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3513.html 19금 남발 음반심의위원장 “예술 판단잣대는 성경”
[하니Only] 박수진 기자
등록 : 20110826 18:03 | 수정 : 20110826 18:11
강인중 위원장, 신문 기고글에서 밝혀 “레이디 가가는 악마의 화신”
“록콘서트에 비…하나님이 외면해서!”라는 블로그 글 남기기도
이택광 “중세시대에나 있은 일” 여성부 “심의위원으로서의 의견 아냐”
» 경기도 이천 지산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열린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찾은 음악팬들이 7월30일 저녁 록밴드 공연에 열광하고 있다. 강인중 여성가족부 산하 음반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록콘서트에 비가 오는 이유를 하나님이 외면해서라는 블로그 글을 남겼다. 이천/김정효 기자
“필자의 지론은 ‘문화는 종교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고, 모든 문화예술행위는 반드시 성경(기독교)의 잣대로 심판된다는 것이다. 레이디 가가가 마돈나, 마릴린 맨슨과 같은 인기 반열에 오른 지금의 현실은 그녀가 21세기 새로운 ‘악마의 화신’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강인중 여성가족부 산하 음반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크리스천투데이라는 기독교 신문에 기고한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유해음반 심의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강인중 위원장이 ‘문화예술행위의 판단 잣대가 성경’이라고 주장하는 등 편향된 시각을 드러내 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적격한지 논란에 부쳐질 전망이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음반 심의는 음반심의위원회 소속 9명이 1차로 검토한 뒤 청소년보호위원회 10명이 최종적으로 심의해 결정한다. 음반심의위의 결정이 최종 심의 대상을 결정하는 만큼 위원장 역할이 중요하다.
강 위원장은 자신이 쓴 블로그나 기고글에서도 위와 같은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에 치우친 견해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가 1999년에 쓴 저서 <대중음악, 볼륨을 낮춰라>에서는 대중음악이 기독교에 대한 믿음과 신앙을 방해하는 또 다른 거대한 종교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강 위원장은 그의 책에서 ‘록 음악은 젊음, 자유, 저항이라는 미명 하에 젊은이들을 쾌락과 허무로 이끌고, 뉴에이지 음악은 명상과 내면치유라는 슬로건으로 현대인을 매혹하며, 대중가요는 섹스와 죽음 폭력으로 무장함으로써 사람들을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는 요지로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또한 강 위원장이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썼다가 지운 글들을 퍼나르며 그의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이 퍼나른 글을 보면 강 위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개인적으로, 대중음악과 관련된 사망사고를 접할 때마다, 늘 이런 생각을 한다. 하나님이 로큰롤(록 : 컨트리, 테크노 포함) 콘서트를 싫어하시는구나!” “내 오랜 관찰에 따르면 야외 록 공연에 자주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다. ‘하나님이 외면한 축제’이기 때문일거란 생각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급속히 진행된 서구 기독교의 쇠퇴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반기독교적 인본주의 사상을 ‘탑재’한 록 문화의 확산이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고 있다.” “록 페스티발은 아마도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담배와 주류 홍보에 최고의 행사일 것이다. 록 음악과 더불어 자연스런 문화적 행위로서 술과 담배에 맛을 들이게 하면 평생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록과 술, 담배, 마약은 ‘영원한 친구’이다”라고 써 대중문화가 ‘악’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강인중 위원장은 서울음반 문예부장을 거쳐 미국 워너뮤직 한국지사 대표를 지냈다. 지금은 기독교 관련 서적, 음반을 주로 내는 출판사 라이트하우스의 대표를 지내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문화 전략 위원을 지냈으며 MBC, CBS 방송 아카데미와 낮은울타리 문화 아카데미의 대중음악 전문 강사 활동도 했다. 그외 크리스천투데이, 기독신문 등 기독교 관련 매체에 대중음악관련 평론을 쓰고 있다.
음악이라는 문화적 창작물의 심의를 당당하는 사람이 지나치에 종교 편향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학비평)는 “종교적 이념에 입각해 대중문화를 퇴폐이자 악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중세시대에나 했던 일”일이라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기독교라는 특정 프레임에 맞춰 대중문화를 재단하는 것은 명백한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이번에 금지한 음악들에서 술과 담배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슬픔·괴로움·고통 같은 나쁜 이미지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매우 단선적으로 문화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심의하는 태도여서 참으로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단순히 ‘술과 담배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 ‘대중음악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 같은 매우 편협한 발상에서 다양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대중음악과 대중문화를 재단함으로써 한국 대중문화를 억압하고 있다”며 “가치중립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할 대중문화에 대한 판단에 특정 종교적 기준이 사용됨으로써 한국 문화 다양성에도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런 비판에 대해 “강인중 위원장이 쓴 글은 개인적 견해이지, 음반심의위원으로서의 견해는 아니라고 본다”며 “음반심의위원을 구성할 때 해당자가 가진 종교가 영향을 미치거나, 그가 쓴 글·생각을 사전에 검열한다면 그게 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유해성을 심의하는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보완해 음반심의 기준을 구체화한 음반심의세칙을 제정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email protected]