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교도소 유리공예 작업장에서 재소자 한명이 살해되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같이 생긴 쇠구슬에 머리를 맞고 즉사한 것이다.
사망한 최혁곤은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까지 수년간 추리소설을 쓰며 추리소설가 행세를 해왔다. 하지만 실제 직업은 마약판매상이었다.
최혁곤은 자칭 추리소설가답게 마약을 판매한 방법도 특이했다. 마약 투약자에게서 마약을 구매하겠다는 연락이 오면 특정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올라있는 입찰번호를 알려줬다.
구매자가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들어가 해당 경매번호를 검색해보면, ‘며칠 전 출간된 따끈따끈한 단편추리소설모음집 [2005 오늘의 추리소설, 날 기억하지 마세요] 판매합니다. 저자들이 친필사인을 한 소장본으로 권당 500만원입니다.’ 라는 식의, 모르는 사람들은 절대 입찰하지 않을 황당한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마약 구매자가 경매사이트에 해당 금액을 입금하면 최혁곤과 공범인 출판사관계자가 책의 가운데를 오려내고 마약을 넣은 뒤 포장해 구매자에게 택배를 이용해 배달시켰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만나는 일이 없는데다 물건이나 돈을 떼일 걱정 없는 경매사이트의 안전장치까지 이용하기 때문에 안심(?) 거래라 할 수 있었다.
최혁곤은 검거되고 나서도 끝까지 공범들의 이름을 불지 않았다. 그 때문에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최혁곤은 교도소에 들어와 징역을 살면서 뒤늦게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최근 비밀리에 관계자를 만나 마약조직원 명단을 모두 넘길 테니 형을 감량해 달라는 제의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살해된 것이었다.
징역형을 받은 최혁곤이 추리교도소 안에서 노역을 하기 위해 배치된 곳은 유리공장이었다. 장식용 병이나 그릇 같은, 수제 유리작품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고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유리공장은 교실 두 개정도 크기의 공간에서 30명 정도가 일하고 있었다. 작업장은 일과시간 내내 불타고 있는 화로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었는데 재소자들은 1400도의 화로에 녹인 유리용액을 속이 빈 가늘고 긴 스테인리스 파이프 끝에 동그랗게 말아 풍선을 불듯 입으로 불어가며 작품의 형체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숙련된 재소자들은 단 한번에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지만 신참들은 작업이 채 끝나기 전에 쇠파이프 끝의 유리가 번번이 굳어버리곤 했음으로 바비큐라도 굽듯이 다시 도가니에 유리가 매달린 쇠파이프를 찔러 넣어두길 반복했다.
죽은 최혁곤은 아직 유리작품을 만들 실력이 못되어 남들이 만들어놓은 유리작품의 날카로운 모서리 부분을 페이퍼로 매끄럽게 갈아내는 단순작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하루에 30분씩 주워지는 운동시간이었다. 다른 재소자들은 모두 공장 앞의 운동장으로 운동하러 나가고 최혁곤 혼자 자신의 작업테이블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유리공장은 화로의 관리가 중요했음으로 날마다 한명씩 당번을 정해 운동시간에도 남아 불을 지켰다.
국정원의 은요일 요원이 사건현장인 유리공장에 도착해 수사를 시작했다.
최혁곤의 머리에 박혀있는 쇠구슬은 지름이 1센티미터쯤 되었다. 마치 조선시대 사용하던 조총탄 같아 보였다.
“도대체 이게 어디서 날아왔지?”
작업장에 있는 감시카메라 녹화테이프를 살펴보니 자리에 앉아 작업을 하던 최혁곤이 갑자기 쓰러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최혁곤은 앞으로 쓰러지다 테이블에 걸려 옆으로 쓰러졌다.
최혁곤은 화로를 등지고 배치되어 있는 작업 테이블에 앉아 있다 등 뒤에서 날아온 쇠구슬에 머리를 맞았는데 뒤쪽은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였지만 벽과 벽에 붙어 있는 화로 밖에는 없었다.
교도소 내에서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했지만 설령 감시망을 뚫고 사제총기를 만들어 소지하고 있는 자가 있었다고 해도 최혁곤의 저격하기 위해서는 밖에서 창문을 통해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총알이 날아온 등 뒤쪽에는 창문은커녕 작은 구멍조차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건일까?”
은요일 요원이 최혁곤의 머리를 향해 쇠구슬이 날아온 방향을 측정해보니 화로 쪽이 분명했다. 그러나 감시카메라를 피해 화로 안에서 사람이 사제총 같은 것으로 최혁곤을 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 전문가들이 정밀검사를 했지만 최혁곤의 머리에서 발견된 쇠구슬에서 화약성분이나 폭발시 생기는 그을음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운동장에 있던 재소자 몇 명이 어떤 것이 터지는 듯한 ‘탕!’ 소리를 들었지만 총소리처럼 큰 소리가 아니어서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화로 안에 무슨 특별한 장치라도 했나?”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화로 안에는 특별한 장치가 없었다. 뜨거운 불길만이 타오르고 있었고 유리를 입으로 부는 장비인 쇠파이프 몇 개가 꽂힌 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쇠파이프들이 불길 속에 오래 있었던 탓에 매달려 있던 유리들은 모두 녹아내리고 없었다.
“알았다!”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쇠파이프들을 살피던 은요일 요원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불속에 들어 있는 쇠파이프 하나의 한쪽 끝이 쇠로 단단히 막혀 있었던 것이다.
“범인이 과학지식을 이용해 간단한 살인도구를 만들었군!”
범인은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어떤 방법으로 최혁곤을 살해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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