임.
과거 전국구 도박꾼들이 잡혀서 신문에 난적이 있음. 대한민국 5대 타짜에 우리 아버지가 계셨음.
어릴때부터 이상했음. 왜 우리집은 이리 돈이 많은지? 왜 우리는 아버지의 직업을 모르는지?
가족신문 만들때 제일 싫었던게 부모님 직업써가는거였음.
아버진 가끔씩 밤마다 검은 비닐 봉지에 만원짜리를 가득 채운채로 집에 오셨음.
그날이 되면, 부모님은 밤새도록 돈을 세고, 고무줄에 묶는데 밤을 꼴딱 보내고 하셨음.
아버지께서 타짜로 전성기를 달릴때, 어느날 무녀님께서 전화가 오셨음.
간밤에 꿈이 심상치 않다 하시며, 어머니께 오늘밤에는 니네 서방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음. 뭐라더라. 젊을때 아버지께서 산짐승 고기를 되게 좋아하셨다고함.
고라니, 사슴, 오소리 등등... 근데 그런 애들이 앙심을 품고
우리집 대문앞에 나란히 서있는 장면이 꿈에 보이셨다고 함.
당시 어린나이의 본인도 그 통화내용은 기억이 남.
아버지는 그날도 어김없이 집을 나서려 했으나, 어머니께서 현관문을 막고 비켜주지 않으셨음.
평소같으면 한대 때리고 기어코 나가셨겠지만,
그날따라 순한 양처럼 거실에 앉아계셨음. 그렇게 어머니는 밤새도록 현관문앞에 서계셨고
아버지는 참말로 이상하게 얌전히 말똥말똥 어머니를 밤새 보고계셨음.
(이 아저씨가 그런 성격이 아닌데....ㅎㅎㅎ)
결국은 날이 새고, 아버지는 집을 나섰음.
근데 조금있으니 구급차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게 아니겠음?
밖에 나가봤더니, 옆집 아저씨가 쓰러져 계셨고, 아버지께서 그걸 발견하고 구급차를 부른거였음.
옆집아저씨는 배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계셨는데. 새벽에 대문밖으로 나서다가
갑자기 낯선 사람이 와서 칼로 찔렀다고 함.
그리고, 아버지는 대충 범인을 예상하고 계셨던거 같음.
아니 그런일을 느낌적으로 예상하고 계셨다고 할까?
범인은 금방 잡혔음. 범인을 잡아온것도 아버지였음.
아버지의 조직원 중에 한명이었는데, 당시 아버지는 항상 현금으로 천만원 정도를
가지고 다니셨음. 그걸 알고있는 돈이급한 조직원 중 한명이 아버지를 노리고
있었던 거임. 그렇게 늘 집밖을 나서는 시간을 봐두고,
사건 당일 역시 대문옆에 숨어서 아버지를 기다렸다고 함.
그리고, 같은 시간에 옆집아저씨가 외출을 하게 된거였음.
결국 아버지로 착각한 조직원이 옆집 아저씨를 찌르게 된거였고,
뒤늦게 아버지가 아닌걸 안 조직원은 겁에질려 도망쳤다고함.
도망친 조직원은 당연히 추적 당하고, 잡힌거였고..
후에 들은게, 만약 상대가 아버지였으면 돈을 뺐는 목적 외에,
이 바닥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버지를 죽여야 했다는 거임.
옆집 아저씨라서 칼 한방 이었지, 우리 아버지 였으면 친구에 장동건 꼴 날뻔했던거.
다행히 옆집 아저씨는 깊이 다치지 않았음. 그게 천만 다행임.
옆집 사람들은 영문을 몰랐지만,, 아버지는 죄의식에 모든 치료비,
보상금까지 따로 만들어서 모두 옆집에 주었음. 옆집에서는 영문을 몰랐겠지만..그냥 고마워 했겠지만
우리 아버지 목숨값인걸 알았다면,,,너무 적은 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물론...세월은 흐르고, 쉽게 번돈은 쉽게 나가듯이, 아버지 역시 조직원들의 배신과,
파릇파릇한 젊은 타짜들로 인해, 전재산을 날리고 새우잡이 배를 타셔야했음.
결국 어린시절을 보내던 대궐같은 집은 다른사람 손에 넘어가게 되었고..
15년도 더 지난 지금, 가끔 고향에 돌아가서 예전 그 대궐같은 집을 가끔씩 찾아가봄..
어린 시절의 향수랄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집 대문앞을 바라보기엔 살짝 소름이 돋기는함.
어렴풋한 기억에. 칼에찔린 아저씨가 중얼중얼 하시던 말씀이
오소리...오소리... 하셨던거 같음.
그래서 본인은 산짐승을 좀 무서워함.
무속인들 얘기를 터무니없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본인은 조심해서 나쁠건 없다는 생각을 하게된 계기가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