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성범죄 특별대책 TF 민간위원 특별기고 <6>
김 미 순 천주교 성폭력상담소장 |
한국 사회는 지금 말하기를 시작한 여성들로 인해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러한 계기는 2016년 서울 강남역 번화한 어느 화장실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당했던 사건으로 본격화됐다. 이 사건 이후 수많은 여성은 강남역 10번 출구 유리 벽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일상에서 겪어야 했던 폭력과 차별을 3만5000여 장의 포스트잇으로 고발했고, SNS를 통해 번지기 시작한 ‘#미투’가 한국 사회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이러한 용기 있는 말하기를 계기로 성폭력·성차별은 이제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의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보편화됐고, 공공장소에서의 차별적 발언에 대한 제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조성돼 가고 있는 것 같다.군도 일련의 군내 성폭력 사건을 통해 적극적으로 성폭력 관련 제도를 변화시켜 왔다. 군내 성폭력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가해자 처벌을 민간보다 강화했으며,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피해자들이 조직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피해자 지원제도를 확충하고, 무엇보다 남성 중심적 군대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젠더 폭력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있다.특별히 2014년부터 마련된 성고충전문상담관 제도는 군 내부 사람이 아닌 민간인으로 구성돼 피해자 지원 시 법적 절차와 의료지원, 외부 민간기관과의 연계가 쉽고, 피해자를 밀착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올해까지 40명이 넘는 인원을 배출한다고 하니 향후 그들의 활동에 기대가 크다.군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제도를 이처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제도의 정착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인식이 제도 실행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데, 아직 우리의 성인식은 그동안의 제도개선만큼 속도를 못 내는 것이 현실이다. 모두가 성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성폭력 피해자 지원제도는 피해자의 용기 있는 말하기를 통해 조금씩 변화돼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조직의 변화를 위해 얼굴을 드러내면서까지 성폭력 사건을 알렸던 피해자들은 지금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가해자들은 한결같이 서로 합의로 한 일이며,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있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은 왜 시일이 지난 지금에야 말하는지 의문을 가지며 피해자 때문에 조직의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 피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피해자가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행동으로 피해자의 입을 막아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모두가 우리 사회의 만연한 차별을 타파하고 의식변화를 위한 노력을 실행할 때, 그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 제도가 제대로 준수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때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제 군 지휘관을 포함한 군 조직 구성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